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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삿갓 Mar 23. 2024

26일, 생애 첫 남인도

20대 끝자락에서 만난 인도

EP.14 대도시 벵갈루루(Bengaluru)


느즈막이 일어나 동네 주변을 걸었다. 고층 건물, 잘 포장된 도로, 깨끗한 보도블록 등 도시다운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 좋았다. 다른 일행은 택배를 보내기 위해 아침 일찍 우체국으로 향했다. 나도 그들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했다. 지도를 보고 잘 찾아가긴 했는데 우체국을 눈앞에 두고 문제가 생겼다. 우체국 건물은 보이는데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보안요원들이 보였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인도 우체국은 처음이라 온갖 생각이 들었다. 우체국에 들어갈 때 보안요원을 거쳐서 들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입구가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확실한 방법은 보안요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지만 알다시피 내향형인 나는 바로 그럴 수 없었다. 준비가 필요했다. 첫째, 번역기를 켠다. 둘째, 보안요원에게 물어볼 말을 입력한다. 셋째, 시뮬레이션을 2~3번 돌려본다. 이제 준비가 끝났다. 보안요원에게로 가서 당당하게 물었다(살짝 목소리가 떨렸던 것 같기도 하다). “Where is the entrance to the post office?(우체국 입구가 어디인가요?)”, 보안요원은 친절하게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켜서 알려줬다. 우여곡절 끝에 작가님 일행과 합류했다.



MZ? MG? 로드

그 옛날 지방 사람이 서울로 상경하여 왜 놀랐는지 알았다. MG로드를 거닐며 입이 떡 벌어졌다. 이곳이 내가 지금까지 봐온 인도가 맞는지 싶었다. 크롭티를 입고 시원하게 맨살을 드러내는가 하면,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반팔티를 입고, 원피스나 셔츠를 입은 인도 여자들이 보였다. 분명 사리를 입은 사람들이 흔했는데 말이다. 다양한 프랜차이즈 건물, 화사한 옷 가게, 예쁜 카페 등 지금 내가 걷는 거리가 강남 가로수길은 아닌지 싶었다. “우와!” “우와!”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롱님과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보고 작가님이 한 마디 날렸다. “어유! 고아 촌놈들~”

MZ다운 활기찬 분위기에 취해 시간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하고, 노점상에게 장미 한 송이만 사달라고 붙잡혀보기도 했다. 피규어 가게 구경도 하고 길거리 테이블에 서서 햄버거도 먹었다. 그리고 술로 대도시의 밤을 뜨겁게 보내려고 했지만, 무시무시한 물가에 항복 선언을 했다. 맥주 500cc가 한화로 약 9,000원 정도였다(역시 고아가 천국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술을 시켰던 고아가 그리웠다).



벵갈루루는 지하철이 있어 이동이 편리했다(인도 지하철표는 동전이다). 지하철 덕분에 다양한 관광지를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흔하게 알려진 인도 모습 때문에 위험하다 생각된다면 대도시 위주로 여행해 보면 어떨지 싶었다. 정말 인도라는 나라가 궁금하면 말이다.



Photo


대도시 벵갈루루
쿠본 공원(Cubon Park)
엠지 로드(MG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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