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2 : 4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이직 준비를 하게 되었다. 디자이너인 분들은 알겠지만, 디자이너에게 포트폴리오 제작은 필수다. 하고 싶은 일과 가고 싶은 회사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에 맞는 작업물들을 만들거나, 재탄생시키는 일 또한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작업하는 기간이 필요한 만큼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오랜만에 이전에 준비했던 포트폴리오 열어보니 "나 어떻게 취직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터 브랜드 디자이너에 대한 어렴풋한 니즈는 있었지만 전 회사를 다니면서 브랜드 디자이너의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선명해져서 브랜드 디자이너에게 맞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만든 작업물들과 나의 디자인 가치관에 대한 것들을 1차적으로 배치해 두고 다양한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직종의 분들, 동종업계 디자이너, 다른 직군의 디자이너분들에게 완벽하지 않은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물어보며 다녔다. 또바기 자신이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3년 차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서는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준다는 게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 나만의 노하우들을 공개하는 일이기 때문에 망설여지기도 하는 일일 수 있다.
또바기 본인은 고등학교 때 미술 입시를 할 때 학원에서 실기시험을 볼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거나,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각자의 작업물들에 점수를 내리고 평가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스스로의 무능력함과 부족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에 대해 버거워했다. 어찌저찌 대학 입학 후 점점 내 작업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일에 소극적으로 되었다. 그렇지만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대범하게 다른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작업물에 대한 의견을 듣기 시작하니까 나의 생각하는 범위와 관점들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악용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능력이 그 정도인 것이고, 늘 제자리일 것이다. 안쓰러워하고 쿨하게 넘어가자. 그런 제자리인 사람들에게 신경 쓰기엔 나는 더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저 남들의 완성된 작업물만 보는 것은 대단하다, 나는 왜 저렇게 못 했을까 하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이 사람이 이 결과물을 만들 때 어떤 가치관으로, 관점으로 바라봤는지 알게 되면 공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뜻이 맞거나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도 찾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익숙해진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데 효과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렇듯 디자이너는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보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디자이너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순기능만을 가져올 수 있도록 본인이 잘 선택 해야한다. 너무 많은 의견을 듣다 보면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작업하는 방향에 대한 중심을 잘 잡고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본인의 질문에 솔직한 의견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은 나의 작업물과 나의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봐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수용하는 능력과 본인의 명확한 디자인적 가치를 명확히 세울 줄 알게 된다면 회사에서 다른 팀들과 소통할 때도 디자이너가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할 수 있고, 주체적인 디자인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 전시를 관람하고 왔는데 디자인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과거에서 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국 디자인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에 올릴 글 주제?
1. 브랜드 디자이너의 매력
*2주에 한 번씩 올릴 예정으로, 그 사이 다른 주제로 바뀔 수 있다.(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