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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Dec 08. 2022

비움과 채움

도대체 왜 이 짐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가?

" 삼촌, 또 오셨네요^^ 예약자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11월 말부터 계속되는 연말 모임에 이틀 연속으로 같은 집을 들리게도 된다

핫 하다는 맛집은 벌써 연말 예약이 동이 난 상태라고 하니 새삼 12월의 시간을 느끼게 된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겠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 간의 인연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1. 정리(비움)


2022년 마지막. 12월의 시간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한 해 동안 나와 내 주변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들여다보며 정리와 약속의 시간을 가진다

정리는 묵은 것을 버려야 하는 과정이고 약속은 새로움을 채워야 하는 과정이다

즉, 새로움을 채우기 위해서는 묵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한 해의 마지막, 나에게 중요한 정리의 대상은 인간관계, 즉 "인연"이다

매년 하고 있는 나의 과제이자 인생의 짐을 덜어내는 과정 중 하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옛부터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해왔다

그리고 한번 맺은 인연은 잊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길 소망하였다

하지만 그 인연이 악연이었더라도 계속 이어나가길 소망하였을까?

당연코 소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질겨지기 전에 끊어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증의 인연일수록 그 질김은 오래가는 법.  질겨지기 전에, 그래서 애증이 생기기 전에 싹둑 잘라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인연의 유효기간을 11개월로 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폰의 연락처 및 카톡의 대화창을 열어보고 지난 11개월 동안 연락 없이 묵혀있던 이름들을 과감히 삭제한다. 나에게 삭제된 그 들 역시 나의 이름을 삭제해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것이 나의 인연 정리 방법이다.

정리의 과정이 너무 쉬워서 피식 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한번 맺은 인연을 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도 힘든 일이다

그래도 매년 인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게 있다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인연의 거리. 즉, 마음의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고운 인연의 관계에서는 필요가 없지만 정리를 해야 할 인연에서는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정리를 해야 할 인연이라도 이미 거리를 두었기에 그리 미안해하거나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나에게 있어 인연의 유효기간은 11개월이며 그동안 적정한 인연의 거리를 둔다.


서른 즈음으로 기억한다

몇몇의 친구를 내 마음에서 떠나보낸 기억

태어나서 처음으로 끊어버린 인연의 끈.   두려움과 혼란으로 보낸 오랜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홀가분함으로 다가왔다

끊어버린 인연의 끈에서 처음 느껴보는 홀가분한 인생의 무게감이었다


당시 나에게 인생의 짐을 줄이고 삶의 우선순위를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든 트리거가 된 책이 있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너무 무거운 짐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건 아닌지?"


저자는 동부 아프리카 여행 도중 만난 마사이족 족장에게 자신의 배낭에 들어있는 신기한 물건들을 자랑하듯 모두 꺼내 보여 주었다. 그 물건들을 빤히 쳐다보던 족장이 이렇게 물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줍니까?"


물론 마사이족의 눈에 비친 기이하게 생긴 현대 문물들은 그 쓰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에 그렇게 얘기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물건들로 인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내가 짊어지고 있는 인생의 모든 짐들에서 과연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모두들 가방에 짐을 넣기만 했지 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곤 계속 무거워 지는 인생의 짐을 아등바등 지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인생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이유인것이다.


책[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의 4번째 목차 "도대체 왜 이 짐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가?"

를 읽고 다짐한 것이 있었다

인생의 짐에서 무거움의 비중이 가장 큰 "인간관계의 짐을 줄이자"는 다짐이었다

가정, 사회,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관계는 필연이다

찾아가는 인연도 있을 것이고 또 찾아오는 인연도 있을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그 관계들이 모두 좋은 인연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그 시간의 끝에서  인간관계의 짐을 줄이고 인생의 여유와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약속(채움)


짐이 무거워짐을 느낄 때

가방을 풀고 다시 꾸려보자

가방 안 가득 담긴 인연이라는 짐부터 풀어보자

나의 마음을 불안케 하는 인연, 나의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인연, 나에게 화를 자초하는 인연의 짐을 이제라도 모두 버리자

보름의 그득한 채움은 그믐의 허한 비움이 있기에 가능한것처럼 우리의 인연도 비움이 있어야 새로움으로 차 오를것이다


고인물이 썩듯 변화의 흐름이 없는 인연은 곪고 상처 나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오랜 친구 그리고 서로에게 선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인들에게 나는 고인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집중과 선택으로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챙겨줄 수 있는 마음씀의 변화가 항상 있어야 할 것이다

채움을 위해 내년을 약속을 한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그곳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인연으로 나의 가방을 다시 꾸려야겠다는 약속을...

마치 브런치 작가님들과의 고운 인연처럼...

“하나라도 놓칠까 봐,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아등바등하며 살다 보면 정작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는 잊어버리고 말아. 그리고는 시간이 흘러 후회를 반복하는 거지. 인생에서는 자기만의 중심이 필요해.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도 있고. 이 책이 그 길을 알려줄 거야.” - 배우 최불암[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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