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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Aug 14. 2022

더 늦기 전에 유럽

여행일기의 첫 장, 기여코 영광의 도시 로마에 도착하다.

8/2일

이글의 첫 장 5시 49분 시작: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공항으로 달리는 차에서 5시 49분을 넘어가고 있다.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깜깜했지만 여름인 덕에 푸른 새벽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밝아졌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당연 날씨라고 생각한다. 내가 갔던 여행에서 특히 가족여행에선 날씨가 나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태풍의 북상으로 새벽부터 비가 내리면서 비행기 운항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유럽여행의 시작부터 휘청거리는 것인가?

비를 뚫고 공항으로 향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제1 출국장 앞에서 내리자 마자는 매우 습했다. 구름이 없어서 선선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더운 날씨가 나에게 스며들었다. 물론 이러한 기분도 오래가지 않았다. 공항 안으로 바로 들어가자마자, 서늘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2017년도 여름,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나서 다시 공항까지 오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5년 만에 방문한 공항이라고 생각하니,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5년 간의 시간 동안 인천 공항은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았다.  17년도 여름을 회상했을 때,  여름휴가 기간이었기에 공항에 사람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있다. 수하물 처리부터 입국심사 등의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가면서 나아갔었는데 오늘은 매우 달랐다. 내가 가는 로마행 아시아나 항공이 80석이나 비어있었다고 한다. 물론 항공사 측에서도 이런 일이 이례적인 일이라며 의아해하였다. 코로나의 재기승 때문인지 사람들이 적어서 서늘한 공항이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 비행기 또한 연착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칸 및 우크라이나 지역으로의 항공기 운행이 금지되면서 항로에도 변경이 생긴 것이다.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기에 비행기가 연착으로까지 이어진 것이지만, 러-우 전쟁으로 인해 하늘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유럽의 현재 상황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관광객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에 관광객이 오질 않으니, 직원을 절반 가량 정리하였는데 그때 상태를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던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인원이 충원이 안되니, 코로나가 풀리고 나서 몰려오는 관광객을 해결하는 것에 어려움이 커졌으며,  그런 것에 비해 받는 돈이 증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공항 내부 사정으로 인해 파업이나 무책임적인 일 처리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은 결국 관광객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런던 히드로 공항 문제도 비슷한 문제이다. 직원들의 파업이나 저항이 거세지는 와중에 승객 수용 제한까지 걸어버리면서 거기에 있는 관광객이 비행기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히드로 공항으로 비행기가 가지 못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수하물 처리의 미흡으로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거나, 분실되는 경우들도 발생한다고 한다. 험난한 여행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선한 제 1 출국장, 서늘함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출국 심사 이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다양한 외국인들을 보게 되었다. 동대문이나 가야 외국인들을 보곤 했는데 다시 한번 내가 공항에 와있음을 직감한다.

출국장에 들어서니, 그제야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양한 복징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여기가 바로 국제 공항이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한국 기준 11시 30분부터 오후 7시 40분까지의 글:

비행기가 이륙하고 난 이후인 12시 정도에 점심식사를 하자마자 나는 잠에 빠졌다. 한 번의 긴 잠으로 나는 인천에서 누르술탄까지 오게 되었다, 현재 시각이 6시 30 정도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거의 절반 정도 온 것이다. 새벽 4시 반에 기상하고, 한 번도 안 자고 최대한 버텼던 것이 긴 비행시간의 단축을 가져다주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중충한 날씨 속 이륙.

이륙하고 나서 다렌, 웨이하이, 칭다오 지역을 지났을 때, 구름이 정말 아름다웠다. 지상에서 볼 땐, 구름 낀 날씨로 인해 비행기에서의 풍경이 예쁘지 않을까 우려하였지만, 비행기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은 고도로 이동하였다. 그러한 구름 위까지 비행기는 날았던 것이다. 고도가 12192m라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일어나자마자 또다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아까의 점심으로 쌈밥도 나에겐 매우 훌륭했는데, 저녁으로 나온 차슈 덮밥도 정말 맛있었다. 2016년도 유럽 여행에서도 나는 기내식을 먹었는데, 그때는 이런 한식보단 양식을 주로 먹었던 것 같다. 기내식으로 양식이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겐 아니었던 것 같다. 속이 너무 좋지 않아서 비행기 시간 동안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일어서서 걸어 다녔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끼를 한식으로 먹어서 그런지, 혹시 16년도 보다 더 성장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비행기 상황으로 인해 조금 속이 안 좋은 느낌을 제외하곤 컨디션이 아주 좋다. 현재 저녁 식사까지 먹고 난 시간은 7시 35분이다. 로마까진 3516km가 남았으며, 약 5시간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로마에 도착하면 오후 5시 36분 정도라고 한다. 시차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겠지.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순간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떨린다.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는 모스크바 상공을 지나 독일, 프랑스 등의 지역을 거쳐 런던에 도착했다. 이번 이탈리아의 경우는 도네츠크 지역보다 아래인 크림 반도 지역을 통과하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의 발칸을 통과하여 로마로 도착한다. 전쟁 때문인 건지 원래 항로가 그런 건진 알 수 없지만, 유독 카스피해에서 항로가  꺾어있는 느낌이다.

바쿠 지역부터 급격하게 틀어져있는 항로, 전쟁의 여파? 아니면 원래의 항로?

오후 7시 40분 이후부터 9시 정도까지의 글:

글을 쓰다 보니  30분 정도가 흘렀다. 지금은 바쿠를 넘어 조지아 지역을 넘어가고 있다.  비행기 안은 모두 어두운데 나와 내 대각선에 있는 책을 읽는 어느 승객 분만이 불이 켜져 있다. 목이 아파서 뒤는 돌아보지 않았기에 뒤에 더 많은 승객분들이 불을 켜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두운 곳에서 패드를 통해 글을 쓰고 있으니 눈이 아파온다. 집중하면 눈이 먹먹하니 아프다. 잠깐 눈을 감고 있어야겠다. 8:51분.  /잠깐 눈을 감고 있어 나니, 10:16분이 되어있었다. 비행기도 이젠 꽤 많이 움직여서 이스탄불과 가까워지고 있다.  본래 크림반도와 루마니아 쪽으로 예정되어있던 항로는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면서 지금은 흑해를 통과하여 불가리아, 알바니아를 지나 로마로 들어가는 루트가 되어있다. 전쟁의 여파인지, 원래 그런진 알 수 없지만, 항로의 변경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2시간 20분이면 이탈리아에 도착한다.  아까 저녁 식사 전엔 속이 조금 안 좋았는데, 지금은 또다시 완전히 회복하였다. 비행기에서의 상황이 좋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최악의 컨디션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런 점이 현재 내 컨디션에 매우 만족하게 만든 것 같다. 2016년도 유럽 여행의 시작 지는 영국이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었으며, 현재 앉아있는 좌석보다 더 좁은 좌석에서 3시간 정도 더 긴 시간을 보냈다. 그런 점들 때문인지 속은 비틀어졌으며,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다. 다리는 어찌나 저리던지 비행기를 계속 걷지 않으면 다리가 엄청 부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를 생각하고 탄 이번 여행이라서, 기대가 낮았기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싶기도 한다.

10시부터 도착까지의 글:

이제 도착까지 1시간 46분이 남았다. 나는 불가리아를 통과하여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2016년도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가이드가 나폴리 항구 투어를 못 하게 되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며칠 전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았는데, 이로 인해 범죄가 증가하였다는 것이었다. 현지 버스 기사님도 내리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버스에서만 나폴리 항구를 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이탈리아를 떠난 그 다음날 그곳에서 또다시 지진이 발생하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내가 거기에 있었다면,   우리 일정이 오늘 출국이 아니라, 내일 출국이었다면, 어떤 상황이 어떻게 닥쳤을지는 모르는 것이다. 이 뉴스를 집에서 접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모든 것이 운명이다."  글을 적는 도중, 마지막 식사가 나왔다. 이탈리아가 코 앞이라 그런지 피자가 나왔다. 마지막 식사까지 모두 정말 맛있었다. 비행기에서 데워주는 종이 박스에 들어있는 피자도 이렇게 맛있는데, 피자의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먹는다면 얼마나 맛있겠는가? 에전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피자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애피타이저로 피자를 맞이했다. 크기도 절대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흔하게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하얀 둥근 그릇의 절반 정도를 채울 정도의 크기이니 큰 크기의 피자였는데, 이 피자가 스테이크가 나오기 전,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겼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재미있게 남아있다. 아버지께서 보시는 <아쿠아맨>을 보다 보니 아드리아해를 넘어 로마까지 40분도 안 남았다.  무사히 잘 도착하고 있는 것을 보니, 16년도 내가 트래비 분수에서 동전을 적어도 1개 이상은 던진 것 같다.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면서 로마의 소매치기가 기승이라고 하던데 앞으로의 여행에선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

기여코, 로마에 도착했다.
수하물을 찾는데 문제가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이곳이 이탈리아임을 알 수 있었다. 입국 심사부터 두 남녀 직원이 수다를 떨면서 도장을 안 찍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좀 줄을 서는 듯하자, 마스크를 내리는 등의 과정 없이 도장을 찍고 통과하여 보내주었다. 내 동생은 불행하게도 이 두 직원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와 겹쳤던 것이 분명하다. 나보다 훨씬 더 늦게 나왔기 때문이다.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


가이드 분께서 해주신 말씀이 이런 부분들을 볼 때마다, 두고두고 생각난다. 가이드분께서 이탈리아 관공서에 확인받아야 할 서류가 있어서 여러번 방문했는데 멀쩡한 서류도 안된다고 하고, 조금 부족한 서류여도 한 방에 통과시켜주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셨다고 한다. 가끔은 지금은 간식 시간이니 나중에 서류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더욱 감사함이 커졌다.  화목한 입국 심사의 분위기가 아주 '이탈리아'스러웠다. 영국에서 입국했을 때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엄숙한 심사를 거쳤던 것과 비교가 되다 보니, 더 새로웠다. 수하물을 찾는 것에도 문제없었다. 수화물을 찾은 후 우리는 일행분들과 함께 한식 저녁식사를 먹으러 갔다.

식사를 위한 길
한식당에서 4유로에 샀다.

이곳에서의 음식도 무난하고 괜찮았다. 첫음식은 바로 한식인 김치찌개와 불고기였는데 조금 간이 센 것을 제외하면 문제없었다, 한식당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병맥주였다. 아버지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한 '여행 동안 숙소에서 저녁에  그 나라 술 마시기'를 실현하기 위해선 저게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탈리아 상점들은 6-7시면 이미 문을 닫는다고 하며, 밤이 되면 나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니 이곳에서 술을 사는 방법이 제일 최선으로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peroni'라고 적힌 병맥주를 3병 사서 숙소로 돌아오고, 한국에서 가져온 과자와 함께 술을 마셨다. 현재 이탈리아의 시각은 10: 57분,  하루가 참 길었다. 내가 비행기를 탄 시각이 한국시간으로 아침 11시 10분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내일은 아침 5시 40분에 기상하여서 로마 시내를 투어하고 바티칸 성당을 가는 등의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일부터가 본격적인 로마에서의 여행이니, 소매치기와 집시를 잘 피해며 행복한 관광을 보낼 수 있길 바라며 잠자리에 드려고 한다. 그럼 내일 다시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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