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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Mar 02. 2024

소비자를 위해 광고를 만들면 안되는 이유

광고에 대한 오해


1. 우리는 제품과 브랜드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2. 우리의 일은 소비자가 아닌 광고주에게 광고를 파는 일이다. “


두 가지 광고 업에 대한 생각은 너무 상반된다. 얼핏 합의 불가능한 논쟁 거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위의 말은 내가 후배 동료들에게 자주 이야기 하는 광고업의 정의들이다.


후배들과의 업무 관련 면담을 진행하면 대부분 아이디어 개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저연차 후배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잘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 인지의 기준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아서 상황과 때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저 연차의 후배들에게 보이는 특징은 '자기가 좋아하는'. '자기가 잘하는' 기준으로 광고 아이디어를 갖고 온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자기 기준에는 부합하지만 광고주나 의사결정자의 기준엔 충족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아이디어들은 우리가 만들어야 할 핵심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겉돌다가 선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때 후배들에게 '극단적인' 광고 업의 정의를 이야기한다.


"우리 업의 핵심은 광고주에게 광고를 파는 일이다. 소비자를 위해 광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소비자가 좋아할 것 같은 광고도 광고주가 사지 않으면 의미 없다”


후배들은 아마 쉽게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의 업은 한 편의 광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제품, 서비스의 숨겨진 좋은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좋은 가치를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외치던 나의 입에서 세상 자본주의적인 이야기가 나오니 의아해한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는 본심이다.

광고주의 벽을 넘지 못하면 제 아무리 좋은 광고도 소비자와 만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우리 업의 한계다.




1월 내내 준비한 광고 제안에서 떨어졌다.

OT에선 공정평가를 위해 내부 젊은 임직원이 대거 평가에 참여한다고 했다.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고 젊은 타겟이 좋아할 광고를 만들었다.

결과는 탈락. 실무자들은 펜타클을 밀었으나 회장님이 선택하지 않았다는 짧은 소식이 전해졌다.

당연히 경쟁 대행사를 압도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렇듯 객관성은 사라지고 최종의사결정자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가 어려운 것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자유와 창의적 상상이 가능한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도 의사 결정자의 개인 호불호에 의해 광고가 결정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광고주에게 광고를 파는 일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광고의 아이디어를 낼 때, 광고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광고주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광고가 아니라 광고주가 하고 싶은 광고가 무엇인지 간파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고민할 때 '이 아이디어는 동료들이 인정해 줄까? 소비자가 좋아할까? 가 아니라 '광고주가 좋아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광고주를 넘지 못해 소비자와 만나지 못하는, 수많은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그렇다면 우리는 소비자가 싫어할 게 뻔한, 광고주만 좋아할 광고를 만들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의 GAP은 늘 존재한다.

그 양쪽 사이의 간극을 줄여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비딩에 선택받고 광고 실행 단계에서 우리의 진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오기도 하며 광고주와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그때 진정성 있게 우리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이 브런치의 목적은 광고를 업으로 삼고 싶거나 아직 광고에 대한 배움이 필요한 동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다른 많은 글들을 통해 광고의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광고대행사는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클라이언트로부터 돈을 받는 업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광고주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광고주의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광고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확실한 다른 한 가지는 실력이 갖춰지고, 명성과 신뢰가 쌓이면 그들의 입맛에 우리의 서비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서비스 맞춰 광고주가 입맛을 바꿀 때가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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