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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Apr 26. 2024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일

제휴마케팅의 성공 방식

1등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

한겨레신문사, 엘지텔레콤(엘지유플러스), 라이나생명. 모두 1등과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가장 오랜 시간 몸 담았던 엘지유플러스는 2024년이 돼서야 KT를 제치고 2등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2000년대 초반의 엘지텔레콤 시절은 만년 꼴등이라는 이미지로 마케팅이 쉽지 않았다. 제휴 마케팅은 더 어려웠다. 어쩌면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2006년, 결국 성공적 제휴를 이끌어냈지만 당시에는 매우 힙한 브랜드였던 EXR과의 협업과정도 험난했다.

새로 나올 엘지텔레콤의 전략폰과 EXR 브랜드의 콜라보를 요청하자, 당시 EXR의 마케팅 담당자는

"왜 1등 SKT 말고 LG와 콜라보를 해야 하죠?"라는 거절의사를 표했다.


2006년 엘지텔레콤에서 나온 캔유 모델을 EXR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했다

결국 국내에선 처음 의류브랜드와 콜라보한 스페셜에디션 폰을 런칭했다. 이 제휴 마케팅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나는 여러 방식의 콜라보 마케팅을 시도했다.


2012년은 엘지유플러스가 LTE 전국망을 깔고 열심히 LTE 마케팅을 하던 때다. LTE만족도 1위라는 FACT를무기 삼아 1등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하고 싶었다.

당시 광고대행사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1등 브랜드를 만났다.

하지만 유명 1등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선 여전히 점유율 꼴등이던 LG유플러스와의 콜라보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탑 브랜드들을 움직이기 위해 다시 설득했다.

'우리가 광고를 만들고 너희들의 브랜드를 공짜로 광고해 주겠다. 너희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설득 끝에 1등 브랜드들 사이에 엘지 유플러스를 노출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성사시켰나싶다.


당시 1등 브랜드와 협업을 성공시킨 캠페인의 광고 영상

지금은 정말 많은 브랜드들의 협업이 유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콜라보의 목적은 명료하다. 상대방 브랜드 이미지를 레버리지 삼기 위함이다.

올드한 이미지를 젊게 만들기 위해, 저렴한 이미지를 비싸 보이게 만들기 위해...


하지만 많은 브랜드 협업은 기대처럼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서로가 따지는 득실의 발란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협업의 득실을 따지는 저울질에서 균형이 맞지 않으면 대부분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저울 위에 협업 제안을 올려놓는다면 서로의 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업은 저울질보다는 시소놀이에 가깝다. 협업을 통해 우리와 상대방 모두가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가 얻는 것이 있다면 그들도 얻는 것이 있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되어야 한다.


펜타클에서 티빙과 빙그레의 콜라보를 기획한 적이 있다.

티빙의 합병 이슈 등이 겹치며 대행사로 뽑히고도 안타깝게 실행되지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해보고싶다.

아이디어를 요약하자면 티빙의 드라마를 볼 때 먹을 수 있는 빙그레의 간식 패키지를 선물하는 이벤트다.

이 간식 패키지는 티빙그레 마트라는 온라인 팝업 스토어에서 신청할 수 있다.


아이디어 제안만 했을 뿐 실행되지 못한 티빙그레마트 시연 영상



이 아이디어를 추진했어도 양사 모두의 허락을 받고 실행되기까지 난관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례를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몇 가지 측면에서 잘 된 기획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무형의 서비스와 유형의 제품도 콜라보가 가능하게 한아이디어, 소비자가 두 브랜드 모두를 즐기도록 설계된 점, 티빙그레 마트라는 제 3의 공간을 통해 두 브랜드를 절묘하게 노출한 점등이다.


제휴 마케팅의 기획은 앞서 말했듯이 시소 타기다. 서로가 재미를 느끼고 동시에 얻는 게 있어야 한다.

우선 아이디어가 흥미로워야 함은 기본이다. 더불어 양측 모두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지도 혹은 선호도의 제고 이거나 매출 증대 기대이거나.

제휴 마케팅의 핵심은 결국 양측이 서로 이익을 본다는 확신을 줄 수 있게 기획되어야 한다.

기획이 끝났다면 제휴 마케팅을 추진하는 사람에 필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집요함, 끈질김이다.

성공적인 콜라보의 이면에는 기획자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대리 시절인가? 내 좌우명은 이것이었다.

'생각은 누구나 한다. 성공은 실행한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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