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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Mar 07. 2024

회사동료 말고 회사친구

잘 가라 나를 떠나가는 것들

그것은 젊음 자유 사랑 같은 것들

잘 가라 나를 지켜주던 것들

그것은 열정 방황 순수 같은 것들


최백호의 노래 '나를 떠나가는 것들'의 가사 중 일부다.

싱어게인3에서 1호와 25호 가수가 부른 버전이 참 좋았다.



2024년이니 대학을 입학한 지 30년이 넘었다.

대학시절 사람들을 좋아했다. 어느 모임이나 빠지지 않았다. 입대를 앞둔 환송식은 학교 앞 호프집을 통째로 빌려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다.

그땐 그랬다. 사람들 속에 있는 게 좋았다.


지금은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두 명, 대학교 시절의 친구 한 명 정도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말이 좋아 연락이지, 1년에 한두 번 전화를 할까 말까.

젊음이 떠나가면 함께 떠나가는 것들이 있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김영하는 그의 산문집에서 친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생각을 다르게 해 보려는 노력이 직업병처럼 돋을 때가 있다. 친구에 대해서도 다른 정의를 내려보고 싶었다.

젊은 날의 친구들이 모두 떠나면 그 자리를 채울 친구는 무엇일까?

아내와 아들과 딸이 친구가 되고 책을 읽는 시간이나 글을 쓰는 일들도 친구가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건 회사친구다.

직장동료라는 말은 있으나 회사친구란 말은 없다. 하지만 나에겐 회사친구들이 있다.

나 혼자 만든 관계이므로 나는 그들을 회사친구로 생각하나 그들이 나를 회사 친구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족이 인생의 중심이긴 하지만 주말이 아니면 하루에 2~3시간 남짓 보는 일도 어렵다.

인생을 놓고 보자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직장 동료다.

나와 일하는 직장 동료를 친구로 생각하고 싶었다.

굳이 이제부터 '친구 먹자'는 절차가 필요하진 않아서 나 혼자 동료들을 회사 친구라 생각하기로 했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친구로 여기는 만큼 직급과 나이에서 오는 상하, 수직의 관계성을 최대한 배재하려 노력한다.


회사 동료를 친구로 생각하면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회사 동료라는 적당한 거리감 덕에 김영하의 글처럼  '쓸데없는 술자리에 너무 시간을 많이 낭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변덕스럽고 복잡한 성향과 성격을 맞춰주지' 않아도 되는 친구 관계가 가능하다.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같은 취향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예를 들면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새것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고루한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현상, 기술, 트렌드, 브랜드, 제품들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는 재미가 있다.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일에서 오는 고민을 누구보다 쉽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 더 좋다.

소소하게 가정사나 개인적 고민 정도는 털어놓는 일도 가능했다.

중요한 지점은 나 스스로 그들을 친구로 생각하니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진다.

부하 직원이라면 넘길 수 없는 일들도 관대해질 수 있고 한 번 더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다.

직장 동료 관계를 넘어 친구이기에 챙겨주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젊은 시절의 친구는 거의 떠났지만 일하는 곳에서 나는 매일 친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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