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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Feb 17. 2024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글 쓰지 않는 작가의 변



나는 어떤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일까.

어둡고 불행한 여인의 이야기를 쓰다 지치고 슬퍼져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모모, 어린 왕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같은 이야기.


옛날 찰스 디킨스 시절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지루한 삶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었겠지. 나도 그렇게 유희로서의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놀이가 있고 지나치게 자극이 많은 시대에 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이다지도 맥빠지고 재미가 없다. 내가 잘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와 문화를 소비하는 것에 더 골몰하게 된다.


네까짓 게 뭐라고, 악마는 계속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글, 쓰나 마나 한 글 따위 집어치우라고.


쓸 말이 많은데도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너무나 많은 생각이 오락가락해서 마음만 분주하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말만 태산처럼 쌓인다.

하고 싶은 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때도 있지만, 안으로만 안으로만 뱅글뱅글 돌아갈 때가 있다. 아주 사소한 것도 에세이가 되어 나올 때가 있는가 하면, 글감이 많은데도 한 편의 글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상태가 꽤 오래 계속되기도 한다.

성급하게 슬럼프라고 단정 짓진 말자.


때가 되면 나오겠지, 여유를 가장하며 조금 더 기다려본다. 아무튼 핑계 하나는 잘 대는 사람이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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