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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Aug 30. 2023

선행학습시키다 지친 엄마들에게_#2

최근 개인적으로 알게된 사교육 전문가들의 진솔한 사담으로부터

얼마 전 출간한 자녀교육서 적은 예화가 있다. 아들이 중3 때 일인데, 영어학원 설명회를 호기심에 갔다 속이 울렁거려 도저히 못 듣고 나온 경험담이었다.

미국 대학 수업을 따라가고 이해할 정도의 수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자격시험 정도인 토플(TOEFL) 점수를 고등학생도 아닌 중학생 때 이미 120점 만점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려야 하며, 100점도 아직 못 맞는 자녀의 엄마는 자격이 없다는 식의 원장님 말에 내 자신 너무나 자괴감이 들던 때의 이야기였다.


이런 저런 삶의 굴곡과 경험들을 거치며, 난 여전히 아이들의 여러 발달 단계(뇌, 인지, 심리정서 등)를 고려하지 않는 선행학습에 반대한다. 그리고 이 소신을 반영한 자녀교육서를 최근 출간했다.

16개월 정도 해외 있는 동안 열심히 글을 쓰고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내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이런 소신들이 한국 엄마들에게 과연 먹힐까?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하고 있네라고 하지 않을까? 등의 마음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낙제생 아들을 미국 명문대학에 보낸 인내와 노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겠다는 내 첫 마음은 한없이 작아져 위축된 순간이 었다.


대학생 아들이 중학교 때 겪었던 일과 비슷한 아니 더한,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렸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수학을 끝내야 한다는 유명 사고력 수학학원 설명회 후기, 초등 5학년이 의대반을 들어가기 위한 6:1 경쟁율의 대치동 학원 등기사를 접할 때면 '정말 내가 잘못 알고 있나?', '대학생 아들에게는 통했으나 이제 초등 저학년인 딸들에게는 적기교육을 하는 순간 우리 아이들은 도태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솔직히 들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뚜껑을 열고보니 신기하게도 이 무명 초보작가의 책에 온라인 사전예약 6일 만에 네이버 베스트셀러 마크(출판사도 어떤 기준으로 붙는지 모른다는)가 6월 한달 내내 붙고, 7월에도 붙은 날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내 글에 공감하고 그 중 엄마들이 바른 자녀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반응인 것 같아 정말 감사했다.


책을 내고 반응을 알게 된 시기와 맞물려 묘하게도 최근 몇 달 새 새롭게 알게 된 사교육을 아주 잘 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과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세 분은 내가 자녀교육서를 냈는지 더구나 선행학습에 반대하는지 등등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지인> Y 지역 일대 십여년 경력의 내신과 선행 전문 수학 과외 선생님


딸아이 친구 엄마로 알게 되었다. 하루에 개인 과외를 9개까지도 하는 중학생 전문 베테랑 수학 과외 강사이다. 우리 시 관내 중학교의 수년 기출 문제를 꿰뚫고 있고, 아이별로 엄마의 요구에 따라 수년치의 수학 진도를 빼준다고 했다.   

한 번씩 차를 마실 때면, 아이들을 억지로 시키는 엄마들의 이야기와 얼굴의 생기를 잃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엔, 보다못해 제발 아이 학원 하나 줄이고 잠을 좀 재우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주제넘은 것 같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엄마는 그렇게 열심히 자신의 전공을 살려, 다른 엄마들의 니즈에 맞춰 열심히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초5, 초3인 자녀들은 수학 선행도 학원도 보내고 있지 않았다. 지금 학년꺼 잘 하면 되고, 벌써 그렇게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전문가적인 견해와 함께...


<두 번째 지인> 영어교육으로 해외 박사학위가 있는 영어 학원 원장님


딸들 영어학원 원장님이다. 최근 미국에 있다 들어오면서, 평소 소신대로 영어를 외국인과의 소통으로 즐겁게 배우며 스피킹을 까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재밌을 것 같은 영어학원을 고르고 또 골랐다.

영어에 대해 알게 되기만 할 뿐 영어를 정작 말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은 단어 암기를 중시하는 한국식 영어교육을 지양하면서 말이다.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신 것 같은 원장님과 학원을 만난게 참으로 반가웠다.

아이들도 몇 달 때 즐겁게 다니고 있긴 한데 조금씩 '어, 이건 아닌데..' 하는 순간이 있었다. 초등 2학년인 막내가 단어를 외우느라 애를 먹고, 나도 도와주기가 버거워졌다. 며칠 고민하다 원장님께 상담 요청을 했다.

단어를 알게 되는 건 좋지만, 저학년이 스펠링까지 외워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지금 외운 스펠링을 과연 얼마나 오래 기억하겠느냐고 조심스레 여쭈었다. 원장님은 내 말에 동의한다고 하셨고, 나와 영어에 대한 교육관이 비슷하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고 학생들이 다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었다. 엄마들이 다른 학원들에서는 수백개 씩 외우도록 시키는데, 여긴 공부를 안 시킨다고 컴플레인한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단어 숙제를 몇 개씩이라도 내 주는 거라고... 순간 옆 영어학원에서 매일 몇 십개씩 단어를 외우다가 스트레스로 소리를 빽 지르더라는 막내 딸의 친구 이야기가 생각났다.


원장님은 그렇게 아래위층 대형 영어 학원 사이에서 애쓰며 비즈니스를 하고 계셨다. 바른 영어 교육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엄마들의 니즈에 맞추어 수익을 창출하고 계셨다.


<세 번째 지인> B 지역 고등 수학 학원 원장님


청소년 수련회 교사를 하다 알게 된 선생님이다. 우연히 나란히 앉았다 어색함을 지우고자 어떤 일을 하시는지 여쭈었고, 수학 학원 원장님이라 하셨다.

내가 '어머님들 상대하는 일 힘들지 않으세요?'라며 인사차 건넸는데, 유난스런 엄마들 이야기를 연달아 이어가셨다. 그 지역은 엄마들 입김이 너무 세다며, 전문가인 당신들의 말을 별로 들으려 하지도 않고, 어디선가 들어 알고있는 정보에 대한 믿음이 매우 강하다고 했다.

아이 테스트를 보고, 이 부분이 취약하니 이렇게 저렇게 기초를 다지는 공부를 해야한다 원장으로서 설명해 줘도.... 잘 듣지 않고, 잘 몰라서 하는 말씀이라며 지금 이 학년에는 어디까지 선행을 해야한다며 원장을 오히려 가르치려 한단다.

학생이 안쓰럽고 본인의 가치관과 다르니 잠깐의 내적 갈등이 있으나 어머님 의견에 수긍을 해드린단다. 그러나 본인은 가르치고 싶지 않으니 다른 강사에게 '어머님 원하시는 대로 진도를 쫙 빼드려라'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되물으셨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이 지역 아이들이 대부분 그런 식으로 미리 공부를 했으니 수학을 잘 해야 하는데, 학원 앞 고등학교 수학 시험 평균이 40점이에요. 이상하지 않나요? 학교 시험이 좀 어려운 이유도 있겠으나 40점 이라는 건 제대로 자기 학년 걸 알고 있는 아이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에요."


원장님은 학년에 맞게 잘 공부하는게 중요하고, 기초가 부족한 선행학습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들의 니즈에 맞추어 주며 부를 창출하고 계셨다. 역시나 당신의 초2 딸은 수학 공부 시키지 않고, 논리를 이해해야 풀 수 있과목이므로 그저 책을 많이 읽어준다고 덧붙이며 말이다.          


너무 장황하게 적었나 모르겠다. 요약하자면, 나름 영어와 수학에 오랜 전문성과 노하우와 경험이 있는 사교육 업계 전문가들도 이해관계를 떠나 정작 아이를 성장시키는 바른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치 않는 선행학습이나 암기학습은 의미나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본인의 자녀들은 안 시킬 수 있는 거다. 세 명을 만났다고 모든 일반화를 시킬 수 없겠으나 나름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해 온 바로도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또 하나, 별로 전문성도 없는 옆집 엄마나 이상한 다이나믹을 형성하는 맘까페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엄마들이, 나중에 보면 정작 도움도 안 되는 지식주입으로 내 아이의 뇌와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수익창출을 우선 목적으로 삼고, 불안과 공포 마케팅이 비즈니스에 특히 엄마들에게 가장 잘 먹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교육 업체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엄마들이 분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변 엄마들의 카더라같은 정보와 사교육 업체의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고, 부디 내 아이의 뇌와 마음의 현 주소가 어떠한지 따뜻하지만 냉철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천편일률적으로 비싼 돈 들여 선행을 몇 년씩 시키는게 내 아이에겐 독이 될 수 있고 가성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뇌는 20여년에 걸쳐 자라고, 보이지 않는 마음은 어릴 때 주요 양육자인 엄마와의 관계가 그 어떤 시기보다도 중요하다. 그 시기를 전문성이 떨어지는 주변 엄마들 말과 수익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교육 업체의 말에 현혹되어 내 아이의 고유한 재능과 가치를 성장시킬 시기를 놓쳐버리게 되면, 엄마의 바램에 반하는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 주변의 경우와 수많은 사례에 근거한 말이다.


학습의 속도가 내 아이의 미래, 더 현실적으로 좋은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키우기란 정말 어렵다. 그러함에도 내 아이가 무엇에 관심있고 잘 하는지 아이와 대화하고 얼굴을 마주 대하며 관찰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적이나 학습 결과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메세지를 엄마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자주 전하면서 말이다.          


#선행학습 #적기교육 #자녀교육 #부모교육 #뇌발달 #마음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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