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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Aug 16. 2022

로마 왔으면 콜로세움 정도는 가야지

여행 일기 두 번째 장, 콜로세움부터 대전차 경기장까지

8/3일 로마 시간으로 오전 5시 40분부터 7시 40분까지를 회상하며:

맥주 한 병을 때려 마시고 잔 것으로 인해 시차 걱정 없는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5시 40분 알람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지난 16년도 유럽 여행에서 커피맛을 모르다 보니, 커피로 유명한 이탈리아를 왔음에도 한 번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우를 범했다. 22년도 2차 유럽 여행을 방문한 지금, 나는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커피 머신 앞에 섰다.

나의 첫 이탈리아에서의 커피는 에스프레소였다.

모르면 무식하다고 했는가. 내가 커피 머신에 누른 건 '아메리카' 커피가 아니라, 에스프레소였다.  가이드와 함께 '아메리카노' 커피가 아니라 '아메리카' 커피라 적혀있는 원초적인 표현에 놀라며 식사와 함께 먹고자 에스프레소를 누르려고 하였는데 가이드가 나를 막아섰다. "아침엔 식사를 다 하고 마시는 게 좋아요." 나의 커피 1차 도전은 1보 후퇴했다, 식사를 다 하고 나는 2차로 섰다. 이젠 나를 막을 요소는 없었다. 작은 컵에 나오는 뜨거운 원액을 받아서 떨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서 향을 맡았다.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데는 크게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하나는 향을 음미하는 것과 나머지 하나는 풍미를 음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치명적 이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비염은 무려 에스프레소를 절반이나 즐기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나의 미각이 부족한 후각을 대신할 정도로 발달했길 바라며 작은 원액을 천천히 들이켰다.  천천히 잘 느껴지지 않는 향이라도 입 안에서 느끼려고 노력하면서 원액을 음미했다. 그리고 내가 이 에스프레소를 호텔에서 마셨음에 감사해했다. 이 것을 경복궁이나 조선 시대 사또 앞에서 마셨다면, 분명 이것은 사약인 줄 알고 쓰러졌을 테니깐.  그래도 다 마시고 난 후의 올라온 풍미는 에스프레소의 명성에 걸맞을 정도로 엄청났다. 내 생애 첫 에스프레소는 이곳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추후에도 계속 이야기하겠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이탈리아 여행 동안 에스프레소를 수 차례 마시게 되는 서막이 되었다.

버스 바퀴는 이미 굴러갔다! 로마 투어의 본격적인 시작

오전 7시 40분부터 9시 20분을 회상하며:

우리가 버스를 타고 제일 먼저 간 곳은 로마의 랜드마크인 콜로세움이었다. 무솔리니가 엑스포를 위해 만들었다는 광장과 길게 뻗은 도로, 인공 연못 등을 지나다 보니 어느덧, 창문에서 콜로세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눈앞에 다시 한번 콜로세움을 맞이하였다.

나는 이 콜로세움을 보면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생각난다.

"자, 소매치기는 보통 9시에 출근하거든요. 우리는 9시 10분까지만 활동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립시다."

로마 인솔 가이드분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근데 이곳에 출근하지 않은 사람이 소매치기만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오전 8시 20분이라는 시간 때문인지 관광객들도 아직 출근하지 않은 듯, 주변 거리가 선선했다. 물론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콜로세움에 입장하기 위한 긴 줄이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사람이 정말 없는 편이었다. 아름다운 날씨와 반짝이는 태양빛은 콜로세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의 개선문, 원조 개선문이지만 프랑스에게 조금 밀린 것 같다.

콜로세움의 본래 이름은 콜로세움이 아니었다. 그러나 콜로세움이 세워진 이후 이 거대한 건축물을 시민들이 약속 장소로 삼기 시작하면서 정식 명칭 보단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보자고 편하게 불리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결국 콜로세움으로 이어진 것이었다고 한다.

 거대한 콜로세움 옆에 비교적 작은 크기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에 대한 내용은 들은 분들도 많으실 것이라 생각한다. 프랑스 개선문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졌다는 내용이다. 프랑스의 개선문이 너무 압도적인 외관의 모습이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의 존재가 잘 느껴지지 않기 마련이다. 심지어 개선문 옆엔 인류의 문화재인 콜로세움까지 거대하게 존재하니, 이 개선문은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콜로세움과 프랑스 개선문에 밀리지 않는 역사적 가치와 견고함을 가지고 있으니 콜로세움을 방문했을 때, 이 개선문도 함께 봐야 할 것이다.

개선문과 콜로세움 그리고 나

콜로세움과 개선문이 동시에 다 보이는 장소라며 가이드분께서 추천해주신 장소에서 사진도 찍으며, 이탈리아에 내가 왔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콜로세움이 내 눈앞에 있다니... 이미 한 번 콜로세움을 경험했음에도 전율이 돋았다.  

그러나 유명 관광지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좋은 관광지인 건 아니다.

 콜로세움은 우리 모두 너무 많이 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교과서부터, 인터넷, SNS, 하다못해 광고 등에도 허다하게 콜로세움을 우린 접했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콜로세움을 보더라도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이탈리아를 좋아하는 나라고 할지라도 처음 콜로세움을 볼 때, 방방 뛰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분위기가 중요한 것이다.  교과서에선, 책에선, SNS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 푸르고 화창한 날씨, 뜨거운 햇살이 살에 닿는 느낌, 따뜻하게 들어오는 공기, 시끌벅적한 관광객들의 소리 그리고, 그리고 마지막에 콜로세움인 것이다.  직접 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요소들이 얼마나 우리와 나를 자극시킬 수 있는가. 그것에 따라 여행지의 인상이 달리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콜로세움은,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볼 때, 더욱 거대하고 웅장해진 느낌이 되었다. 16년도엔 콜로세움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느낌인데, 이번엔 광각 렌즈를 적극 활용하면서 잘리는 부분 없이 전체를 다 담아내었다. 광각 렌즈 사용으로 인해 생겨난 왜곡은 콜로세움이 이전의 기억에서의 모습보다 더 크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사람이 적다 보니, 더 가까이에서 가려지는 부분 없이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던 것도 한 몫했다. 그렇게 나는 더 업그레이드된 콜로세움의 모습을 나의 기억에 저장하게 되었다.

대전차 경기장을 지키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

 콜로세움을 다 구경하자 로마 투어를 위한 여러 대의 6인 정도가 타는 크기의 벤이 우리를 기다렸다. 나와 우리 가족은 3호차에 배정받았으며, 기사는 중년의 프란체스코라는 분이셨다. 이탈리아 현지분이셨는데, 큰 키와 체격을 가지셨고, 무엇보다도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의 운전과 함께 우린 바로 근처의 대전차 경기장에 도착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구조물은 사라진 채, 그 터만 남아있지만 이곳은 영화 <벤허>에 나오는 그 대전차 경기장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그만큼 엄청난 구조물과 더불어 수많은 경기가 펼쳐진 역동적인 곳이란 이야기이다.  이곳에서 따로 무언가 관광을 하진 않았지만, 기념 가족 사진을 찍었다. 동생은 이때 앉았던 곳에서 10센트? 작은 규모의 동전을 주었다. 이 광활한, 지금은 공터로 남은 이곳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모든 것은 흥하고 망하고 성장하고 쇠퇴한다.

다시 한번 나는 이 문장을 몸소 느꼈다. 사진 촬영 이후 나는 다시 다음 관광지로 향했다. 아름다운 로마의 풍경과 함께 하니 긴 이동 시간도 문제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물론 모든 곳들이 관광지이다 보니, 아무리 길어도 5분 내로 이동했지만.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로마 기준 8월 3일 밤 11시 01분을 지나고 있다. 내일이면 나는 로마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할 예정이다. 와인도 시음하는 경험도 할 것이다. 물론 내가 내일 로마에서의 있었던 일들엔 와인에 관한 내용도 존재한다. 내일은 비록 다른 여행지를 경험하겠지만, 올라오는 글은 로마에서의 내용일 것이다. 본래 내가 계획한 목표는 '여행한 날, 바로 그날을 기록하기'였다. 그러나 글을 쓰다 보니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 종일 햇살 아래에서 걸어 다닌 후, 밤에 글을 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두 개의 관광지 정도씩 글을 작성해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안 사실인데 브런치는 작가를 신청한 후, 심사를 거쳐서 합격해야만 글을 올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이 있는지 몰랐기에 이 부분은 여행일기를 작성해서 올려두려고 한 내 계획에 조금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우선은 이탈리아에서 글을 작성한 후 저장해두었다가 추후 이탈리아를 떠날 때 즈음에 작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로마에서의 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앞으로 계속 내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에 벌써부터 즐겁다.

여행일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동일한 여행이라는 것은 없다. 모두가 다 다른 여행을 한다. 이는 곧 각자의 여행에서의 경험이 다르다는 것이고, 각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의 경험을 녹여서 여행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라고도 생각한다.  내 생각처럼 내가 나만의 독자적인 스토리를 내세워서 멋진 글을 작성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오늘은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걸어 다녔다. 크로스백부터, 수신기 등을 모두 차고 다니면서 몸은 추가로 더 뜨거웠고, 땀에 절었다가 식었다가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행복했지만, 피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일도 5시 40분에 일어나야 한다. 어제는 글을 쓰느라 12시가 넘어서 잤지만, 11시 11분이 넘어가는 지금 자러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내일의 여행도 아름답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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