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쫑알쫑알 대는 사람 Jun 19. 2023

그럴 수도 있지!

최근 이직을 한 친구네 회사에 알고 보니 어마 무시한 악당이 있단다. 악당이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되겠다 싶어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


말없이 와서 닿는 친구의 시선이 무척이나 따갑다. 요즘 부쩍 어떤 주제의 얘기를 꺼내도 자주 이렇게 답하곤 했단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내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되물으니, 진짜 나 란다. 기억조차 없는데, 듣고 보니 비단 친구나 가족과 대화할 때뿐은 아닌 것 같다.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를 되짚어 보자니, 심각하다.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저건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고 하는 대화에서도 으레 했던 말.


"그럴 수도 있지."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해결해야만 한다는 의지를 담은 말인가. 입맛이 씁쓸하다. 매일 같이 벌어지는 전쟁 같은 일과 속에 한 치 앞도 예상 못한 상황들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입버릇이 되어버린 말이 분명하다. 오늘만 해도 한 치 앞도 예상하지 못했던 온갖 문제들이 동시 다발로 터져내고 있었으니, 오늘만 해도 수십 번은 외쳤을 말이다.


"옷 좀 벗자마자 깔끔하게 치우면 안 되겠니?!"


퇴근 후 혼자 잠시 생각에 빠진 채 옷을 '주섬주섬' 벗기 시작하는 나를 향해 엄마가 잔소리를 시작한다.


“그럴 수도 있지.”


순간 입 밖으로 낮게 읊조린 소리에 시원하게 날아든 등짝 스매싱.


아! 그럴 수도 있지! 쫌!


작가의 이전글 지금, 떠나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