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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삿갓 Apr 20. 2024

26일, 생애 첫 남인도

20대 끝자락에서 만난 인도

EP.18 우당탕탕 코치(Kochi)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새벽이었다. 택시를 타고 코임바토르(Coimbatore)로 이동했다. 꾸벅꾸벅 졸면서 이동했다. 뜬눈으로 본 풍경은 신기했다. 우거진 풀숲이 양옆에 있고, 그 사이로 자동차가 이동했다. 한국에선 에버랜드의 사파리에서나 볼 법한 광경을 인도 사람들은 자주 보고 있었다. 밀림 속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통행료도 지불하고, 자유롭게 노다니는 원숭이 가족도 봤다. 그곳을 지날 때만큼은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봤다. 이후로는 잠자는데 온 힘을 다했다. 순식간에 코임바토르에 도착했다.



액땜

코임바토르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큰 도시 중 하나였다. 코치로 가기 위해선 이곳에서 기차로 갈아타야 했다. 기차 탑승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기차역 근처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엉뚱한 짓을 해버렸다(사람이라면 한 번쯤 정신 나간 생각을 직접 행동하고 싶은 순간이 오는데 그것이 오늘이었다). 작은 굴다리를 통과할 때 진흙처럼 검은 부분이 보였다. 누가 봐도 이상해 보였는데 거길 밟았다. 발이 쑤욱 빠져 깜짝 놀랐다. 허우적대며 빠져나왔는데 오른발은 신발과 함께 검게 변했다. 바지 뒷부분에는 얼룩말처럼 아주 멋들어진 무늬가 그려졌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이 정도 상황까진 상상하지 못했는데 바지가 완전히 더러워지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지 아니면 화를 내야 할 지 순간 고장나버렸다.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다행인데, 그것보다 이 몰골로 식당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됐다. 다행히도 식당가는 길에 수도가 있었다. 옆에 아저씨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가 꼼꼼히 씻을 수 있도록 진흙이 묻은 곳을 친절히 알려주었다. 깨끗해진 두 발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넘기려 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시끄러운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기차를 타고 코치(Kochi)에 도착했다.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박이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가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기록을 안 한 거 보니 별거 아닌 이유 같은데 다음부턴 세세히 기록해야겠다. 나도 괜히 궁금해지네). 다시 숙소를 구해야 했는데 넓고 깨끗한 방이 있는 숙소를 금방 구할 수 있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특히 사장님이 친절했다. 거기까지 다 좋았는데, 내 방을 여는 순간 거대한 바퀴벌레와 눈을 마주쳤다(인도라 그런지 바퀴벌레 크기도 남달랐다). 사장님은 일단 우리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밖으로 나왔다. 바퀴벌레도 잡았겠다 이제 편히 쉴 일만 남았다(바퀴벌레를 잡아준 줄 알았는데 작가님 방에서 다시 발견됐다…). 이 정도 액땜이면 남은 인도 여행은 별일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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