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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Nov 15. 202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언니가 미안해

삼가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고 정중하게'라는 의미를 가진 부사로, '고인'은 돌아가신 분을, '명복'은 돌아가신 뒤 저승에서 받는 복을 뜻한다고 합니다. 진심을 담아 애끓는 마음으로 명복을 빌고 돌아왔습니다. 사촌동생이 지난 금요일 하늘나라로 갔거든요. 아직 꽃다운 청춘 20대인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엄마, 아빠, 동생 남겨두고 가버렸어요. 


형제, 자매가 많지 않은 요즈음이다 보니 사촌이지만 제가 장남 노릇을 해야 했습니다. 조문객을 맞이하고 장례물품을 주문하고... 하지만 몸이 힘든 것은 별 것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할 일이 있어야 잠시라도 현실을 잊고 집중할 곳이 생기더라고요. 마음이 힘든 것이 진짜였습니다. 빈소에서 들리는 이모와 이모부의 울음소리, 어린 나이에 상주가 된 동생의 파르르 떨리는 손을 보면서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상을 치르며 많은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많은 가족들이 그러하듯 어릴 때는 꽤 친하게 지내던 사촌동생과 어느 순간 데면데면해졌습니다. 각자 공부하고 먹고사는데 바쁘다는 이유로요. 아프다는 소식은 엄마를 통해 전해 들었지만 그저 곧 괜찮아질 정도라고 어림짐작해 버렸습니다. 이모와 이모부에게는 얼굴을 들 수 조차 없습니다. 어린 시절 첫 조카라고 그 수많은 사랑을 쏟아주었는데 배은 망덕한 어른이 되어 버렸거든요. '가끔이라도 연락하고 살걸.' 제사상을 차리는데 사촌동생이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밥이라도 사주고 했으면 알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친척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 자신이 미워 너무 괴롭습니다. 


그 아이의 영정사진을 들고 가던 그 순간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고통받지 말고 자유롭게 훨훨 날았으면 좋겠어요. 다짐했습니다. 이모의 첫 조카이니 내가 딸 대신은 못되더라도 효도하기로요. 우리 이모가, 이 가정이 무너지지 않고 붙들고 일어날 수 있는 지팡이가 있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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