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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Jun 12. 2023

세계적인 명문대학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베스트셀러 '당신이 나를 이끌어 줄 때'가 전하는 자녀 교육 이야기  

누군가는 묻는다. 뛰어난 성적과 스펙이 있으면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정말 그럴까? 해당 대학 입학사정관이 아니라서 정확히 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 대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갈수록 치열하고 낮아지는 명문대학 입학률을 고려할 때 학업과 비교과적(Extracurricular) 영역에 모두 뛰어나야만 좁디좁은 입학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선 맞는 말이다. 수준 높은 대학교육을 소화하기 위한 학업 능력을 평가해야 하므로 고등학교 때의 성실함과 뛰어난 학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정확한 척도로 객관화된 표준화 점수와 성적이 기본적으로 중요한 요인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너무 많고 완벽한 스펙들이 공통으로 겹치는 경우도 정말 많아서 비슷한 고스펙으로는 바늘구멍 같은 입학 문을 통과하기란 매우 어렵다.

  

  입학 전형 과정을 대회나 경기로 비유하자면 예선을 통과하도록 하는 학업 성적과 시험점수가 기본적으로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만점이나 만점에 가까운 성적과 점수로 합격 여부를 따진다면 대학 입학정원은 만점자로 이미 모두 채워진다. 그리고 코로나로 응시 가능한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시험 취소가 빈번하여 하버드나 UC 버클리 같은 주요 대학들이 이후 SAT 점수를 미반영하거나 필수가 아닌 것으로 바꾸었고 그러다 보니 응시자 수가 예년보다 훨씬 많아졌다. 미국 대입 지원 사이트인 ‘커먼앱(Common App)’에 따르면 2021년도 원서접수 마감 결과 전년 대비 11% 늘어난 약 600만 건이 접수되었다니 훨씬 더 심해진 경쟁률 속에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는 교과 외 활동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음을 예측할 수 있다.

   점점 더 고학년 선행을 빨리하고 영어와 수학으로 대표되는 시험성적을 만점에 가깝게 올리기 위한 텐투텐 노력이 입학 전형의 본선을 통과하기에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노력이 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하면 너무 지나칠까. 1장에서 예로 들었던 최고 스펙을 갖추고도 Top 30 대학에 떨어졌던 지인의 딸은 자존심이 상해 삼수를 하면서 SAT 점수를 1570점에서 1590점까지 올렸다. 만점인 1600점을 향해 노력했을 수고와 성실함을 정말 높이 사지만 결국 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하지는 못했다. 안타깝지만 시험 점수는 늦게라도 만들 수 있지만 남들과 다른 특별한 스토리는 어릴 때부터의 풍부한 경험과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뒤늦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은 공부만 잘하는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지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알파벳 용어로 얘기하자면 테슬라의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라고 역설했다는 T자형 인재이다. 일론 머스크 외 많은 전문가는 폭넓은 지식의 바탕 위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지녀야만 AI 시대를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을 명문대학의 인재상으로 보자면 수평적으로는 학업 외적인 영역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하며, 수직적으로는 넓은 경험을 관통하여 융합할 수 있는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노력과 성취가 드러나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나는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 인재를 양성하자는 목표로 200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국가 영재교육사업 업무를 6년간 담당하였다. 전국의 창의적인 청소년을 선발해 카이스트와 포스텍 대학과 연계해 미래기술, 창의성, 지식재산권, 리더십, 인문학 등을 2년간 교육하며, 수료 후에도 교육과 네트워크가 이어지다 보니 교육의 우수성이 여러 연구로 입증된 국가사업이다. 그러나 연간 교육이 360시간 이상 온·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입시와 학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우수한 교육임을 알지만 자녀에게 중도에 그만둘 것을 권유하는 부모들도 매해 늘 생겨난다.

   그런데, 2년 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의 몇 년 후 대학 진학 경향을 보니 약간 특이한 점이 있었다. 국내대학 진학 수와 비교할 때 해외대학 진학 비율이 5% 정도로 낮지만 어렵다는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기수마다 여러 명 있는 것이었다. 학교와 교육원 활동을 힘들게 병행하면서도 하버드, 스탠퍼드, UC 버클리, 홍콩대, 칭화대 등 다수의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이유를 나름 분석해 보았다. 그것은 아이들이 중학생 때부터 여러 학문을 융합적으로 공부하며 본인의 특화된 영역을 발견하고 수년간 관심과 경험을 확장해 가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아시안들에게 부족하다고 알려진 창의성 영역이 사회에 도움 되는 발명과 특허 산출물로 입증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교육 기간 동안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팀 프로젝트 활동 경험이 많고 이로부터 자신만의 특별한 스토리와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 점 등이 대학의 수준 높은 교육을 소화할 준비된 인재로 해석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은 T자형의 관심과 노력이 나를 위함이 아니라 세상을 향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본인의 관심과 노력을 통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열정과 진심이 드러날 때 대학은 세계 속에 학교를 빛내는 실력 있고 세상에 이바지할 인재로 판단하는 것 같다. 이는 세계적인 명문대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 조사한 책인「하버드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이 공평한 기회를 누릴 수 없으므로 모두를 위한 옳은 일을 행할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공통적인 양육공식 중 하나였다.

   세계적인 명문대학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발전시킬 열정을 지닌 여러 학문 영역에서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 나 혼자서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닌 더불어 윈-윈(win-win)하며 나아갈 수 있는 폭넓은 사고와 경험을 지닌 인재를 원한다.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키고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그릇을 갖춘 인재를 기다린다.

 

   이렇듯 대학 입시의 결승선을 전략적으로 잘 통과하기 위해서도 특히 어릴 때 학원에 가두지 않고 경험의 장으로 안내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 어릴수록 선행학습보다 경험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를 크게 그리고 남다르게 키우고 싶어 하면서도 남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두어 키우는 것 같다. 얼마 전 남태평양의 피지인을 통해 들었던 예화가 있다. 아웃리치로 피지에 갔을 때 미네랄 성분이 가득해 즐겨 마셨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반가워도 비싸서 먹기 어려웠던 Fiji Water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주 오랫동안 피지인들은 남태평양에 넘쳐나는 바닷물을 본인들의 식수 이상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사업 경험이 많은 한 미국인이 이 평범한 물을 세계 시장에 비싸고 좋은 사업화 상품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예화를 들으며, 늘 그 자리에 머물며 알고 있는 경험의 한계로는 자신을 더 발전시킬 수도 가능성을 발견해 낼 수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경험해 본 것을 뛰어넘어, 또 다른 경험을 해 보지 않고는, 결코 기회나 패러다임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특별함은 남과 같은 평범함에서 만들어질 수 없으니 내가 자라온 예전의 경험과 다른 집 자녀와의 비교로 내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겠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할 저마다의 존재 목적과 꿈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엄마와 함께 찾아가는 아이는 행복하고 유능한 인재로 자라날 수밖에 없다.            


                                                                        

 이 글은 저서 '당신이 나를 이끌어 줄 때_When You lead me' 프롤로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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