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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QP May 31. 2023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

벌써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이미도 너무나 많은 말이 그에 대해 행해졌을 것이지만, 그래서 아래에 주욱 펼친 내 글에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더는 참신함도 달리 쓰여질 까닭도 고갈된 내가 이 이야길 하는 것은 목적을 배신한 순수한 사랑의 발로


   지난 몇 달간 부쩍 닌텐도 스위치의 활용에 진력을 다하던 내가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게임은 스위치 판으로 이식된 <슈퍼 마리오 3d 월드>였다. 그에 앞서 올 봄에는 <슈퍼 마리오 64>의 120개 빛나는 별을 다잡았고, 조금 더 멀리 기억을 되짚으면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요시 아일랜드>, <슈퍼 마리오 월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또는 the lost levels)>, 그리고 1985년 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까지. 꼭 8개의 게임을 스위치로 만났었다. 여기서 <마리오 카트 8>은 제하도록 하겠다. 8이란 숫자는 중요하므로.


   공교롭게도 내가 그 게임을 마무리한 시점 - 그러니까 게임이 선사하는 모든 코스를 최초로 한 번씩은 완주한 그 시점은, 내가 마리오 영화를 처음 보러 간 날짜와 대강 맞물렸는데, 이것이 안 그래도 어지간히 흡족하였을 나에게 다신 없는 감격스런 순간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나와 같이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공감할지 모르겠으나, <슈퍼 마리오 3d 월드>의 마지막 코스는 예사와 거리가 멀다. 코스는 총 8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사실상의 축하 인사인 마지막 두 단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여섯 개의 시련이 순차적으로 존재한다. 결국에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각각이 그리고 점점 더 기막힌 난도의 테크닉을 시험하는 단계들을 주파하는 동안 그곳에는 그 어떤 종류의 파워업도 부재하고 세이브 지점도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다.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유일한 파워업의 기회는 게임에서 죽었을 때, 꼬마리오가 아닌 슈퍼 마리오로 되살아난다는 것. 따라서 매번 반복되는 시도에서 나는 최소한의 파워업을 마친 채로, 즉 슈퍼 마리오 - 추락을 제외하면 죽기까지 단 한 번의 여유는 남긴 채로 다시금 출발하게 된다.


   이상에서 무엇인가 떠올릴 수 있다면 난 성공한 것이겠다. 어쩌면 무수한 매체에서 이미 과도하리 사용되었을 보니 타일러의 <Holding out for a hero>를 배경으로, 선뜻 불가능한 코스에 도전하는 마리오의 모습. 수 차례 경험의 덕에 얻은 자그마한 성공에는 매번 예기치 못한 전개, 새로운 방식의 패배가 잇따를 뿐이고, 주인공은 그것이 설계된 바에 따라 가능한 모든 형태의 실패를 거듭 반복하는 것 같다. 내가 그 게임의 마지막 구간을 넘어서는 데에는 영화 속 마리오가 했던 것보다도 더 오랜 수행이 필요했다. 아마도 난 그 주의 주말 전체를 저 하나에만 헌신하였으리라. 반영, 그중에서도 공감이며 감정 이입의 예술을 옹호하는 자라면 그 상황이 갖는 유사함의 성질/대칭성을 한껏 만끽했을 것이고, 그게 아닌 나처럼 매정한 독자라 할지라도 주인공 마리오가 달려가는 장면들에 지난 나를 투영하며 괜시리 울컥하는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결코 익숙해진 평범은 아니었다.


피치 공주, 아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이 코스를 단번에 주파할 수 있을까?



PS.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는 영상의 모험이었지만, 문제를 풀이하듯 그 가운데 내가 노련하게 포착한 바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 점에 관해서라면 훨씬 더 유익할 인터넷의 글이나 유튜브를 찾아볼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내 맘에 너무나 꼭 들어서 도무지 방방 떠들고자 하는 욕망을 달랠 수가 없는 그것은, 이 영화가 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떠받드는 수 개의 게임들로부터 제 요소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슈퍼 마리오 월드>만 하더라도. 얼핏 그 작품은 비중 있게 관여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곳곳에 그 자취가 - 마리오 형제의 티비 광고에서 노란 망토를 두르고 날으는 그들, 버섯 왕국으로의 귀환 시 너구리 마리오로의 변신 직전에 흘리는 음악(변신과 동시에 슈퍼 마리오 월드의 athletic 테마에서 3의 그것으로 전환되었다. 알다시피 너구리 마리오는 슈퍼 마리오 3의 아이템이니까. 솔직한 말로 부자연스러웠지만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엔딩 크레딧에서 캐슬 테마, 그리고 내가 제대로 보았다면 정글 왕국의 세계 지도는 <슈퍼 마리오 월드> 풍으로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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