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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아민 Nov 02. 2022

P는 취미생활 중

INFP의 취미생활

글쎄, 내가 P인지 J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난 내 맘대로 그날그날 취미생활 중이다.


일하면서 지나치게 계획적으로 살았던 날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듯 매일매일을 충동적으로 살고 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건 열심히 일하는 남편 덕분이 아닐까 한다.


거의 3~4개월째 나의 취미생활이자 스트레스 요인은 웹소설 쓰기.

글 쓴다는 게 좋아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글감을 생각하는 게 힘들어 새로운 취미를 찾기 시작한 게 웹소설이었다. 그저 눈으로 보며 즐기기만 했는데 나도 나만의 세계를 일궈나가는 게 어떨까 싶어 연재하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독자들의 반응도 미미해 상처받기 일쑤지만, 이래나 저래나 완결은 내보자는 생각으로 눈 뜨자마자 노트북 앞에 앉아 주인공들의 삶을 풀어내고 있다. 적어도 내 생활을 적어내는 게 아니라 마음이 편하다.


사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될 일인데, 여기서 나의 J성향이 발현됐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흥미로웠고 사람들이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브런치북으로 글을 엮고 나니 불안해졌다.

남편과의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의 스토리를 풀어냈지만, 그다음은? 뭘로 또 내 브런치를 채워가야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보니 글 쓰는 게 즐겁지 않았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유롭게 쓰면 될 것도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남편과의 오랜만에 여행에서도 '이번 여행에선 글감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나의 모습을 느끼고 이해할 수 없는 현타가 왔다.


결국 글 쓰기 약속 알람도 무시한 채 손을 놓게 되었다.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어느덧 목적이 되어버려 강박을 느낀 것이다. 내가 나한테 주는 강박. 그것이 또 불안으로 다가왔다.


다른 작가님들의 업로드 알람이 들어온다. 어떤 분은 하루에도 2개씩 발행하신다.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연애도 하고 글도 쓰고...

아니, 그게 다 가능하시다고요?

난 절대, 절대 가능하지 않다.

나에겐 한 번에 여러 개를 한다는 건,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


이러한 이유로 난 지금, 내가 더 즐거운 것을 찾아 하고 있다.


지금 나를 재미있게 하는 건 웹소설을 위한 서칭과 하루에 한 번씩 또는 이틀에 한 번씩 하는 연재다.

눈을 뜨자마자 들어간 소설 속 세상에서 해가 지고 나서야 나온다.

내가 만든 세상이라 눈치 볼 것도 없고 사실만을 적어야 한단 강박도 없다.

소설은 그 자체로도 픽션이니까.

그래서 마음이 더 편한 건 지도 모른다.


나만 재미있는 이야기인지 내 글을 봐주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잔잔한 셀렘이 있다는 댓글을 볼 땐 마음속에서 작은 폭죽이 터진다. 음, 좋다.

소설도 플롯을 짜기 위해 소재를 생각해야 한다는 건 같지만, 어느 하루와 다를 것 없는 내 시간 속에서 별 것 없는 에피소드를 뽑아내야 하는 것보단 덜 고통스럽다.


솔직히 웹소설에 대한 흥미도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또 다른 취미가 생겨 그쪽으로 푹 빠질지도 모르고.


나의 충동적인 취미생활은, 여전히 날 즐겁게 해 줄 새로운 자극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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