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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단풍 맛집 경상남도수목원

가로수만 봐도 행복한 가을이다

by 류다


두툼한 옷을 입고 있지만 낮에는 아직 가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씨다. 봄에는 벚꽃 구경,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가까운 동네 산책길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철철이 옷을 갈아입는, 자연이 베풀어주는 무상의 선의. 젊은 시절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에 휩싸여 그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주변의 소박한 풍경들이 때로는 찌르르 감동으로 다가온다. 변덕스러운 시절 인연에 연연할 필요 없이 자연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아낌없이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거닐다 보면 이름 모를 한송이 들꽃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강아지풀이, 바스락거리는 마른 낙엽과 떨어진 열매들이 편안히 곁을 내어준다. 가끔 먹는 특별한 음식보다 물리지 않는 은은한 풍미의 밥처럼,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려한 절경보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동네 풍경이 더 정겹고 푸근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일까.



어느 고장이나 단풍이 특별히 아름다운 장소 한두 곳은 있을 터인데, 진주의 단풍 맛집이라고 하면 단연코 경상남도수목원이다.

늦가을이면 짙은 황금색으로 물드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장관이다. 수목원에는 이런 가로수길이 세 군데 포진해 있으니 어느 곳을 거닐어도 좋다.

특히 봄, 가을이면 어린이집과 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이기도 한 경상남도수목원은 사철 모두 아름다운 곳이다.




매년 경남수목원을 찾지는 못하지만, 진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다. 잘박 잘박 수목원의 길을 걸으며 나무와 연못과 풀들이 가득한 자연 속에서 어느새 어린아이가 된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놀러 온 순수한 아이로 돌아가 있는 그대로 즐거워하며 뛰어논다.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옮기는 화가는 못 되지만, 대신 사진을 찍어 이 순간을 박제한다. 아름다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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