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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Jul 04. 2024

100만 유튜버 달씨에게

요즘은 책 원고도 거의 마무리 됐고, 포항에 준비하고 있는 가게도 마무리가 되어가며 오픈을 앞두고 있어서 조금의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됐다. 틈날 때마다 게임도 하고, 미뤄뒀던 책들도 읽고, 축구와 야구 클럽에 나가서 열심히 운동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중독처럼 가까이하는 유튜브는 이슈가 있거나 내가 무지하다고 느끼는 영역, 예컨데 과학이나 물리학, 우주에 관한 정보들을 찾아볼 때에 가끔 접하곤 한다.


그런데 요즘 서울의 대학원 선후배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서 한 유튜버가 몇날몇일 회자가 되는거였다. 달씨?? 과일 음료인가, 싶었다 처음엔.


해서 그 친구 채널을 들어가봤다. 구독자가 120만?? 웬만한 100만 채널 유튜버는 대부분 알고 있는데, 이 친구는 뭐길래 구독자가 120만명이나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세대에서의 일상, 알래스카 유학생활, 그리고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영어표현 3가지!!" 하면서 쇼츠를 만들어놓은 영상들이 대부분이였다. 뭐 특이한 건 없었다. 예쁘고, 영어 발음이나 표현들도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온통 욕뿐인거였다. 특히나 전세사기..? 관련 영상을 내렸는지, 나는 그에 관해 알 길이 없어서 타 유튜버들의 영상들을 보고나서 그제서야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요는 그거였다. 이 친구가 전세사기, 그러니까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못받는 상황이 된거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다양하게 방법을 알아보다가 다른 세입자를 구해 그 전세보증금을 보상받고 빠져나가겠다는 궁리를 한거다. 그 세입자를 자신의 파랑새라 지칭하며. 그 과정들의 영상을 올린거였다. 100만 유튜버도 전세사기를 당할 수 있대나 어쨌대나.


참,,,


이 영상 이후 이 친구에 대한 검증과 인민재판이 시작 됐는데,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먼저 이 친구가 다니고 있는 연세대 언더우드 학부에 관해. 팩트만 말하자면, 송도에 위치한 언더우드 학부도 신촌에 위치한 연세대 메인 캠퍼스와 동등한 수준은 맞다. 다만, 그 학부는 현재 외국인 특례 입학이 있는 걸로 알고 있고, 화교 출신이라고 알려진 달씨의 경우 그 특례를 통해 입학을 했다고 한다.


두번째, 미국 유학과 영어 표현들에 관해. 이 친구는 알래스카 유학을 4개월 다녀왔는데, 유튜브에서는 '미국에서 살다온 유학생'으로 포장이 되고 있다. 4개월이면 잠깐의 연수지, 보통 유학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미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영어 표현 세가지'라는 쇼츠영상으로 이 친구가 '떡상'을 한 모양인데, 그 쇼츠 영상들을 모조리 다 훑어봤는데 가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외국계 회사를 다니고, 외국의 학교에서 약간의 수학을 한터라 미국같은 영어권 나라에서 생활하는데 의사소통에 문제는 크게 없다. 그런데 이 친구처럼 그 나라의 문화를 마치 다 아는것처럼 말하지는 않는다. 왜나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게 그 나라 국민들만이 체득하고 있는 문화를 간파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요즘 미국의 MZ세대들나 비즈니스 관계에서 어떤 표현들을 즐겨 쓰는지 전혀 모른다. 거기서 생활하지 않는 이상 알 길도 없다. 그런데 이 친구는 마치 그 지역 네이티브인 마냥 우리를 가르치려 드는 모습이였다.


예컨데, 밥 먹을 때 음식이 맛있다고 "chef kiss, this thing slaps" 이런 격한 표현을 알려주던데, 전혀 쓰지 않는 표현이다. 그냥 우리가 아는 "nice, good"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사장 나와?? 하는 표현이 "bring the manager??" 아시아인이 미국의 식당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간 총 맞기 딱 십상이다.


여튼 뭐 이런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였다. 대부분 미드나 구글을 검색해 과격한 표현을 골라 영상을 만드는 것 같았다. 본인도 모르는거다. 미국 생활을 4개월밖에 해보질 않았으니 알 길이 있겠나 싶다.


그리고 어제인가, 구독자 10만명 정도가 빠지자 해명 영상이 올라왔는 모양이다. 변호사 사촌오빠를 대동한 채. 영상초반에 변호사 오빠 이력이 자막으로 나온다. 나 이런 사람이니 참고하라며 선전포고를 하는 것만 같았다.


20여분 가까이 되는 영상에서 사과는 없었고, 법적으로 이건 전세사기가 아니니, 달씨도 가해자가 아니라는 내용만 가득했다. 뭐랄까, 사람을 식칼로 죽이긴 했는데 알고 봤더니 케익을 자르는 플라스틱 칼이였다는 주장인거다. 따라서 사람이 죽긴 했지만 나는 잘못이 없다, 라는 거다.


보며 든 생각은 달씨는 구제불능아라는 걸 한번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저 변호사는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싶었다. 민심을 법의 테두리에 억지로 끼워맞춰서 나락에 간 사촌동생을 구제하고 싶었나보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고,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잘못했고, 또 잘못했습니다.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영어 관련 쇼츠영상은 모두 내리겠습니다. 앞으로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구독자분들의 말씀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반성하겠습니다."


이 정도 한마디면 어땠을까 싶다. 톱스타의 유명세와 맞먹는 100만 유튜버의 무게는 나락가기에도 더할나위가 없는 시대다. 내 편인 줄만 알았던 100만 구독자들은 나락간 이들을 향해 손잡아 주지 않는다. 이 날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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