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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령 Mar 26. 2024

명리공간 11

음양오행으로 공간디자인하기

오행으로 공간디자인하기


오행으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말이 참으로 막연하게 들릴 수 있다.

앞서서 우리는 명리학의 방대한 범위를 다 살펴볼 수는 없고 간단히 오행과 오행의 생극제화만 살펴보았는데 사주를 분석하는 것으로 명과 때를 알아보는 것까지는 할 수 있어도 내가 사는 공간에 적용한다는 것이 어렵게 들릴 수 있다.

명리학의 오행으로 공간을 디자인한다고 하니 다들 풍수지리 아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신다. 앞서서 살펴보고 밝혔듯이 풍수의 영역은 따로 있는 것이고 전혀 상관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풍수를 적용해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오행을 살펴본 것으로 어떻게 디자인한다는 것인가를 다시 정리하기 위해 명리학에서 중요하게 보는 용用신 개념을 응용해 보기로 한다.

물론 사주를 읽는 과정에서 용신이라는 개념은 관법 중 일부분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고 용신도 다양한데 공간에 적용하는 것은 억부용신이라는  개념 중 일부분을 차용할 것이다.

오행을 이해하고 사주를 읽을 수 있으면 억 부라는 용어 자체를 안 써도 풀이가 되는데도 공간디자인 하는데 굳이 이 용어를 쓰는 이유는 개념 설명을 돕기 위함이다.

풍수지리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비보裨補풍수이라는 개념이 있다.

양택지를 선정해서 명당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명당을 가질 수는 없으니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이고 그래서 나온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는 ‘좋은 것을 추구하고 나쁜 것을 피한다’라는 피흉추길의 원리라고 한다.

좀 더 풀어 이야기하면 나쁜 땅을 고쳐 써보겠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화火기가 강한 곳에 연못을 파는 방식 등을 적용하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복궁의 터가 화기가 세서 화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수의 상징인 해태를 조각상으로 두었다는 이야기는 다 비보풍수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명리학의 오행으로 사주를 분석하고 개인의 성향과 전체 명의 흐름을 읽었는데 무엇으로 공간을 디자인할까의 방법론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그 사람의 명을 읽으면 무슨 글자를 사용하고 있는지, 환경은 어떤 지,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편하게 생각하는 지를 읽을 수가 있다. 그래서 그에 맞춰서 상담을 해주는데 모든 사람의 사주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없는 글자도 있고 5가지 오행 중에 한 오행만 많아서 과다한 경우도 많다. 그러면 운의 흐름을 읽고 필요한 글자가 들어올 때를 읽어주거나 너무 많은 기운을 빼 줄 수 있는 글자가 들어올 때를 읽어준다.

억부용신을 쉽게 설명하면 바로 이 개념인 것이다. 많은 걸 덜어주고 적은 것을 더해줘서 건강이나 사업 운 등을 개운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고 억부용신으로 본인의 운이 바뀌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론이기에 공간 디자인에 차용해 보는 것이다.

풍수지리도 인간의 기가 자연의 기의 일부분이고 그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 자리를 잘 잡으면 발복 한다는 이론으로 양택지와 음택지를 고르고 향을 잡고 여러 비기를 소개하는 것처럼 명리공간에서는 억부용신의 개념이 비보풍수와 유사하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럼 우선 지금까지는 이론이기에 텍스트로 정리해 보았으면 개념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다이어그램화 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보았다.

목의 디자인적 물상

                                                                         
 목의 공간을 간단히 다이어그램으로 만들어 보자. 목의 기운은 지향성, 상향지기라는 용어로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공간은 삼차원의 영역과 좌표로 설정되기 때문에  아래와 위 좌와 우의 위치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목의 개념으로 공간을 디자인하자면 지향성, 상승지기 같은 개념으로 디자인하면 된다.

또한 기하학의 직선, 곡선, 높이, 넓이 이러한 용어 또한 디자인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목 중에 갑甲목은 직선, 높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며, 을乙목은 곡선, 넓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러한 기하학의 용어는 공간디자인의 요소로 얼마든지 차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장 간단한 건축의 요소 중에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게 하는 계단, 옥탑, 발코니 등이 있으며 건축의 형태로는 갑목을 예로 들면 하이라이즈 빌딩이고 을목이라면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등이 있을 것이다.

목의 기운은 서로 관계하게 한다.  그림처럼 각각의 건물이 있으면 서로 연결해 주는 복도가 됐든 연결 통로가 있으면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통하고 연결된다. 그러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관계가 형성된다. 목의 지향성은 상대와 연결하고 관계하는 개념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화火의 공간이 시각적으로 가장 상상하기 쉬운 모습은 풍선을 불었을 때 공기의 기압으로 가득 찬 모습이라고 한다. 화는 발산, 확산의 개념이기 때문에 불의 형상과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위치에너지로 표현하기가 가장 어렵고 그나마 기하학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은 구와 역삼각형일 것이다. 사실 수의 이미지에도 구를 물상으로 상상할 수 있는데 화와 수의 차이는 확실하다. 화는 안에서 밖으로 팽창하고 수는 밖에서 안으로 응집한다는 것이다.


화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개념은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SNS등 보이지는 않고 서로 연결되는데 방향성은 알 수 없는,  노매드(nomad)의 정주 개념이 그나마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지구에서는 중력을 거스르는 건축물을 축조하기에는 지금의 기술로는 어려우니 역삼각형의 형태로는 건축디자인하기에는 어렵지만 개념상으로는 가장 가까운 모습이며 미래의 건축기술이 중력을 거스를 수 있을 때는 화의 모습과 가까운 형태로 디자인이 가능할 거라 생각된다.  

형태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 화의 오행이지만 조명 중에 자연조명, 인공조명으로 나누듯이 병丙화와 정丁화를 구분해서 디자인할 수 있다.

태양의 물상으로 주로 소개되는 병화는 주로 자연채광에 가깝고 개념적으로는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정화는 인위적인 것으로 인공조명, 즉 등불, LED등 인간이 만든 빛을 의미한다.

화를 오행에서는 빛과 열로 나누는데, 병화는 주로 빛이고 정화는 빛과 열로 구분해서 해석한다. 이는 사주의 구조를 분석해야 하니 적당한 사례를 풀이할 때 더 자세히 구분해 보도록 하겠다.  

공간의 요소 중에 조명 말고 채광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창호인데 벽의 개구부(창)를 어떤 식으로 뚫어서 자연 채광을 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천창도 있고 측창, 고창 등등 인간의 생활에서 빛, 채광을 디자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토의 공간을 시각화하는 것이 사실 건축디자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도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다 표현할 수는 없으니 간단히만 표현해 보자.

사실 명리학에서는 오행 중 토라는 개념이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데 건축 공간에서는 정의하기가 쉬울 수 있다.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이 간(間)이라는 개념이고 대지, 땅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이다. 배치를 하는 순간 토 오행을 디자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건축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당, 또는 중정이라는 말로 사용되는 개념은 토를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전통건축에서 마당은 참으로 흥미로운 개념인데 평소에는 비워져 있다가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 예를 들어 과거에는 결혼식도 집의 마당에서 했고, 김장도 때가 되면 이웃끼리 마당에 모여서 서로 도와가며 연례행사로 했다. 이렇듯 평소에는 비워 있지만  목적이 생기면 다양하게 사용되어지는 멀티(multi) 공간이다.

서양건축에서는 중정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데 아트리움(atrium)도 실내에서 중정의 개념이다. 중정은 공기순환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찬 공기는 아래로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대류현상을 이용하는데 자연 환기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중정, 마당의 모습은 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중정을 아래 그림처럼 반대로 뒤집기를 하면(reverse) 건물과 건물의 사이 공간이 형성된다. 단위 하나하나로 나눠서 건물을 배치하면 골목이 생기고 이것도 토의 공간이다.

                                                                         
 벽은 엄밀히 정의하면 금의 공간인데 건물과 벽의 사이공간은 토의 공간이다. 요즘의 주택을 설계할 때는 예전처럼 벽을 만들지 않고 경계석이나 울타리로 경계를 구분하는데 그래도 경계와 건물의 사이에는 공간이 생기고 바로 그 사이 공간이 토인 것이다.

                                                                         
 2000년 초반에 우리나라 건축계에서는 랜드스케입(landscape) 건축이라는 용어가 유행했었다. 영국이나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인데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마치 새로운 건축개념인양 디자인했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건축 자체가 자연에 순응하는 방법으로 건축을 하였기 때문에 랜드스케입 건축은 우리나라에 잘 맞는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위에 그림에 ‘레벨로 나누기’라는 다이어그램이 랜드스케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땅을 경계 지을 때 공간화 할 때 단순히 평평한 한 레벨만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 같은 지형이 얼마나 높낮이가 다양한지를 보면 토의 공간을 랜드스케입 건축처럼 디자인하면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땅이 있고 건물을 배치할 때 벽을 세워서 경계를 만드는데 이 자체가 금의 행위이다. 밑에 그려 놓은 것처럼 건물과 벽을 어떻게 배치하는 것에 따라 토의 공간이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  


금은 경계를 짓고 구분하고 나눈다. 안과 밖의 개념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간적으로 시각화하려면 가장 가까운 모습이 벽이고 그리드(격자)이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며 더 많은 시각화가 가능하지만 우선 공간요소화 하기 위해서 이렇게만 정리하겠다.

경계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땅이 있어도 소유의 개념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경계가 필요하며 공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금의 개념인 벽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정의하기 위해서 벽이라는 단어만 사용할 뿐이지 벽이라 함은 바닥, 천정 울타리 등등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활발하게 생명처럼 움직이는 도시는 화의 모습이고 법이나 규제로 도시에 불법이나 범법으로 무질서화되지 않게 정리하는 것이 금이다. 사람의 모습으로 보자면 몸 안의 생명으로 움직이는 것은 화이고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를 금이라고 본다.

금이 하는 것은 경계 짓는 것 외에도 개체화하는 것도 금의 역할이다.

화에서 금으로 가는 모습이 화극금이라는 개념인데 화가 금을 극한다고 해서 없애거나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화의 무질서하고 형태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을 질서를 만들고 각각 구분해서 개체화하는 것이 금이다. 금은 경庚금과 신辛금으로 나누는데 경금은 울타리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경계를 만드는 것이고 신금은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을 구분해서 정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금은 좀 둔하지만 스케일이 있다고 하고 신금은 디테일하다고 한다.

이러한 오행적 특징을 공간적 요소로 재해석하고 디자인의 요소로 다시 본다면 도시설계는 경금의 모습이고 건축이나 인테리어에서 설계하는 모습은 신금의 모습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또한 위치에너지로 금은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왜냐면 금생수의 개념에서 보면  금에서 수로 가기 때문에 수의 위치에너지를 따라 아래로 행한다.

참고로 목은 화로 향하기 때문에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위치에너지이며, 상향지기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목이 관계를 해서 화로 만들면 화를 정리해서 수로 보내는 것이 금의 역할이다.

명리학에서는 용어들을 오행의 목, 화, 토, 금, 수라고 쓸 뿐이지 모든 것은 자연의 현상을 생각해서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수는 한 곳, 점으로 모인다. 아래로 흐른다라는 개념이 있다. 공간으로 보이게 하려면 가장 가까운 형태가 원이라고 생각된다. A처럼 원을 닫아 놓으면 모여 있는 것이고 C처럼 한쪽을 열어 놓으면 흐를 것이다.  수의 특성은 위치에너지가 있어서 위에서 아래로라는 기하학적인 좌표개념을 차용할 수 있다.

수는 특성상 깨끗하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정화의 공간, 명상의 공간으로 디자인하면 가장 맞을 것이다.

도덕경에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라는 ‘상선약수 上善若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물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 같다.

물은 세상 만물에 생기를 주고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본연의 성질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면서 막히면 돌아가고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문다.

도가(道家)에서 물은 으뜸가는 선(善)의 경지로 여겨진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담기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난 모양으로 담기듯 늘 변화에 능동적인 유연성과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을 유익하게 해 주면서 그 자신은 어떤 상대와도 이익을 다툼이 없는 물의 성질을 높이 여긴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선약수 [上善若水]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퓨어 pure 하고 가벼움 light, weightless의 이미지와 흐르는 공간에서 잠시 멈추는 쉼을 표현하는 디자인과 고요한 물 같지만 내면의 가장 동적인 역동성을 느끼게 하는 공간디자인 같은 것이 수의 콘셉트(concept) 공간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다이어그램으로 오행공간을 표현해 보았는데, 많이 부족하고 다 정의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만큼 명리학의 오행개념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차용한 개념이기에 단순한 다이어그램으로 만들어서 시각화한다는 게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상상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고, 이 글을 통해 명리학의 오행개념이 무엇이고 공간개념으로 보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전했다는 것으로 이 글의 목적은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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