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이다. 바뀐 한국어 제목이 훨씬 어울린다고 느낀 영화는 처음이다. 월터 미티(벤 스틸러)는 비밀스럽게 상상을 즐기는 남자다. 남들은 멍 때린다고 놀리지만 그 순간 그는 액션 히어로가 되기도 하고 로맨틱한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겉보기엔 매력 없고 소심하지만 비밀을 간직한 이 남자가 자신의 상상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사실 스토리는 굉장히 단순하다. 알 속에 갇혀있던 남자가 드디어 알을 깨고 성장하여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것. 엔딩은 뻔하고 교훈적이다. "지금 당장 원하는 일을 하라"는 자기 개발서에서 수없이 외치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터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발칙하고 통쾌한 상상과 상상보다 더 상상 같은 그의 경험들. 어느새 나는 월터가 되어 함께 두근거리고 있었다.
월터가 도로에서 신나게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장면은 보고 있노라면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느껴질 만큼 시원하다. 영화 속에 펼쳐지는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 언젠가 여행에서 거대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앞으로 내 남은 삶은 이 모든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데 쓰고 싶다' 고 생각했었다. 월터가 느낀 것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아름다움에 관한 한 션 오코넬(숀 펜)의 철학은 확고하다. 눈표범의 사진을 찍지 않는 션에게 월터는 왜 안 찍느냐고 묻는다.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그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순간에 머무는 것. 상상이 아닌, 내 앞에 펼쳐진 현실의 아름다움에 스며드는 것. 월터는 션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단순한 진리를 배워간다. 눈표범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은 그 후 션과 월터가 현지인들과 공놀이를 하는 장면이다. 월터는 비록 사진을 찾는 데 실패했음에도 누구보다 그 순간을 즐긴다. 이 영화의 진정한 엔딩은 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이미 월터는 완벽히 알을 깨고 성장했다.
관객들은 월터를 따라가며 헬리콥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화산 폭발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영화 자체가 우리의 또 다른 상상이니까. 우리는 모두 상상하는 월터인 셈이다. 크레딧이 올라간 뒤 묘하게 느껴지는 기시감은 상상에서 깬 월터의 모습과 내 모습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상상은 끝났다. 이 두근거림을 상상으로만 끝낼 것인지, 현실로 만들 것인지는 나의 몫이다. 월터의 상상은, 그리고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