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니까 굳이 어두운 글
-회피
두려움이 나를 한 쪽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실시간으로 몰아치는 두려움을 될 수 있는 한 오래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나의 두려움은
붉은 선혈들이 낭자할 것만 같은,
또는, 간질로 인해 하얀 거품이 느적하게 흐를 것만 같은,
하지만 또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그러한 막연함이다.
'그래서, 그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마음속에서 외쳐지는 이 물음 때문에 주위 대화들이 물속에서 말을 하듯 뭉둥하게 들린다. 이럴 때일 수록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하라고 주문을 걸면서도, 나는 자꾸 피하고만 싶다.
모든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기엔 나는 너무 어리고 너무 어리석으며, 너무나 작은 존재이다.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일을, 아무런 사건 없이 지나가버리는 일상이지만 나는 그저 두렵다.
-확률게임
희망이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미래를, 마치 어떤 모양일지 알 수 없는 카드 한 장에 전 재산을 거는 도박꾼처럼.
결국 우리네 인생도 확률 게임인 것일까?
-무력
모든 강물이 깊고 넓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삶도 결국 돌아가는 곳이 있으며, 돌아가는 곳이 있으면 언젠가 다시 올 곳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지만 그 생각마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내가 믿어야 하는 것은 결국 윤회였던 걸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무력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어도 사소한 것들뿐이라는 사실이 내'어느 것'의 밑바닥까지 무력으로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