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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Aug 16. 2023

스트레스는 회사에서 오는 가

밥벌이를 한다는 것

휴직을 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영화 몇 편을 본 게 다인데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잠을 정말 많이 잤습니다.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도 좋지 않다는데 쉴 새 없이 나른해지는 몸을 컨트롤하기 어렵네요. 마음은 평온합니다. 회사라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니 무슨 말을 들어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자기 긍정까진 아니지만 부정적이던 사고. 회로도 꽤 단순해졌습니다. 아주 따뜻한 요람에 있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곧 사라질 요람이니 버틸 힘을 다시 쌓아야 하겠죠.


밥벌이를 한다는 것은 내가 사회인으로서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성취감을 주는 반면 각양각색의 스트레스를 몰고 옵니다. 동료나 상사와 잘 안 맞을 수도 있고 일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죠, 혹은 회사의 문화가 일의 난이도가 압박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스트레스들을 지금까지는 요령 없이 ‘몰래 울면서 버티기’, ’ 동기에게 하소연하기‘로 해소해 왔는데 지금에서야 그건 해소가 아니고 그냥 쌓아놓고 모른척했던 것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펑 터져버릴 줄은 몰랐죠.


복직 이후의 거취에 대해 고민이 생겼습니다. 저는 전공을 살려 회사에 입사하고 전공과 관련된 일을 10년 이상 해온 나 자신에게 알게 모르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새로운 업무에 도전에 봐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과장 말년인 지금이 순환보직의 마지막 타이밍이라고 생각되더라고요. 직급이 더 높아지면 필요 없어 쫓겨나는 것으로 보일 것 같아서요, 그래서 요새는 내가 무얼 잘할 수 있나 생각 중입니다. 마치 대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그때에도 ‘이 회사에 내가 필요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이제 남은 한 달 동안 조금이라도 더 스트레스에 대항할 힘을 비축하고 남은 회사생활의 그림을 그려보려 합니다. 전공에 뼈를 묻을 생각에 미래 걱정은 별로 안 했는데 진작 생각해 볼 걸 후회가 조금 되네요. 여하튼 지금 회사 안 가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서 표정부터 달라졌습니다. 일하다 한 번쯤은 위기가 올 텐데 억지로 버티거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망치기보다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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