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알라 Mar 31. 2024

딸을 향한 응원

          

 항상 먼저 전화하지 않던 딸내미가 요즘 들어 계속 전화다. 전화 내용은 죄다 자랑이다. 요즘 왕래하는 친구가 별로 없어 자랑할 데가 없어서라고 하니 비록 자다 일어나 받는 전화여도 반갑게 들어주어야 할 터였다. 


 아이는 요즘 실용음악학원에 다니고 있다. 올해 목표로 설정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3월부터 다니고 있는 중이다. 나는 처음부터 아이에게 뚜렷한 자기 목표가 세워지기 전에 서둘러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자주 이야기했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며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는 학교를 나오자마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바로 직장에 들어가 직장생활도 열심히 했다. 아이가 돈을 벌다 보니 스스로 생활비를 벌고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서 나는 비슷한 또래를 둔 다른 부모들보다 여유롭게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비싼 대학 등록금이며, 생활비며 부담해야 하는 엄청난 금액들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아이의 결심도 사실은 조금 반가웠다. 비로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용음악학과를 가겠다고 목표를 정한 뒤 아이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생활비를 엄마에게 의지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일주일 내내 오전 알바를 하고, 바로 학원에 가서 날이 저물 때까지 보컬 연습이며 이론 공부까지 쉬지 않고 했다. 오히려 나나 학원 선생님이 천천히 하라고 말릴 정도로 아이는 열심이었다. 아직 입시까지 남은 시간이 많아 초반에 이렇게 달리다 지쳐버릴까 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열심이다 보니 학원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아직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아이가 매일 얼굴을 비치니 선생님들 중에 몇 분은 학원에 다닌 지 꽤 오래된 아이라고 생각한 분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이의 첫 번째 자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각에, 나는 렘수면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시간에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학원 선생님이 열심히 연습하면 실력이 는다는 표본이 바로 나라는 거야.”

 “지금 집에 가는 거야?”


 자다 일어났지만 벌써 자고 있지 않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아이와 통화를 하며 주변의 칭찬에 흥분된 마음을 잠시 어루만져주고 안전하게 귀가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엄마, 학원에서 아이들이 저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대.”

 “엄마, 레벨테스트 하는 데 선생님들이 칭찬해 줘서 결과가 너무 기대돼.”     


 딸내미에게 오는 전화는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울려댔다. 때론 수업 중에 울리기도 했는데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전화를 받으면 한참 자랑을 하고 끊었다. 그러고 나면 통화 내용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기도 했는데 나 또한 딸내미의 성취가 또 자랑하고 싶었던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3월을 열심히 보낸 아이에게 결국 좋은 소식이 도착했다.


“엄마, 나 1등 했어.”

“세상에!”     


 나도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1등이었다. 아직 다닌 지 한 달도 안 된 학원에서 1등을 하다니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지역의 작은 학원에서 하는 1등으로 전국에 있는 실력자들과 견줄 바는 아니겠지만 아이가 해낸 성취는 매우 값진 것이 분명했다.   

  

 아이는 꾸준히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다. 조금씩 자신의 내면을 만나기 시작한 사춘기 시절부터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고, 따라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남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도 좋아했다. 소심한 성격에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무대에만 오르면 떠는 기색도 없이 공연을 해내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했었다. 대학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남들보다는 늦게 시작하는 것 때문에 조금 자신감이 떨어지고 걱정도 많이 했을 아이가 그것을 극복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며 만들어 낸 성과가 어떤 성취보다 더 소중하고 훌륭한 것이었다.

     

 아직 앞으로 갈길은 멀고 험하지만 지금 스스로 만들어낸 성취감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의 추진력이 되어줄 것이다. 지금처럼 나는 자다가도 일어나 응원하고 격려해 줘야겠지만 그게 뭐 대수겠는가. 밤을 새워서라도 응원해 줘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가수 탄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