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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 서울 Apr 24. 2024

숏폼과 라이브 방송의 공통점

https://youtu.be/IyHp-B3xYzI?feature=shared&t=1286


1.

영상 중간에 라이브 얘기가 나온다

콘텐츠 시장에서 라이브는 계속해서

잘될 거라고 얘기하는데

라이브 방송이 진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AI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경향이 세질 거라는 것이다

AI가 영상 제작 과정을 대체했을 때,

어디에서 어떤 소스와 정보를 가져와 영상을

제작하는지 시청자가 알 수 없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라이브가 가진 동시성 덕분에 더욱 진실해진다


라이브 중간에 질문을 하거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관계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상 말미에 나오는 서사와 연결 지어 생각하면

라이브는 그 자체로 진실된 (강력한) 서사다


어느 정도의 구성은 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변수는 예정된 일이 아니고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시청자는 그 서사의 증인이 되고

(서사의 일부로서) 팬덤이 된다



2.

영상에서 진실하다고 얘기한 것은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믿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진실하다고 하는 것 같다


나영석 pd가 반사적으로 편집이 없으니까,라고 하는 걸 보면



영상이든, 영화든 현대에 와서 편집은 거짓처럼 여겨진다

롱테이크의 미학과 진실성 논의가 항상 붙어있는 걸 보면


어쩌면 영상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 그런 것 같다

잘라낸 것 사이에 어떤 게 있는지

보여주지 못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는 (보지 못한) 다른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불안)을 가진다


때문에, 이건 편집의 유무나,

영상의 형태의 문제라기 보단

팬덤 관계 형성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 같다

혹은 팬덤의 욕망과 관련된 문제 같다



3.

영상의 핵심 중 하나는

일상에서는 쉽게 허용되지 않는 시선의 작용이다


누군가를 뚫어지게 보고

내밀한 사생활을 보고

반복해서 보고

암튼 엄청 보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고

관찰 예능이 그렇고

브이로그가 그렇다



암튼 이런 시선에 한번 익숙해지면

(이것도 일종의 자극이어서)

더 많은 걸 원하게 된다

여기에 어떤 과학적 근거는 없다. 내 뇌피셜이다. 혹은 경험담


너무 길어서 편집한 영상에

무편집본을 요구하거나

콘서트 직캠을 밤새도록 뒤져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찍힌 최애를 찾는다거나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물어본다거나

메이킹 영상을 찾아본다거나

...


그러니까 라이브 방송의 흥행에는

더 많이 보고 싶고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가지고 싶은

팬덤 욕망에 기대고 있지 않나 싶다



4.

생각이 충돌하는 지점은

모든 콘텐츠는 시간 점유율 싸움이라는 점이다


편집이 없다는 건,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지 못한 채

한 덩어리로 존재하는 영상이다

라이브 방송은 절대 시간을 짧게 할 수 없다

약간의 딜레이도 존재하고

QnA 하다 보면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흐르고

일부러 빨리 말하지 않는 이상 배속도 할 수 없다

영상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영상 트렌드 안에는 분명히 숏폼도 존재한다


영상 콘텐츠에도 양극화가 벌어져서

극단적으로 긴 콘텐츠와 아주 짧은 콘텐츠로 나뉜 걸까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두 콘텐츠의 시청자층이 다른 거 같진 않다

오히려 두 포맷은 같은 원리를 가진 것 같다


이제는 영화 두 시간 보는 건 힘들어도

라이브 4시간, 쇼츠 4시간 보는 건 쉬운 시대 같다

경험담이다


두 포맷을 보는 데에는 힘이 들지 않는다

라이브 방송은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따라갈 수 있다

영상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느리고 헐거워서

딴짓하면서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마치 카페에서 옆 테이블이

떠드는 걸 엿듣는 것과 같다

배경음이었다가 몰입한 영화였다가 할 수 있다


숏폼은 30초 내외로 구성된 영상이어서

판단도 빠르고 시간 효율도 좋다

장르나 주제도 다양해서 빠르게 훑으면서

흥미가 가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


당장 재미없어도 스크롤만 하면 다시 재밌어질 수 있다

심지어는 라이브 방송을 틀어놓고 쇼츠를 볼 수도 있다

뇌가 망가지는 소리가 들린다



5.

좀만 정리하자면,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염두해야 하는 건

결국, 팬덤의 욕망이다

(그리고 팬덤의 소중한 시간이다)


팬덤은 언제나 (불가능하지만)

모든 걸 알고 싶어 하고 콘텐츠 생산자가 가능한 다 오픈하길 바란다

친절하게 공유하고 솔직하게 터놓길 바란다


그렇게 했을 때 팬덤은 콘텐츠를 즐기고 생산자를 신뢰한다


그러니까, 라이브 방송의 핵심은

편집의 유무나 포맷 자체의

신뢰도, 동시성이라기보다

얼마나 지속적으로 방송하는지

얼마나 솔직하게 방송하는지

얼마나 힘 안 들이고 볼 수 있는지에 달렸다

(다 알고 싶다고 9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은 건 아니다)



6.

서사는 팬덤을 만들고 팬덤은 수익을 만들어준다고 영상에선 말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팬덤의 여러 욕망 중 어떤 부분을 콘텐츠화해서

팬덤에게 제공하고 이에 반응했을 때

서사가 만들어진다

팬덤이 자신(들)의 욕망을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콘텐츠로 나오면 귀신같이 안다

그걸 만드는 건 드럽게 어렵다


거기에 더해서 그 콘텐츠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


힘 빡준 그런 콘텐츠를 집중해서 볼 시간은 없다

(있어도 나중에 난다)


정확한 기획의 콘텐츠는

팬덤의 큰 반응을 이끌어내고

이 과정의 반복으로

콘텐츠 생산자와 팬덤 사이에 서사가 쌓이고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역시 콘텐츠 제작은 어렵고

즐기는 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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