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후 첫 번째 목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포 였다고 한다. 국회 유리창을 깨고 최루탄을 뿌리며 그들 셋이 있는 본회의장 앞까지 점거한 계엄군은 보좌진들과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더이상 진격하지 못하고 일단 멈춰선다.
동시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신속히 계엄해제 가결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사태를 일단락 시켰다.
이 후 새벽 4시 무렵 대통령 담화가 생중계 됐고, 그는 ‘이번에는 내가 봐줄게’하며 사과 한마디 없는 빈정대는 말투로 계엄령을 철회했다.
이제 국회, 그리고 민주주의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대통령을 향해 꽃을 던져 벽을 허물고, 그 잔해 속에서 장미꽃을 피울 시간이다.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지만, 이번처럼 내란, 혹은 외란의 경우는 예외다. 영장없이 바로 체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탄핵은 기정사실화 됐지만, 그 조차도 시간 낭비로 보인다. 검사들은 여전히 아첨 하느라 사리분별을 못하는 건 아닐까 싶다.
빨리 국회에 들어가라며 의원을 담장 너머로 밀어주는 시민들. 한밤중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있었을까 싶다. 안동 지인들로 이루어진 몇몇 단톡방에서는 ‘윤석열 화이팅’을 외치는 분들도 계셨는데, 아무리 나의 고향이라지만 삐뚫어진 지역분들의 모습에 이젠 환멸을 느끼게 된다.
서울서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귀향한 후, 가급적 정치 얘기는 자제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나는, 늘 양비론으로 일관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보수의 텃밭’이라고 떠들어대는 이 지역에 과연 봄이 올까 싶은 참담한 생각이 오늘 들었다.
밤새 뉴스 속보를 지켜보며, 시민들이 계엄군과 맞서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목도하며, 안동 시민의 맹목적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망나니'가 45년만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믿지못할 광경을 보며 말이다.
더이상 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뼛속까지 보수라 자부하는 안동 시민들은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모르겠다. 밤새 노곤하셨으리라 생각 든다. 피로 세운 민주주의 위에서 평온한 하루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