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티팟이 깨졌다. '또' 최근 유리제품을 자꾸만 깨 먹는다. 와인잔 같은 건 딱 봐도 약해 보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내열유리로 만들어진 물통 같은 건 왜 깨져버리는 걸까. 티 프레스도 안쪽 유리가 깨져버렸고 대망의 티팟은 두 번이나 깨졌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평소 그릇과 찻잔을 좋아하는 나는 예쁜 티잔에 티를 마시는 힐링타임을 자주 가지는데 밸런타인데이 기념으로 남편이 티팟세트를 보내준 것이다. 그런데 제품을 처음 꺼내서 설거지를 하다가 깨져버렸다. 아주 살짝 부딪혔을 뿐인데... 속이 상했지만 그래도 선물해 준 남편의 마음을 떠올리며 거금을 들여 다시 샀더랬다. 그런데 이번엔 옷에 걸려 떨어져서 와장창 깨져버렸다. 결국 깨져버릴 운명이었던 가보다. 갑자기 이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니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괜히 찝찝하고...(나는 크리스쳔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리는 깨져버리면 돌이킬 수 없듯 인생도 그렇다고. 하지만 깨지는 게 무서워서 도전하지 않으면 나는 향기로운 차를 한번 못 마시고 부러워만 하겠지. 인생은 깨지고 부딪히는 일의 연속인 것 같다. 얼핏 평화로운 내 일상에도 자잘한 난관이 있듯이. 돌이킬 수는 없지만 돌아갈 수는 있을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