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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Aug 18. 2023

태국 치앙라이, 벽화 속 숨은 이야기

살림남의 방콕 일기 (#173)


치앙라이는 벽화가 많다. 벽화는 시와 같아 일상의 글감을 주제삼아 한 폭의 벽에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을 자세히 들어다 보면 중심이 되는 사물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ㅇ 치앙라이 버스터미널

대부분의 현지인과 여행자들에게 터미널은 생활의 기점과 종점이 되어주기 때문에 평화로운 치앙라이에서 가장 복잡한 곳은 버스터미널이다. 별 볼 것 없는 조그만 시골 버스터미널이지만 벽면 전체를 소박한 그림으로 장식해 놓았다.


버스터미널 뒤편 벽면의 주인공은 치앙라이 음지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이다. 불명확한 태생 정보 부재 등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채 여전히 힘든 노동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미소 띤 얼굴은 모두 동일하다. 그 뒤로 치앙라이의 깊은 산, 치앙라이를 건국한 맹라이왕, 치앙라이의 랜드마크인 황금시계탑과 백색사원이 장식한다.


치앙라이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이트 앞 기둥에도 벽화가 그려져 각 지역 키워드를 펴볼 수 있다. 앙마이 파댓은 쌀과 공작새를, 파야오, 람팡지역은 폭포와 사원을, 치앙라이 매카찬은 호수와 도자기를, 치앙라이 치앙콩은 대형매기와 메콩강을 상징물로 그려놓았다. 


도이창 마을

도이창은 커피마을로 유명하다. 태국 방콕의 유수의 카페들도 도이창에서 생산된 원두로 하우스 빈으로 브랜딩 하고 있다. 도이창 마을로 가는 길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도이창 벽화로 살펴본 키워드는 아카족, 대나무그네, 커피, 전통의상으로 요약된다.


아카부족은 아니지만 도이창을 너무 사랑해 30여 년 전에 터를 잡아 식당을 운영하며 틈틈이 식당 앞 벽에 직접 림을 그려왔다며 자랑스러워한다. 30년 넘게 도이창의 산을 지켜왔을 아주머니는 이미 아카족이 되어 그들의 수줍은 미소 닮아있다.


ㅇ 매살롱 마을

도이 매살롱으로 알려진 이곳에도 벽화가 있다. 매살롱 마을의 벽화 키워드는 차밭, 판다, 국수가 눈에 띈다. 국공내전 등 정치적 불안으로 중국에서 태국 치앙라이 산속으로 숨어든 난민들의 정착촌인 이곳은 중국인마을로도 유명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판다와 고향에서 만들어 먹던 운남국수. 그리고 피난오기 전 대부분 차를 재배했던 그들은 고향의 차향을 그리워하며 벽화 속에 차밭을 그려 넣었다.

그래서일까. 그림 속에는 그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치앙라이 도심

치앙라이 도심의 주인공들은 아이들이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스카우트 옷을 단정히 입고 학교로 향하고 남색 치마와 하얀색 블라우스 교복을 입은 누나가 그 뒤를 따른다. 그 옆에는 긴 장대를 이용해 과일을 따는  사이동네친구들이 함께 모여 숨바꼭질을 하는 모습 30여 년 전 우리가 해왔던 정겨운 모습 그대로. 지만 치앙라이의 벽화는 세찬 비와 뜨거운 햇살로 점점 흑백사진처럼 바래지며 잊혀 가는 추억처럼 희미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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