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선곡은

-성시경 노래, '이음새'

by 하은정

'이음새'는 2021년에 발매된 성시경 8집 앨범 'ㅅ(시옷)'에 여섯 번째로 수록된 곡이다.

작사가는 김이나.

멜로디와 가사가 좋아서 좋아하는 노래인데

헤어진 연인이 잊혀질까봐 기억을 이어본다는 전체 내용과 별 상관없는 이 가사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늘 너와 걷던 거리를 흔히 그러듯 걸어 보았어
나만 느끼는 작은 낯설음
이쯤에서 널 기다렸고
이쯤에서 아쉬워했지
너를 안으면 턱에 닿던 머릿결


'너를 안으면 턱에 닿던 머릿결'


이 가사를 들으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그려진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꼬옥 끌어안고 따뜻하게 웃음 짓는 장면.


안았을 때 남자의 턱에 여자의 머리카락이 닿으려면 남자의 키가 커야 한다.

여자가 남자의 어깨쯤까지 와야 이런 그림이 완성되는데

어이없고 우습게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씨익 웃는다.


'음, 남자가 키가 크군. 이 정도 키 차이가 참 좋지.'


여자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인 나는 180cm가 넘는 남자를 딱 두 명 만나봤다.


L의 키는 183cm였는데 처음 그에게 설렘을 느꼈던 것도 키 때문이었다.

동갑이고 발령 동기였던 터라 친하게 지냈었는데

그때도 발령 동기들 모임이 있어서 나가는 길이었을 거다.

L이 앞서가다 멈춰서고 내가 그의 뒤에 서 있는데 내 눈높이에 그의 어깨가 닿았다.

나는 L 뒤에 서면 완벽히 가려질 정도의 작은 체구였는데

그의 뒤에서 그의 등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설렜다.

단지 사람의 등판만 보고 설렐 수도 있구나,를 그때 처음 깨달았다.


S의 키는 L보다 조금 더 커서 184cm였다.

그와 나란히 서서 대화할 때 S를 올려다보게 되는 그 각도가 참 좋았다.

한껏 고개를 젖혀 올려다 보는, 아무것도 아닌 그 행동에 참 설렜다.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내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S가 허리를 숙여 내 얼굴 가까이 귀를 가져다대야 했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 드라마를 보다가 이 가사에 딱 맞는 장면을 보게 됐다.

송혜교, 장기용 주연의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장기용과 송혜교가 안는 장면이 딱 저 가사의 풍경이었다.

장기용의 키는 187cm, 송혜교는 12cm정도 되는 굽의 구두를 신고 있었다.

둘의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드라마를 보면서 '저거지, 머리카락이 턱에 닿잖아!'라며 혼자 한참 꺅꺅거렸다.


이별 노래를 들으며 설렘을 느끼는 내가 좀 웃기지만

역시 이 정도 키 차이가 참 좋다고 혼자서 중얼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