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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KANG Mar 19. 2024

시즌 시작. Ai 피노키오 장비빨

시간이 빠르다지만 뉴욕까지의 비행시간은 14시간이나 걸립니다. 정말 시간이 느리게 흐르죠~! 


그런데 시간과 함께 움직였기 때문일까요 2024년은 벌써 3월 중순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점점 너무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곧 4월이 오면 골프장 잔디들이 푸릇푸릇해진다는 생각에 4월까지는 시간이 빨라도 용서가 됩니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으로 떠나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너야 하는 사거리가 있습니다. 사거리 횡단보도 신호등에 서 있다 보면 사방에서 번쩍이는 새로 출시된 혁신적인 장비들을 보여주는 광고판을 둘러보게 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살까?'와 '말까?' 두 마음이 샅바를 잡고 서로를 넘어 뜨리기 위해 비지땀을 흘릴 수도, 뒤집기 한판으로 순식간에 승부를 끝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둘 다 내 마음인데도 누가 이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장비의 설득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흰색 카니발 한대가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이제 막 호법분기점을 지나네요. 차 안에는 고등학교 동기 친구 4명이 타고 있는데 최신형 답게 뚫어 높인 천장에 기하학적인 모양의 방음재가 LED 조명으로 돋보입니다. 강원도로 골프여행을 가는 것 같습니다.


계절, 몸 컨디션, 코스에 따라 클럽도 다 다르게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며 여러 스펙의 채를 사서 다 가지고 있는 골퍼. 채모아가 옆 운전석에 앉은 최신형에게 말을 겁니다.

"야! 근데 이번에 나온 뽕뽕 드라이버 말이야. 그거 정말 죽일 거 같더라. 너 혹시 쳐봤냐?"

브랜드마다 최신형 드라이버는 꼭 쳐봐야 속이 풀리는 골퍼, 최신형의 얼굴이 급 환해집니다.

"아니~! 아직 안쳐봤어. 어젯밤에 와서 쳐볼 틈이 없었어. 오늘 쳐봐야지."


매년 첨예하지는 않지만 기술의 발전을 감안해 9년 마다는 꼭 바꾼다는 골퍼. 구연만이 등받이에서 허리를 세우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역시! 우리 신형이는 암튼 알아줘야 해. 얼리어답터. ㅎㅎ 그럼 오늘도 첫 티샷 전에 비닐 벗기는 거야? 근데 그 빵빵 드라이버 말이야. Ai가 설계했다는데 그건 이미 몇 년 전부터 한 거 아니었어? 뭐가 다른 거야? 구체적으로 말이야."


운전석 뒷자리에 앉은, 퍼터는 10년째 같은 걸 쓰지만 남자는 오줌발이 길어야 한다며 드라이버 샤프트만은 자주 바꾸는 골퍼. 오준발이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둬 친구들을 둘러보며 입을 엽니다.

"내 생각엔 드라이버 헤드를 설계하고 만드는 기술은 매년 획기적일 수는 없는 것 같아. 물론 옛날에 캘러웨이에서 처음으로 메탈헤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또 460cc 대형 티타늄 초박페이스 헤드가 나왔을 때처럼 획기적인 시기는 분명히 있지만 말이야."


최신형이 빵빵 드라이버 아버지나 된 것처럼 목소리를 높입니다.

"야~! 다 이유가 있겠지. 요즘 기술이 얼마나 좋아지고 있냐~! 관용성이 몰라보게 높아졌데! 준발이 너야 스위트 스폿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까 그런 말하지. 나같이 페이스를 전국적으로 빠짐없이 쓰는 사람은 새로운 기술의 도움이 절실해~!"


채모아가 최신형의 말에 맞장구를 칩니다.

"그래 신형이에겐 새로운 기술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근데 오늘 나도 그 빵빵 드라이버 좀 쳐봐야겠다. 어떨지 궁금하네."


"이거 어제 내가 발견한 건데. 좀 웃기더라... 한번 들어봐."

마침 생각이 난 듯 최신형이 최신형 카니발 모니터에서 유튜브 앱을 켜고 '장타왕 제페토'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켰습니다.

https://youtu.be/G9AOdQYhYHU

제페토 할아버지는 장타왕이었습니다. 아무도 할아버지가 직접 장타를 친 걸 본 적은 없습니다. 왜냐면 할아버지는 이제 골프를 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페토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를 만든 사람이니까요. 나무를 깎아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을 하는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를 의심한다? 불가능합니다.


대신 거짓말 장이는 피노키오 차지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피노키오를 위해 할아버지는 매년 10야드씩 더 나가는 드라이버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의 사랑은 자랑하고 싶은 피노키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갔습니다. 피노키오가 10년째 매년 10야드씩 더 나가는 드라이버를 들고 나왔지만 피노키오의 드라이버거리는 10년 전에 비해 20야드나 더 늘었을까요? 


하지만 제페토 할아버지의 사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피노키오를 위해 또 새로운 드라이버를 만들었습니다.


10년 전에 베어 놓은 미루나무를 빙하가 녹아내린 차갑다 못해 시린 호수에 2년 넘게 담가 놓은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3년 동안 말린 후 다시 5년 동안 알프스 정기를 흡착시킨 나무를 사용한 최고의 드라이버였습니다.


드라이버를 받자마자 골프장으로 향한 피노키오가 멋진 티샷을 날린 후 말했습니다. 

"우와... 이건 정말 환상적이네. 작년에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드라이버보다 최소 20야드는 더 나간 것 같아."

그런데 동반자들은 피노키오의 코만 쳐다보았습니다. 피노키오가 방금 또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유튜브가 끝나고 4명 모두 재미있다며 웃었습니다. 잠시 흐른 침묵을 최신형이 깼습니다.


"야~! 근데 팡팡 드라이버 있잖아. 그 페이스를 카본으로 만드는데 거의 반도체 가공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두께가 4mm에 불과한데 카본시트를 60장이나 붙인 거래. 근데 그게 카본 시트를 붙일 때 조그만 기포가 생겨도 임팩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거나 갈라진다네. 그러니 얼마나 정밀하게 잘 만든 걸까? 요즘에는 정말 옛날에는 절대 불가능한 제조 방법이 사용되는 것 같아."


한동안 장비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던 카니발이 IC를 나서며 점심을 해결할 맛집과 메뉴 이야기로 떠들썩 해졌습니다. 그날 최신형의 최신형 드라이버가 어땠을까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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