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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나 박시니 Oct 07. 2024

근본있는 신작, 뉴클래식 프로젝트①

명작이 된 옛날 드라마를 오늘날의 새로움으로 선보일 것이란 기획의도, 새롭지만 근본이 있는 클래식이란 뜻을 직관적으로 담아낸 뉴클래식(New Classic) 프로젝트 타이틀을 만들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던.. 프로젝트의 탄생 비화를 되짚는 글입니다. *다소 긴 글 주의*



"드라마도 역주행 좀 시켜보자. 우리만 할 수 있는걸로"


이 한마디로 시작된 '뉴클래식 프로젝트'.

첫 시작은 심플했다. 포화 상태의 콘텐츠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채널의 선택지는 넓어진 지금, 구독자(혹은 시청자)에게 웨이브를 계속 써야 할 이유를 만들고싶어 시작한 브랜딩 프로젝트였다. 무작정 웨이브를 쓰라고만 하지말고 '왜' 웨이브를 구독해야 하는지,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게 뭐길래 여기에 남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마케팅에서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의지였다.


이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웨이브만이 가진 옛날 드라마를 활용한다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 그간 해오던 신작 콘텐츠 중심이 아닌, 이미 검증된 좋은 콘텐츠들을 꾸준하게 사랑받게 하고 싶었다. 한국 드라마 박물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KBS, MBC, SBS 공중파 3사의 모든 콘텐츠가 모인 곳은 우리 웨이브 뿐이니, 이 강점을 활용해 우리'만' 할 수 있는 무기를 골라낸 것이다.


발목을 잡은 물음표들


옛 드라마를 역주행 시킨다. 좋은 취지이지만 초기 단계에선 과연 정말 통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다 본 드라마를 또 보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방영 당시야 본방으로 한 회, 한 회를 달렸다지만 그 긴 에피들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드덕이 아닌 사람들도 소위 재탕이라 하는 다시보기를 많이 할까? 싶었다.

또 검색 한 번이면 결말까지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스포가 온 천지에 널린 드라마인데. 이걸 보고싶어 할까? 게다가 유튜브에 요약본이 이렇게나 많은 세상에서?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런데 웬걸. 데이터를 들여다본 순간 이런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 됐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꾸준하게 옛날 드라마를 소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라기 보다 의미가 담긴 것들이 많았다. 어떤 누군가는 그 드라마의 계절이 찾아와서, 또 어떤 누군가는 삶의 한 순간에 그 드라마가 생각나는 일들이 펼쳐져서.. 이유는 다양했다. 이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 어떤 날에는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가 아닌, 한참도 더 전에 끝난 옛날 드라마 이야기로 가득한 글들이 몇시간이고 떠들어지는 날도 존재했다. 신작은 새롭고 궁금한 맛으로 먹는다면, 구작은 이미 아는 맛이라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지는 맛으로 찾고 있는거였다.


그 글들로 드라마를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도 예상 밖이였다. 오늘날과는 다른 옛날 드라마 특유의 스토리, 설정, 전개 방식에 호기심을 보이며 정주행을 시작했다. 일단 근본이 있는 명작이란 점에서부터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했다.(혹은 내용은 몰랐어도 짤로 남은 명장면을 밈으로 알고 있던 이들이 이게 그거였어?라며 호기심을 보였다.)


게다가 요약본 만으론 성에 안 차 결국 정주행했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궁금해져서 찾아보다 제대로 정주행하고 싶어졌다는 반응들이었다. 뭐랄까 오늘날 고자극 드라마와는 다른 맛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돼 있었달까. 패션에서만 y2k 열풍이 온 게 아니라 콘텐츠에도 이미 그 트렌드 흐름은 흐르고 있었다.


또 시청 후엔 "이런 드라마류 또 추천해줘"란 반응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익숙하고 또 먹고 싶은 맛인 옛날 드라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나한테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야'를 맡는 새로운 맛의 신작일 수도 있는거였다.


이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는 잊고 있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바로 Classic is the best 라는 말.

한 번 명작은 영원한 명작이기에 그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이 책일 땐 몇 번이고 개정판으로 재출간 되고 있고 영화일 땐 몇 번이고 재개봉을 할 만큼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유독 드라마에서만 이런 형태가 없었을 뿐, 어쩌면 사람들에겐 이미 익숙하고 흔한 형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최초 시도는 드라마 박물관이라 해도 무방한 웨이브이기에 할 수 있단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그간의 머릿속 물음표들은 느낌표로 바뀌었다.


AI 기술과 함께 탄생한 근본 있는 신작


이렇게 본격 악셀을 밟으며 나아간 뉴클래식 프로젝트. 우리가 가진 무기를 오늘날 방식으로 오늘날 시청자들들의 편의에 맞춰 보여주는 첫 조건은 이러했다.


1. 화질&음질 개선

2. 자막 제공

3. 분량 조절


오늘날 고화질, 자막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후킹 정도에 따라 관심을 주는 시청자들 눈높이에 맞추려면 최소한 저 3개의 조건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시성비를 쫓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60분을 꽉 채운 16부작이 대다수인 옛날 드라마들을 전부 다 보게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오늘날의 방식에 맞게 분량 조절, 그리고 다시 보니 놀라운 시대 정서 차이 때문에라도 재편집은 필수로 이뤄져야 한다 생각했다.


1, 2번은 기술 문제에 해당한다. 음질은 편집 단계에서 오늘날 기술의 믹싱 진행, 화질은 AI 기술로 업스케일 시킬 수 있었다.


AI.. 문과생인 입장에서 AI 기술로 세상이 시끄럽기는 하지만... 도대체 어떤게 정확하게 내게 도움이되는 건지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기술로 활용된다는 점이 정말로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정말 놀라운 AI 기술력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영상과 음원이 한데 묶인 파일도 AI 기술로 분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발전해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 기술력은 3번 기준을 적용시킨 뉴클래식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클래식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옛 드라마들 대부분은 소스가 온전치 않았다. 클린본은 고사하고 방송용 파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DVD 파일을 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말인 즉슨 분량 조절을 위한 편집을 할 수 없었다는 소리다. 이 이유로 프로젝트의 실현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많은 테크 업체들에 문의한 끝에 결국 AI 기술 활용 방법을 찾아냈고 편집이 가능한 영상 음원 분리 소스를 만들어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이 프로젝트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 프로젝트가 가진 의미를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3번, '어떻게' 분량을 조절한 편집을 할 것인가. 이 부분은 꽤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뭣보다 유튜브 요약본과의 차별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온갖 요약본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왜 뉴클래식 프로젝트 버전을 봐야하는지, 어떤 점에서 보고싶은지 명확한 이유를 만들고 싶었다.


고민 끝에 떠오른 가장 명확한 차별점은 바로 퀄리티였다. 요약된 버전은 말 그대로 짧게 요약된 것이기에 흐름이 자연스러울 수 없다. 요약된 만큼 덜어진 내용도 많아 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엔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요약본으로 옛 드라마의 호기심을 다 채우기엔 부족함을 느낀 사람들이 결국 정주행까지 하고 있었으니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며 퀄리티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으면서 우리는 원작 감독님 참여를 필수 조건으로 내세웠다. 명작 드라마를 만들어낸 사람이자 가장 잘 아는 사람인 원작 감독님이 참여한다면 원작의 오리지널리티가 보장되는 고퀄리티의 2024년 버전이 재탄생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쉽게 말하면 감독판 제작이었다. 가능하다면 원작 편집, 음악 등 주요 키스탭들까지도 뉴클래식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자 했다.


이어 정확한 회차, 러닝타임 조건을 설정했다. 자막 기능의 필수화 만큼이나 회차 역시 오늘날 트렌드로 변화한 지점들이 컸기 때문이다. 예전엔 꽉 채운 60분짜리 16부작 미니시리즈가 당연했다면 요즘은 10부작, 12부작 등 다양한 형태의 회차가 존재한다. 오히려 16부작이 나오면 간만에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나마 TV드라마라 10부작 이상이더라도 부담스럽지 않게 느끼지, OTT 시리즈엔 조금 더 야박(?)하다. 최대 8부작, 50분을 넘지 않는 길이의 시리즈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50분 내외 분량의 6~8부작으로 재해석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화 하는 것을 최종 조건으로 설정했고 요약되는 스토리의 중심 포인트, 그리고 그 서사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컷 구성까지 새롭게 다듬는 재편집 방향을 설정했다.


그리고... 하나 더,


이렇게 각 조건들을 세분화하며 추가한 4번 조건이 있다. 바로, 음악.

달라진 화질 만큼이나 24년도 버전만의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음악 편집에서의 인, 아웃점이 달라지는 것, 기존 배경음악을 편곡 혹른 새롭게 작곡하는 것, 사운드 믹싱을 다시 하는 것 외에도 2024년 버전의 새로운 요소를 명확하게 넣어 새로운 드라마로의 재미를 만들고 싶었고. 이것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OST 리메이크라는 새로운 도전 영역 하나를 더 추가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 &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어떻게' 만들지를 정했으니 이제는 '어떤' 작품으로 이것을 실현할지 결정할 때가 왔고. 작품 선정에도 프로젝트 의도가 살 수 있는 기준을 설정했다.


1. 화질 부문 기술력이 HD로 발전하기 전인, SD 드라마일 것

2. 지금의 2030이 본(혹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 한) 2000년대 초반의 드라마일 것

3.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기록과 팬덤이 있는 드라마일 것

4. 제작진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이 현재에도 활동중인 드라마일 것


그리고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한 <내 이름은 김삼순>과 <미안하다, 사랑한다> 두 작품이 뉴클래식 프로젝트 작품으로 최종 선정됐다.

공개 순서는 <내 이름은 김삼순>은 여름,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겨울이란 계절 상징성까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첫 파트를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두번째 파트로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이어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작품 선정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만한 작품들 사이에서 단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괴로움도 정말 컸다. 그래서 모든 작품을 감독판으로 내놓을 순 없지만 화질개선,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라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즐기게 하고 싶었다. 한 마디로 패키징이다.

이 뜻을 파트1에선 <내 이름은 김삼순>와 <커피프린스>, <궁>, <풀하우스> 패키징으로 실현시켰고. 파트2에선 <겨울연가>, <꽃보다 남자>를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패키징 작품이 한 데 모인 프로젝트 포스터. '옛드=TV드'란 점에 착안해 TV를 키비주얼로 잡고 개발했다.


마케터 + PD = 나?


'어..? 이게 정말 된다고??'싶을 정도로 깊은 고민을 알아봐주고, 이 기획의 의미에 동감해준 제작진이 모였을 때. 기적같은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마냥 웃지만은 못했다. 그동안 해왔던 마케팅, 홍보가 아닌 PD 영역의 '제작'까지 총괄해야하는 현실이 훌쩍 다가와버렸기 때문이었다.


PD들과 손발맞추며 일해오기는 했지만 실제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일이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 도망가고 싶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의도했던 바들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임을 생각하며 용기를 가졌고.(이때 내 손을 붙잡고 할 수 있다고 힘을 준, 유일한 동료에게 감사를 표한다.) 컷과 음악 편집은 물론 DI, CG, 믹싱, 종편 모든 단계에서 이 프로젝트의 기획의도가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도록 PD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이 과정 이야기도 한보따리라.. 파트2 작품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공개 후 2탄으로 풀어야 할 것 같다...)


제작과 동시에 마케터로서 각종 선재와 부가 콘텐츠 제작, 바이럴, 온오프라인 행사 등을 실행하며 프로젝트 확산에 힘썼고. 2024년의 뉴클래식 <내 이름은 김삼순>은 웨이브 유료 가입자 1위,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중 역대 최다 오가닉 바이럴 기록이라는 또 한번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쟁쟁한 신작들 사이에서 20여년 전 드라마가 1위를 기록하다니! 단순한 숫자 1 이상의 의미가 담긴 이 기록들이 다시 쓰여진 순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너무 모든 것에 감사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 할지라도 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기적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쓰는 레전드 드라마, 파트2


파트1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제는 파트2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달릴 시간이 왔다. 명작의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과 캐릭터들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p.s. 못다한 이야기는 파트2 공개 후 coming soon..을 예고하며

뉴클래식 프로젝트 매니패스토 영상과, 2024년에 말하는 2004년의 <내 이름은 김삼순> 코멘터리, 문명특급 영상을 놓고, 20000...


매니패스토


<내 이름은 김삼순> 코멘터리 미리보기


내 이름은 김삼순x문명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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