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Nov 30. 2022

그의 시간,

그를 추억하는 나의 기록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일 때가 있다.

 자려고 누워서 눈을 감으면, 일부러 떠올리지 않았는데도 짙은 안개가 걷히듯이 그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소리 없이 나타난다.


 꿈이 아닐까..?

 꿈이면 하고 싶은 말 전해질까..?

 생각해 보지만 눈을 뜨는 동시에 그의 모습도 사라진다. 

 분명 꿈은 아닌데 꿈인 것처럼 몽롱하다.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때문에 불면이 온 걸까, 아니면, 잠을 못 잤기 때문에 그가 꿈처럼 보이는 걸까? 


 아무렇지 않은 듯이 괜찮다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나의 걱정스러운 말에 자신은 멀쩡하다며, 약간은 성내듯 말하던 그의 말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잔소리하는 고모의 전화를 그냥 끊어 버렸다는 그의 고집도 그립다. 


 무슨 말을 하든 묵묵히 듣고만 있던 그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했었는지도 궁금하다. 그는 항상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긴 침묵을 지키다가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침묵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지 못할 때 비로소 말을 꺼내곤 했다.

 그 긴 침묵은 그와 우리의 시간 흐름이 다름을 뜻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그의 시간은 일반 사람들과는 많이 달랐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낮은 우리에게 밤이었고, 우리에게 낮은 그에게는 밤이었다. 아니, 그에게는 시간만 있었고 낮이나 밤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낮도 밤도 없이 무한히 흐르기만 하는 시간만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때때로 그는 나에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의미 없이, 무료하게. 마치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 없으니 그냥 보내준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었을까? 


 결국 나는 오늘도 그에게 어떠한 답도 듣지 못하고 못다 한 말들로 밤을 지새운다.




작가의 이전글 파가 너무 맵다는 핑계로 눈물을 그렁그렁 흘려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