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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10. 2022

엄마이기에 지나가야 했던 시간들    

2년간 낙제하던 아이를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보낸 성장 스토리를 연재합니다

이야기 2. 유급생 내 아이버클리 대학에 가다 나는 아들을 이렇게 UC Berkeley에 보냈다


2-3. 내 아이에게만 있는 빛나는 보석을 찾아가는 과정


부모교육을 받았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모란 무엇인가’에 한 문장으로 답해보라는 강사의 질문에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품어주는 존재다’라는 답을 했다. 


다른 엄마들에게선 ‘그 범위를 정해주면 마음껏 자유로울 수 있고 언제든지 지쳐서 돌아와 쉴 수 있는 집이다’, ‘베이스캠프다’ 등 의미를 곱씹게 되는 답변들이 여럿 나왔다. 그중에서도 ‘부모는 보석 세공사다’라는 표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다. 


그렇다. 아이들은 저마다 원석이어서 처음엔 돌과 다를 바 없이 볼품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냥 돌이 아닌 원석으로 바라봐주고 그 원석에 맞게 다듬어갈 때 저마다의 색깔로 빛날 수 있다. 


저마다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등 다른 아이와 구별되는 고유의 빛깔과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다만 어릴 때는 그 원석이 무엇인지 아직 모를 뿐이다. 만약 내 아이의 원석이 다이아몬드라면, 그것을 다듬고 또 다듬어 가장 가치 있는 블랙 다이아몬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것은 고되지만 가장 보람 있는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출처 : 픽사베이 

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한낱 미물인 원숭이로부터 더 멀리는 아메바로부터 진화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더군다나 수백만 년 전 있었던 우주 대폭발로 우연히 생긴 존재라고도 절대 믿지 않는다. 우리가 한낱 원숭이에서 진화된 사람이라면 너무 힘 빠지고 무가치해 보이지 않는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 창조주가 전능한 자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만들었을 때는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이유가 분명 있다고 믿는다. 


존재 목적과도 같은 정체성, 재능, 성격, 기질, 흥미, 소명 등을 의미하는 오리지널 디자인(Original Design)을 찾아가고 원석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들에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에는 ‘사람을 신묘막측하게 지었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한자어인 ‘신묘막측’보다는 ‘Fearfully and Wonderfully made’영어의 쉬운 표현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얼마나 경이롭고 위대하게 각 사람이 만들어졌다는 말인가. 그런 아이를 내 소유물인 양 남들처럼 해야 한다고 세상이 그러하다고 자기다움을 짓누른 채 똑같이 키우는 건 부모로서 엄청난 수고를 하면서도 가성비가 떨어지고 힘 빠지는 일이다. 




내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이었지만 쉽게 하지 못할 특별한 경험의 시간을 보낸 뒤 아이가 가진 원석이 무엇인지 엄마로서 기도하고 노력하며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한국을 떠날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넓은 세계와 여러 문화를 경험하고 2년 반 만인 2009년 중순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아들은 미국에 간 지 4개월 만에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발음과 말하기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영어를 말함에서는 미국인 성인과 대화해도 전혀 막힘이 없는 아이였지만 한국식 영어교육에서 중시하는 읽기(Reading)와 쓰기(Writing) 레벨을 따지자면 아주 형편없었다. 한글과 영어 모두 글자 자체를 인식 및 이해하는 게 늦은 편이었는데, 문자 자체에 관심이 늦게 생겼다는 의미와도 같을 것이다. 


가족 중에 영어로 대화해줄 사람이 없다 보니 실력을 유지해주고자 일주일에 두 번 학원을 보냈는데, 아이의 낮은 읽기와 쓰기 수준을 단점으로 지적당하곤 했다.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그런 피드백에 주눅 들지 않고 말을 잘하는 유능함을 격려하면서 읽기와 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한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아직 관심과 흥미가 없는 글자와 텍스트에 관한 공부를 시키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어 읽기나 쓰기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의 공부도 그리 큰 즐거움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사내아이라 그런지 학교 끝나면 책가방 집어던지고 놀기에 바빴고 서로 집을 드나들며 게임과 오락하기를 즐겼다. 


그러던 중 하루는 친구와 싸우다 너무 속상한 얼굴로 들어왔는데, “너는 아빠가 버려서 집에도 안 오잖아.”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굳이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없어 친구 엄마들한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집을 드나들던 친구한테서 가슴 아픈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사내아이들의 생각 없는 거친 말쯤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이후로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부모의 잘못으로 아이가 주눅 들어 살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당시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매일 의기소침해 학교를 향하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해 바람을 물었더니 하와이 같은 곳에서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난들 다시 하와이로 가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새로 시작한 대학원 공부와 일이 있으니 다시 갈 수도 없고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한국에서 생활해가야 했다. 


당시 속상한 마음에 집안 환경이 노출되지 않는 기숙학교나 해외로 유학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그러나 아이가 집 대신 보내게 될 학교인데 아무 기숙학교에 보낼 수도 없거니와 어린아이를 혼자 해외로 유학 보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 바라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그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는 법이었다. 어서 빨리 아이가 상처받지 않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달리 대안도 없어 매일 새벽마다 울었던 것 같다. 


그 눈물의 새벽 시간은 싱글맘으로 한국 땅에서 살아가야 했던 고단함과 힘듦을 어디에 표현할 길 없어 마음껏 울게 되는 시간이자 편견에 맞서며 아빠 없이 아들을 어떻게 잘 키워야 할지 모르겠는 답답함의 눈물을 쏟아내는 시간이었다. 아빠 없는 아이라고 친구가 놀리는데 대안을 알려달라고 떼쓰듯이 울며 기도했고, 기다려야 한다는 마음만 계속 들어 한편으로는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집에 왔는데, 부모님이 신문 광고를 보이며 너무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하셨다. 제주도에 해외 유학 수요를 흡수하고 글로벌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국가 지원의 국제학교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오랫동안 기다리며 가장 좋은 곳으로 인도될 거라는 마음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시간대가 온 것 같았다. 아들이 순수하게 바라던 하와이 같은 자연환경, 국내에 있어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있는 아이든 없는 아이든 주눅 들지 않고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니 바라고 상상하던 것 이상이었다.


주변 분위기를 보아하니 점점 사교육과 선행학습으로 아이들을 무장시키는데, 아빠를 못 보는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아이에게 공부 스트레스까지 주고 싶지 않았던 터라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될 학교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었다. 아들은 모처럼 너무 좋아하며 영어를 잘하니 도전하기 원했고, 평소의 스피킹 실력을 발휘하고 그간의 아웃리치 사진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4단계에 걸친 전형을 통과해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신설된 첫해는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인프라가 잘 갖춰있지 않아 사교육 없이 행복하게 교육하고 경쟁을 부추기지 않는 학교의 철학과 분위기가 주도적인 느낌이었다. 영어를 잘하게 하기 위한 마음으로 전학시키지 않았다. 자유롭고 마음이 편한 학교생활을 위한 바람으로 내린 결정은 시기적절했고, 아이의 사회성과 언어의 강점을 더 빛나게 해 주었다.

   

그 이후도 부모 역할이 처음인 엄마가 첫 아이인 인격체를 가장 그 아이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남들이 당연하다는 것에 마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늘 간절히 기도해야 했고,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 없이 잘하는 걸 더 계발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해야 했다. 엄마의 책임이라 생각하면서 부단히 노력하며 지나온 모든 과정은 내 아이의 원석을 보석으로 빚어가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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