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가 돌아왔다. 출근길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탈출했는지도 모를 카드가 점심 즈음 엄마 손에 잡혀 있다는 제보가 왔다. 평소 의심 많은 딸을 위한 친절한 인증 사진과 함께. '에이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식탁 위에 두고 간 걸로 엄마가 놀리는 거겠지 했더니 돌아온 대답.
이쯤 되면 필시 또 뭔가 시트콤을 찍은 것이 분명하다. 점심 즈음 잠시 산책을 가려 집을 나서던 길에 왠 카드 하나가 길바닥에 정확히 내동댕이 쳐져 있더란다. '귀한 걸 누가 또 이렇게 흘렸을까' 하며 걱정을 하며 지나려는데, 왠지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아 무조건 주워야겠다 싶었다나 모라나. 촉이 이런 것인가. 날쌔게 주워 꼼꼼히 살펴봤더니 출근한다고 촐랑대고 나간 딸내미 이름 석자가 떡하니 적혀 있어서 더 기가 막혔다는 후문.
시원하게 혀차는 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흐른다. 평소엔 노안이라 글자도 잘 안 보여서 코끝에 걸친 돋보기를 올렸 내렸다 하는 분이 딸내미 이름 석자는 잘도 한눈에 알아봤다. 워낙 길 바닥에 대책 없이 널부러져 있던 친구라 혹시 뭐가 묻었을지도 몰라 알코올로 소독도 하고 세수도 시키고 말려 놨단다. 그 넓은 길 한 복판에서 카드를 발견하고 잽싸게 낚아채서 '요리조리' 살펴봤을 모습을 떠올리니, 신기한 동시에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는 이상한 순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지나다니는 그 길 한복판에서 어떻게 너를 알아본 것일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시장 한복판에서 비슷한 헤어스타일에 비슷한 옷을 입고 마트에서 나눠준 똑같은 장바구니를 든 수많은 엄마들 중에서 우리 엄마를 한눈에 찾아내는 나와 같은 것 인가.
정신 좀 차리라며 시원하게 내리 친 등판은 꽤나 '얼얼'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가기로 한다. 돌아온 카드 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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