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신감 Aug 27. 2023

태국 방콕, 8밧 버스 주의사항

살림남의 방콕 일기 (#177)


태국 방콕에서만 탈 수 있는 8밧 버스지만 여행자들이 쉽게 탈 수 있는 버스가 아니다. 영어안내판은 고사하고 버스의 노선도 잘 알 수 없을뿐더러 에어컨도 없는 더운 버스에 애써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밧 버스를 이용할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탑승할 필요가 있다.


ㅇ 노약자

8밧 버스는 어린이 등 노약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승하차 문의 출입계단은 좁고 가팔라 오르내리기 어렵다. 버스는 제대로 정차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달리듯 올라타서 점프하듯 하차해야 하고, 하차 시 보이지 않는 오토바이까지 신경 써야 하는 등 위험요소가 많다. 또한 셔터형 창문에는 커튼이 없어 약한 피부가 강한 자외선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8밧 버스를 타기 전에는 선크림과 모자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ㅇ 비 오는 날

폭탄이 설치되어 멈추면 폭발하는 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은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버스를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운전을 해야만 했다. 현실 속에도 영화 같은 버스가 있다. 8밧 버스는 신호를 받거나 정체로 멈추면 무서운 찜통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라 안심하면 큰 오산. 버스 안으로 내려치는 빗물에 창문을 닫아야 하니 습함과 찜찜함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만큼 두렵다.


ㅇ 운행환경

단기여행자가 도시철도가 있는 방콕 도심에서 8밧 버스를 타는 것은 추천할 만한 교통수단은 아니다. 상시적으로 밀리는 정체는 기본, 배차간격마저 들쑥날쑥한 버스는 원하는 시간에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을 불가능에 가깝다. 방콕의 도로는 노면상태가 좋지 않아 비포장 길처럼 울퉁불퉁하다. 40살이 넘는 8밧 버스의 삐그덕거리는 녹슨 스프링은 바닥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승객들이 온몸으로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8밧 버스를 오래 타는 날에는 몸살이 온 듯 온몸이 쑤신다. 8밧짜리 요금을 내고 20밧짜리 전동마사지를 받아야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ㅇ 승하차

8밧 버스를 타고 내리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탑승 시에는 모처럼 고향집으로 돌아오는 자녀를 반갑게 맞이하는 어머니의 떨리는 손처럼 머리 위로 들어 세차게 흔들어야 하고, 하차 시에는 가족을 위해 따뜻한 아침밥을 짓는 분주한 어머니의 치맛자락처럼 2~3 정류장 전부터 소지품을 등을 꼼꼼히 챙겨 하차준비를 해야 한다.


8밧 버스의 승객들은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태국의 서민들이다. 바람이 없는 뜨거운 오후나 천둥소리가 가까워지며 먹구름이 몰려오는 퇴근 무렵, 8밧 버스보다 에어컨이 나오는 20밧 버스를 내심 기다리지만 그들은 8밧 버스보다 2배 이상 비싼 에어컨 버스는 사치일 뿐 8밧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는 것 만으로 감사함이 느껴진다.


에어컨 없는 8밧 버스 안은 열대기후의 무더운 열기와 다른 따뜻함이 있다. 사람들로 빽빽한 출퇴근 시간, 노약자석이 따로 없는 8밧 버스의 승객들은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양보한다. 게다가 키가 120센티미터 이하인 어린이는 요금을 받지 않으니 제법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방콕의 교통 약자들이 이용하는 오래된 버스지만 자신보다 더 소외받는 이웃들을 배려하는 정이 8밧 버스를 더욱 애증 하게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태국의 국제 학교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