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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삿갓 Mar 02. 2024

26일, 생애 첫 남인도

20대 끝자락에서 만난 인도

EP.12 굿바이 고아(Goa)


고아는 아홉 꼬리 달린 여우처럼 홀렸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몰랐다. 몸과 마음을 모두 빼앗겨, “하루 더!”를 외쳤다.


시침, 분침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아, 개운하다!’ 소리가 나올 때까지 침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밖으로 나갔을 때가 대략 오전 11시쯤이었다. 나시티에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부스스한 머리는 모자로 가렸다. 아주 가벼운 옷차림으로 해변을 걸었다. 시원하게 웃통도 까고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부끄러운 내 몸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돌아오는 길에 킹피셔를 샀다. 고아에서 술이 빠지면 어색했다. 난 이곳을 너무 사랑한다. 어디서나 술을 구할 수 있고, 값이 싸다. 소원이 하나 있다면, 몸에 있는 수분 대부분이 맥주가 될 때까지 마셔보는 것이다(그전에 배가 터질지도 모르겠지만). 밖에서는 부끄러웠지만 안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바지만 입은 상태로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오른손엔 맥주가 들려있고, 휴대전화에서 노래가 나왔다. 어깨를 들썩이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을 탔다. 속으로 수백 번 외쳤다. ‘I Love Goa!’.



여행에 관하여

포트와인이 맛있는 식당에서 마지막 밤을 즐겼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하루의 끝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특별한 날인 만큼 술을 원 없이 마셨다. 취기는 근육을 이완시켰고, 눈도 풀리고 입도 풀렸다.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똑같은 여행지를 가더라도 느낀 점이 제각각이다. 이 중에서도 좋고 나쁘다는 극명한 결과가 나타나는 점이 신기하다. 날씨가 어땠는지, 음식 맛이 어땠는지, 현지인이 친절했는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준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몇 번의 부정적인 상황 때문에 여행지를 감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나를 포함한 여행자들 대부분은 여행지의 아름다운 면만 보고 여행을 결정한다.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알고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원치 않는 경험을 했을 때 부정적으로 평가를 한다. 그저 며칠 머물렀을 뿐인데. 그런 평가 때문에 나의 여행이 아쉬움으로 남으면 불편하지 않은가.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 돌아올 때도 똑같을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 있다. 인도 여행에서 떠오른 방법이다. 첫째, 무슨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전에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찾아보는 방법이다. 행동이 이해되면 부정적인 감정은 금방 사그라진다. 더불어 지식도 늘어나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사실 나는 사용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적응이 빨랐고 그들의 무질서하게 보이는 모습들이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왔고,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둘째, 현지인이 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 해 보기다. 마치 내가 현지인이 된 것 같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나. 인도에서 횡단보도는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을 한다. 우리나라에선 손가락질받을 행동일 텐데. 나도 그들처럼 도로를 누볐다. 기다리지 않는 자유를 맘껏 즐겼다.


과도한 일반화로 나라를, 여행지를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여행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여러분의 여행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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