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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27. 2023

연구만 하던 애가 사업을 하겠다고?

연구 vs 사업

10년을 넘게 학계에서 연구자로 살다 갑자기 사업가로 살겠다고 하니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이 의아해했다. 돌아보면 박사과정 때도 그리고 그 이후 연구를 지속하면서도 내가 가고 있는 길에 회의가 몰려왔었다. 그때마다 고민을 나눈 분들로부터 내가 들은 말은 ‘You are born to be a researcher.’였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왕성해 질문이 많았다. 그런 학생을 선생님들은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다. 이런 내 성향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 건 (아니 더 귀하게 여겨진 건)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면서부터이다. 새로운 연구 질문이 있을 때마다 눈이 반짝반짝해졌다. 일단 질문이 생기면 그 질문에 어떤 방법론을 사용해 대답할 수 있을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 그럴 때면 가슴이 설레고 온몸에 전율이 흐르곤 했다. 그야말로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내가 연구에 매료되었던 건 연구과정이란 것이 아직 답이 알려져 있지 않은 질문들을 하고 그 질문들에 나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여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하며 그 어떤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100%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진리를 찾아가는 프로세스 그 자체를 온전히 이해하고 나서부터이다.


어떤 과학적 발견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리라고는 말할 수 없다. 여러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들이 반복되어 나타난다면 그 결과는 진리에 가까울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그렇게나 옹호하고 누군가에게는 종교화되어 있는 과학


내가 사업가가 되겠다는 생각이 이전 내 모습과 성향을 이탈한다 생각하는 것은 그 두 가지 일의 표면적 차이만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 둘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았다.



가설 설정 및 검증

그중 첫 번째가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과정이다. 창업이나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연구자의 태도는 필요하다. 데이터를 근간으로 특정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과 관련하여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장 반응과 관련하여서도 동일한 과정이 필요하다. 내 가설이 시장의 반응과 달랐다면 가설을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은 실험실에서 진행하던 연구과정을 실생활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했다.



융합적 접근

연구자들의 결과가 모여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므로 연구활동은 지식생산의 끝단에 있는 작업이다. 그러한 연구 활동을 위해서는 최신 연구 동향이나 방법론에 대해 항상 업데이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문제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한 가지 학문 분야의 지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융합적 접근으로의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업 또한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획, 브랜딩, 마케팅, 심리학 & 인문학에 대한 이해등... 사업은 이 모든 내용들이 잘 융합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사업은 종합 예술이다. 그래서 창업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배우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 문제에 대한 이해.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론까지 실제 알고 보면 사업하는 과정은 연구과정과 아주 유사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인지 창업가로 변화하고 있는 내 모습에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단 한 가지 힘든 점은 '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학자들은 배우고 연구한 내용들을 무료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으로 변모해야 하는 과정에서 '돈을 달라는 말'이 아직은 어색하다. 사업의 본질은 타인을 위한 문제 해결이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한다. 나 또한 소비자로서 당연히 지불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과 관련된 변화는 왜 이리 힘들고 더딘지 모르겠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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