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삿갓 Mar 30. 2024

26일, 생애 첫 남인도

20대 끝자락에서 만난 인도

EP.15 벵갈루루에서 마이소르(Mysore)로


벵갈루루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우린 역시나 MG로드에 있었다. 인디언 커피 하우스에서 상쾌한 아침을 시작했다. 아이스 커피는 달달한 더위사냥 맛이었다. 친절한 인도인은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허락하고 환한 웃음을 지어줬다. 티푸 술탄의 여름 궁전에 가기 전 MG로드를 마지막으로 구경했다. 약간 있어 보이려고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 원서로 가득한 책들 사이에서 달라이 라마(Dalai Lama) 책을 발견했다.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고민 없이 집어 들었다. 심심할 때 영어 공부도 할 겸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인도를 다녀온 지 5개월이 지나가는데 책이 어딨는지 모르겠다).


굿바이 벵갈루루

티푸 술탄(Tipu Sultan)은 인도 역사상 유일하게 영국에 저항했던 군주라고 한다. 군주가 머무르는 궁전답게 정원이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늘 아래 잔디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고 싶었다. 정원에 햇빛이 내려앉으니 초록색은 금빛처럼 진해졌다. 궁전 바닥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았다. 정갈한 풀밭 사이에 난 길로 사람들이 오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군가는 홀로, 누군가는 나란히, 누군가는 허리를 숙여 조그만 손을 잡고 걸었다. 내게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날이 좋아서”.

기차를 타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머물렀던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었다. 참 신기했다. 꼭 떠나려고 하면 아쉬움처럼 붙잡는 것들이 나타나는지. 식당은 우리나라 휴게소처럼 주문하고 음식을 직접 가져다 먹는 곳이었다. 볶음밥과 볶음면을 시켜 먹었다. 불향을 제대로 입힌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롱님은 “이곳을 미리 알았더라면 삼시세끼를 다 먹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작가님과 나는 음식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식당을 나오면 입구 쪽에 포도 주스를 파는 작은 점포가 있다. 이 포도 주스는 이름만 포도 주스가 아니었다. 진짜 포도 주스다. 후루룩 마시면 포도 맛이 나는 액체가 아니라 알갱이들이 입안을 휘젓는다. 인도에 오면 과일 관련된 것들은 꼭 먹기를 추천한다. 맛이면 맛, 가격이면 가격, 양이면 양,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디저트까지 완벽한 점심 코스를 맛봤으니 마이소르로 갈 준비는 끝났다.

마이소르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다. 3명이 앉는 자리를 나 홀로 앉게 됐다. 운을 여기다 다 써버리면 안 되는데, 말도 안 되게 좌석 운이 좋았다. 아주 편하게 마이소르까지 이동했다. 화려한 벽화가 그려진 지하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깜깜한 어둠이 찾아왔지만 마이소르역은 환하게 빛났다. 두세라(Dussehra) 축제 준비 때문이었다. 두세라는 라마 신이 악마 라바나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밤인데도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는 인도의 새로운 광경이었다. 마이소르가 기대됐다.



Photo


티푸 술탄의 여름 궁정(Tipu Sultan's Summer Palace)
Rice & Noodle
마이소르(Mysore) 행 열차
마이소르 역
작가의 이전글 26일, 생애 첫 남인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