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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우 Chociety Jul 02. 2024

외계인은 존재할까? 반박불가 외계생명체

먼저 <삼체>는 ‘페르미의 역설’을 설명하는 '어둠의 숲 가설(Dark Forest Theory)'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우주는 넓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다’라는 표현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공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우주 전체에서는 먼지 하나보다 작은 티끌일 뿐이다. 아니, 어쩌면 티끌도 되지 못할 정도로 작다. 그렇다면 그토록 넓은 우주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 지구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 아닐까? 

옛날부터 과학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고, 우주 문명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1950년 어느 날, 과학자들은 점심을 먹으며 점심을 먹으며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은하의 수많은 별 가운데 외계 문명이 수없이 많을 것이며, 방정식을 도출해 계산을 해보면 무려 100만 개의 문명이 우주에 존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과학자들 중 한 명 중, 유독 가만히 듣고 있던 과학자가 물었다.

이미지: 엔리코 페르미/  출처: https://ahf.nuclearmuseum.org/ahf/profile/enrico-fermi/

Where are they? (그들은 어디에 있지?)


그 과학자의 이름이 바로 엔리코 페르미, 그의 질문이 바로 우리가 ‘페르미의 역설’이라 알고 있는 역설이다. 즉, 우주는 넓고 우리 은하에만 수많은 별들이 있으니 외계 문명도 수없이 많을 터인데, 왜 그들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우리는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냐는 말이다. 그러게, 정말 이상한 일이다. 단순히 ‘존재할 가능성’만 놓고 생각해 보면, 분명히 외계인이 존재할 것 같은데, 왜 우리는 아직 외계인과 조우하지 못했을까?

과학자들은 이 역설을 풀기 위해 지금까지도 많은 가설을 제시하고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어떤 가설은 외계인은 이미 인간으로 변신해 우리들 사이에 섞여 있다 말하고, 어떤 가설은 외계 문명은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시기가 우리 문명과 맞지 않아 우리가 존재할 때 그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거나 이미 멸망했다 말한다. 외계인 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다. 

<삼체>는 페르미의 역설을 풀기 위해 제시된 수많은 가설 중 ‘어둠의 숲 가설(Dark Forest Theory)’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가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냥꾼이 숲을 헤매다 길을 잃고, 위험한 맹수들이 활동한다고 알려진 미지의 영역까지 들어오고 말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장이라도 발길을 돌려 돌아가려는 순간,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사냥꾼은 어쩔 수 없이 숨을 죽이고 나무들 사이에 숨는다. 다른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맹수들에게 잡혀먹지 않으려고 자신의 은신처에 조용히 숨는다. 그리고 맹수들은 숨어있는 먹잇감들을 찾기 위해 소리 없이 어둠 속을 헤맨다. 실수로 소리를 내어 숨어있는 곳을 들키면 그 짐승은 여지없이 맹수들의 저녁식사 거리가 된다. 이때 사냥꾼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물론 다른 짐승들처럼 최대한 숨을 죽이고 숨어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어둠의 숲은 마치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모두 어둠 속에 숨어 맹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맹수도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 숨어있다. 그래야 다른 짐승이 조그마한 소리라도 냈을 때 그곳을 덮쳐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숲 한가운데, 낮에 실수로 둥지에서 떨어진 작은 새의 알이 있다. 비극적이게도 이 알은 맹수들이 활동하는 밤 시간대에 부화했다. 알을 깨고 나온 갓 태어난 아기 새는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주위를 보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리고 자신 외의 다른 존재를 찾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짹짹 소리를 내며 운다. 만약 이 작은 아기 새가 지구에 사는 인간의 문명이라면?


드라마 삼체/ 출처: 넷플릭스

‘어둠의 숲 가설’은 이렇듯 우주를 어둠의 숲에 비유한 가설이다. 자신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보내 위치를 드러낸 문명은 더 큰 문명에게 정복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모든 문명들이 외계에 신호를 보내거나 탐사하는 일을 피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지구 입장에서는 우주에 자신들 홀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 

무시무시한 가설이지만, 소름 끼칠 정도로 그럴싸하다. 그런데 이 가설이 옳다면 우리는 지금 아기 새와 같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과거에 인간은 다른 문명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우주를 향해 신호를 보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삼체>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인간이 보낸 신호를 외계 문명이 수신했는데, 그 외계 문명이 불안정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환경을 가진 지구를 정복하러 온다는 이야기다.


<외계인>은 이보다 더 비과학적인, 증명되지 않은 사건에서 파생된 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주 로즈웰(Roswell)에서 벌어진 로즈웰 사건이다. 

1947년 7월, 윌리엄 브래즐(William Brazel)이라는 사람이 로즈웰에서 100 km 가량 떨어진 목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기계의 잔해처럼 보이는 괴이한 물체를 발견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그는 보안관과 신문사에 연락해 그 물체에 대해 알렸다.

이후 육군 항공대에서 사람을 보내 목장에 가서 잔해를 수거했고 이튿날 공군은 발견된 잔해가 기상 관측용 기구였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이때 발견된 물체가 UFO라고 믿고 있으며, 이를 미국 정부가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로즈웰 사건을 보도한 신문 기사 (출처: 위키피디아)

이와 관련해 <외계인 인터뷰>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작가 로렌스 스펜서가 이 사건 당시 미 공군 간호 상사였던 마틸다 맥엘로이라는 여성과 전화 통화를 한 후 그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기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틸다 맥엘로이는 평생 로즈웰 사건에 대해 기밀을 지키고 있었으나 임종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해 자신이 사건 당시 외계인과 텔레파시로 대화했다고 주장했다. 

<외계인 인터뷰>는 그러한 마틸다의 주장을 담고 있는데, 이때 외계인이 ‘지구는 범죄를 저지른 외계인들을 가두기 위한 감옥’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고차원적인 외계 문명의 외계인들은 육체를 초월해 영원히 사는데, 범죄를 저지른 외계인들을 지구에 모아놓고 제한적인 육체로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벌을 주고 있다는 말이다. 흥미로운 가설이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미 공군은 로즈웰 사건에 대해 새로운 발표를 한다. 그때 발견된 것은 기상관측기구가 아니었지만, UFO도 아니다. 사실 소련을 관측하기 위한 기밀 장비였다는 발표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기밀 관측기구에 대한 정보가 그것이 소련 측에 알려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UFO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을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러한 발표에도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믿는다.


책 외계인 인터뷰, 저자 로렌스 R. 스펜서, 출판 아이커넥

책 <외계인 인터뷰>에는 마틸다 맥엘로이가 작가에게 전달한 기밀 자료들이 실려있지만, 원본은 없다.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원본을 갖고 있을 경우 미 정부의 표적이 되어 위험할까 봐 모두 없앴다’고 한다. 누가 봐도 미심쩍은 주장이다. 그렇다면 마틸다는 왜 임종을 앞두고 자신이 외계인과 텔레파시로 소통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걸까? 어쩌면 그녀는 임종을 앞두고 죽음이 두려워져 ‘인간은 사실 영원히 사는 존재다’라고 믿고 싶어 그런 이야기를 지어내고 스스로 진실이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기억은 쉽게 조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의 발표를 토대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마틸다의 주장보다는 이쪽이 진실에 더 가깝다. 

그러나 진실은 알 수 없다. 정말 음모론자들이 믿는 것처럼, 미 정부가 외계인의 존재를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은 마틸다의 말처럼 사실 고차원적인 문명의 외계인으로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벌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인간이 아직도 외계인과 만나지 못한 이유도 쉽게 설명이 된다. 

영화 외계인/이미지 출처: cgv

<외계인>은 생명을 존중해 사형제도가 없는 고차원적인 외계 문명이 위험한 범죄자들을 가두기 위해 지구를 감옥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마틸다 맥엘로이가 주장한 가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으로 보인다. 물론 마틸다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우리의 본질이 ‘외계인’인으로, ‘외계인이 인간의 뇌를 죄인을 가두는 감옥으로 활용한다’는 작품의 설정과는 조금 다르긴 하다. 


외계인은 정말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우리는 왜 아직 외계인을 만나지 못했을까?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삼체가 이야기하는 ‘어둠의 숲 가설’처럼, 이미 존재하는 문명들이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어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혹은 마틸다의 인터뷰처럼 우리 지구는 이미 고차원 외계 문명에게 발견되어 관리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정말로 우주에는 지구 외에 어떤 문명도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천체물리학자 마이클 H. 하트는 이렇게 말한다.


“성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종족이 하나만 있어도, 

그들이 이웃 별을 식민지화해서 자신들의 문명을 복제한다면 수백만 년 안에, 

빠르게는 65만 년 안에 은하를 채울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외계 문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마이클 H. 하트




외계인의 존재 유무를 논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신의 존재 유무를 논하는 것만큼 우리 삶과 동떨어진 일일지도 모른다. 신을 믿는 사람들은 종교를 가지면 되고, 믿지 않은 사람은 종교를 가지지 않으면 되는 것처럼, 외계인의 존재 유무에 대한 생각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전 대륙으로 이동해 퍼져나간 종족이다. 또한 한곳에 정착해 살다가도 다른 마을이나 나라를 정복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복당해 멸망하기를 반복한 종족이다. 우리에게는 본능적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이 공존한다. 외계인에 대한 수많은 가설과 상상력, 드라마와 영화들은 어쩌면 인간이란 종족의 본능이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력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만 제한할 필요는 없다. 

과학이 발전하기 전 인간은 낭떠러지로 되어 있는 ‘세계의 끝’이 존재한다 믿었다. 철도여행을 하던 근대에는 다른 대륙의 사람들을 외계인만큼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여겼다.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국가’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 과거의 인류는 소속감을 느끼는 범위가 ‘같은 마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라는 개념이 생기며 그 범위는 ‘나라’로 확장되었다. 어쩌면 대중문화에 ‘외계인’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는, 개개인이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범위가 ‘같은 나라 사람들’에서 ‘인류’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얼마나 넓어질까, 궁금하고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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