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에세이 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만,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충분히 할 수 없었던 내밀한 감정을 글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고 싶지만, 여러 가지 걱정과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략적 에세이 쓰기’의 작가 김효선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특기인 ‘분석과 도출’이라는 방법을 통해 에세이 쓰기의 효율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에세이는 혼자 보는 일기와는 달리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다. 저자는 일기 같은 나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바꾸려면, 의미 있거나 재미있거나 둘을 혼합하여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의미화’의 과정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미가 있는 글을 쓰려면 세상을 깊이 바라보고 성찰하여 자신만의 관점이나 철학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읽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와 공감, 위로와 교훈 등을 줄 수 있을지 작가는 고민해야 한다.
메시지를 주면서 재미도 있다면 금상첨화다. 흥미로운 글이 되기 위해 저자는 ‘소설처럼 쓰기’를 제안한다. 시각적인 장면 묘사, 적절한 비유,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서사 등 소설의 느낌을 주면 에세이에 몰입하기 쉽다.
흔히 에세이는 붓 가는 대로 자유롭게 쓴 무형식의 글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문장 하나를 잘 쓰는 사람보다 구성을 잘 엮는 사람이 매력적인 책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주제에 맞는 형식을 찾아 구성하고, 글의 방향과 경로를 설정하면 좋다.
초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누가 내 이야기를 읽겠어? 관심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예상 독자를 분석하고 책을 쓸 필요가 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나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구체적인 독자를 예상하고 차별화된 콘셉트로 구성한다.
분명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잘 이어지지 않고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글은 ‘쥐어 짜내는 것이 아니라 흘러넘쳐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글을 몇 줄 쓰다 행간이 강처럼 넓어지고 모니터가 벽처럼 확대되는 것 같을 때가 있었다. 자꾸 가로막히고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는 내 안에 글이 마른 개울처럼 졸졸 흘렀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 자료조사도 하고 독서와 성찰을 하며 내 안에 글감이 흘러넘치도록 기다리는 것도 글을 쓰는 과정이다. 쓰고 싶은 글이 있지만 아직 설익었다 느껴진다면 잠시 유보하고,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시작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효선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나만의 에세이 책을 쓰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에세이라 쉽게 접근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글을 쓴다는 것과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지도 모른다.
에세이는 소설이 아니다. 독자의 공감을 이끌고 감동을 주는 것은 결국 작가의 진정성과 솔직함이다. 칭찬받기 위해 거짓을 지어내거나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한 글보다 투박하지만 담백하고 진솔한 글이 진정한 에세이다. 진심은 작가를 배신하지 않고 독자에게도 전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