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쓰는 어린이와 첫 수업하기
소담 8기가 시작된 것은 2017년이다. 2017년 처음으로 시동아리 이름을 '소소함을 담다'를 줄여서 '소담'이라고 했다. 그 이후 '소담'은 8년째 쭉 이어져 왔다. 처음 시동아리를 만들었을 때는 학년 단위였다. 옆 반은 체육동아리를 만들고 우리 반은 시동아리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우리 동아리는 인기가 없었다. 우리 동아리에 오는 아이들은 가위바위보에 져서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첫 수업하는 날 모습을 어떨지 상상이 갈 것이다. 옆 반 선생님과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나갔고 우리는 안 그래도 나른한 오후에 조용한 명상 음악과 함께 동시를 읽고 쓴다. 아이들은 힘들고 아이들을 보는 나는 더 힘들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도덕 수업을 할 때마다 시를 읽어 주었다. 그저 한 편씩 읽어주었다. 5월에는 지역에 있는 임수현 작가와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작가가 살아있느냐는 질문부터 진짜로 오느냐는 질문까지 열 반에게 열 번을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올해는 시동아리 안 하고 편하게 지나가려고 했는데 결국 시동아리를 모집했다. 근데 80명이 넘게 지원을 했다. 아이코 이 일을 어쩌나 생각하다가 시동아리 가입 백일장을 치렀다. 신청 인원이 너무 많아서 삼일에 나누어서 글쓰기 대회를 열어야 했다.
첫날은 "나는", 둘째 날은 낱말 두 개, 셋째 날은 "춤춘다"를 주고 한 문장을 쓰도록 했다. 평소 생활 태도, 남자니 여자니 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글로만 평가했다. 그렇게 한 반 두 명씩, 스무 명이 모여 소담 8기가 되었다.
7월 8일부터 7월 19일까지 매일 아침에 모였다. 모임 장소는 내가 전담 수업을 하고 있는 도서실이다. 모임 첫날에 내가 직접 만든 시 따라 쓰기 공책과 문구점에서 산 시공책을 선물로 주었다. 시 따라 쓰기 공책에 쓰는 첫 시는 "기뻐의 비밀"에 나오는 '아홉 살 시인 선언'으로 정했다. 올해부터 3학년 아이들은 아홉 살이니 이보다 더 마침맞은 첫 시는 없겠지. 아이들은 선물 받은 공책 두 권에 연필을 올려두고 '아홉 살 시인 선언'을 선생님 목소리로 들어보고 자기식대로 소리 내어 읽었다. 짧은 아침 시간이라 읽다 보니 시가이 다 가서 제목만 쓰고 본격적인 따라 쓰기는 다음 날로 미워야 했다.
교실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아침에 일찍 오면 오는 대로 시 따라 쓰기 공책에 "올챙이 발가락" 여름 호를 읽고 마음에 드는 시를 따라 쓰도록 했다. "올챙이 발가락(이하 "올락")"은 한국 글쓰기 연구회에서 펴내는 어린이시 계간지이다. 한국글쓰기연구회 여름배움터에서 알게 된 "올락"은 가격도 착해서 아이들에게 한 권씩 선물할 수 있는 멋진 시공부책이다. 게다가 자신들과 같은 어린이들이 작가여서 재미있게 시를 만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마음에 닿는 시들도 많은 편이다. 시 따라 쓰기 공책을 펼쳤을 때 두 쪽에 한 편의 시를 쓰도록 했다. 혹시 남는 공간이 있으면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했지만 매번 시를 쓸 때마다 "남는 곳에 그림 그려도 돼요."하고 묻는다. 아직 아홉 살이라 여러 번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것이 많다. 시가 짧으면 한쪽에 한 편씩 써도 된다고 했다. 어찌 되었든 20편을 다 따랐으면 책씻이 잔치를 하자고 했다. 12월에는 해야 할 텐데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 따라 쓰기 할 시간은 부족할 것 같아 걱정이다. 7월 셋째 주! 시 쓰기 수업은 그렇게 시 따라 쓰기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