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119를 타고 가셨다
금요일 저녁 늦게 잠을 청하고 곤히 잠든 새벽 5시 10분! 진동으로 해놓은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에 뜨는 건 ‘사랑하는 엄마 ○○○여사’! 이른 새벽에 엄마의 전화 소리를 듣는 순간 직감했다. ‘아 무슨 일이 있구나’
‘엄마 무슨 일이야?’
‘너거 아버지 119에 실려서 지금 응급실에서 검사받고 있다’
순식간에 뇌가 굳은 듯 멍해져 버렸다.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신 친정아버지는 다행히 회복하시고 그간 잘 지내오셨다. 언젠가는 망가진 전두엽도 더 이상 역할을 못할테고 끊지 못하는 담배로 인해 뇌 손상은 더 진행되고 결국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그 염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여든이 넘으신 아버지 그리고 그 배우자 곁을 지키는 일흔여덟 엄마! 친정과는 먼 거리에 있기에 한걸음에 달려갈 수도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 단 한 명만 아버지 곁을 지킬 수 있기에 선뜻 나서지도 못했다. 근처 있는 큰언니가 엄마와 함께하였고….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아직도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입원한 지 3일째! 다행히 뇌출혈은 없는 상태지만 뇌가 심하게 흔들려서 뇌기능이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사의 소견! 몇 주 약물 치료받으면 괜찮다는 의사의 말에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엄마에게 또 전화가 왔다.
“너희 아부지 4인실에서 쫓겨나서 지금 1인실 독방에 왔다”
“왜? 엄마”
“밤새 소리 지르고 난리 났다 우야노! 너거 아버지 3년 전하고 똑같다”
밤새 아버지와 씨름을 했을 엄마를 생각하니 걱정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과는 달리 아버지에게 섬망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병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 조각을 보고 물고기라고 하고 계속 엄마를 아가씨라고 부른다.
2주 전 친정에서 봤던 아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촌에서 농사를 지으신 아버지는 늘 오토바이를 타고 촌마을을 누비신다. 우리가 밭에서 일하면 ‘부르릉’ 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아버지! 지글지글 따뜻한 방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군불을 넉넉해 떼어주시는 아버지! 땀을 흠뻑 흘릴 정도의 찜질방을 만들어주는 아버지는 이제 병원 베드에 누워서 고래고래 고함만 지르신다.
나이가 많으신 아버지라….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시진 않을 테지만 곧 그 시기가 올까 봐 두렵고 겁이 난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생활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하루이다. 늘 이른 저녁을 드시고 7시, 8시 드라마를 꼭 챙겨보시는 엄마 아빠! 이제 평범했던 일상이 사라져버렸다. 그저 그렇게 보냈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때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섬망 증상이 사라지고 다시 아버지가 좋아하는 태어나신 마을로 돌아갈 수 있기를... 매일 아무렇지 않게 보냈던 일상생활로 돌아가시길.... 오늘도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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