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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삿갓 Apr 13. 2024

26일, 생애 첫 남인도

20대 끝자락에서 만난 인도

EP.17 향수병


기억을 더듬어 마이소르에 도착한 첫날을 떠올렸다. 두세라(Dussehra) 축제 준비로 사방이 반짝였다. 깊어져 가는 인도의 밤을 부여잡고 환하게 빛났다. 한국 사람은 외국에 나가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장소를 떠올린다는데, 내게도 진한 한국인의 피가 흘렀다. 서울 야경이 떠올랐다. 남산타워에 올라 바라봤던 그 야경이 보고 싶었다. 오랜 여행은 향수병을 불러왔다.



마이소르 궁전 빛 축제

빛 축제 관람을 위해 마이소르에 하루 더 머물게 됐다.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밖으로 나가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돌아와 다시 뒹굴뒹굴했다. 마이소르 궁전에서 열리는 축제가 유일한 일정이었다. 누워있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훅 지나가 있다. 마이소르 궁전까지 걸어가려 했기에 숙소에서 넉넉히 나왔다. 여기서도 애용하는 이동 수단은 두 발이었다. 익숙한 마이소르역과 크리켓 경기장을 지나니 처음 보는 도심이 나타났다. 자동차, 버스, 릭샤, 사람들로 뒤섞여 에너지가 넘쳤다. 인도에선 별로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었다. 마이소르 궁전으로 가는 길목마다 사람들로 넘쳐났다. 작가님과 롱님은 먼저 바깥 구경을 하고 있었기에 매표소 앞에서 합류했다. 인도에선 눈치싸움을 잘해야 한다. 특히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코 앞에서 새치기당할 수 있다. 어깨싸움을 통해 자기 자리를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 그리고 기차놀이를 하듯 앞에서 들어갈 때 바로 꼬리를 물어야 한다.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달라붙은 것처럼 마이소르 궁전은 별보다 환하게 빛났다. 저 수많은 전구를 다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인도는 땅도 크고, 사람도 많고, 성대하면 더 성대했지, 작게 하는 법은 없었던 것 같다(지극히 내 생각이다). 자리에 앉아 연주를 들었다. 지루하다 싶을 때쯤 코끼리 행진이 시작됐다. 육중한 몸으로 걸어가는 코끼리에게서 눈 뗄 수 없었다. 천천히 걸어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끼리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흥도 함께 사라졌다. 공연보다 주변을 구경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풍경은 신비로움과 함께 다가왔다. 호기심에 이끌려 다양한 것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새로운 것에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푹 빠졌지만, 다시 정신 차리고 보니 익숙한 풍경이 그리워졌다. 그리움은 한국을 떠올리게 했다. 그곳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인도가 싫은 건 아니었다. 충분히 매력적인 나라이기에 다시 이곳에 올 것이다. 아직 못한 경험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냥 한국이 그리울 뿐이었다.


익숙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익숙함 속에 새로움이 있음을 깨달았다. 어찌 보면 내가 지내온 환경과 다른 인도에 와서 깨달은 걸지도 모르겠다. 익숙해졌다의 의미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 구멍 안은 너무나도 어두워서 무엇을 발견할지 모른다. 우린 구멍을 이리저리 뒤적일 때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이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깊이 들어갈수록 계속해서 새로움을 찾아낼 것이다. 그것이 비로소 온전하게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Photo


마이소르 궁전(Mysore Palace)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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