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SKY캐슬의 쓰앵님 같은 건가요?"
얼마 전 의대 합격 소식을 전해준(3년간 코칭을 진행하고 4년 만에 원하던 결과를 얻게 된) 오늘 사례의 주인공인 학생과의 첫 상담 통화에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결국은 자기주도학습이고, 비싸고 빡빡한 사교육 스케줄보다는 학습코칭을 통한 플랜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더라도 실제 사례만큼 그 영향력이 크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은 이제까지 쓴 글들을 실제로 적용하고 서로 좋은 시너지를 냈던 학생과 진행한 학습코칭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례이기 때문에 대상이 되는 학생과 실제로 진행한 학습코칭 중 중요한 핵심 몇 가지와 입시전략에 대해서 조금은 가볍고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단언하건대 이 학생은 내가 아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평균 사교육비보다 적은 사교육비를 들였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스스로를 불행하게 여기는 일이 거의 없이 만족할만한 입시결과를 성취했다.
처음 상담을 시작했을 때, 내가 하는 코칭이 무엇인지 설명했더니 그 당시 한참 유행하던 서울대 의대를 가기 위한 암투에 가까운 스토리의 쓰앵님을 빗대어 나의 역할을 이해했던 학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쓰앵님'은 코칭과 가장 먼 지점에 있는 캐릭터인데, 원하는 성적을 만들기 위한 공부방법과 습관을 관리하고 목표하는 대학 및 학과를 위해 함께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진행하는 '코칭'은 학생의 감정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쓴 글들에서도 '감정코칭'과 '자기 발견'을 강조했던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더라도 그 주체가 되는 학생의 마음과 가치를 무시한다면 성취의 기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할 건 지금 빡빡하게 다니고 있는 학원을 다 그만두는 거야."
가장 처음 진행한 코칭 솔루션이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의대라는 높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어떤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담을 진행하고 약 2개월 뒤 코칭 수업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위와 같은 조언을 했다. 중학교 때까지 이미 전교권의 성적을 잘 유지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공부를 스스로 해왔던 학생이었는데 고등학교 대비를 위한 선행이나 준비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스스로도 그 상황을 알기 때문에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매일 하루종일 빡빡하게 전 과목에 대해 고등 선행을 진행하는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먼저 메꾸고 고등학교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스케줄을 따라서 선행 진도를 진행한 후 습득된 학습내용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누누이 말했듯이 학원의존형으로는 고등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조언으로 함께 학습 계획을 짜고 그 계획에 맞춰서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학습 내용을 습득하고 체화하는 시간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다만 생각보다 상위권을 가르는 과목이 되는 국어에 대해서 한 번도 제대로 준비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주 1회 국어과외를 받도록 하고, 수학은 스스로 강의를 듣고 선행을 나가되 못 푸는 문제 등 질문 사항에 대해서 주 1회 1:1 질문 수업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물론 국어도 스스로 관리하는 학습 스케줄을 우선으로 두고 감을 잡지 못한 국어 영역들과 대비 방법에 대해 도움을 받는 차원이었다.
실제로 학원이나 과외 스케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평일에 내내 학교에서 진행하는 야간자율학습시간을 활용해 공부하고 주 1회 코칭을 통해 학습 스케줄을 관리하고 부족한 과목의 학습방법에 대해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의논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 동안 함께 학습 관리를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종합 내신 성적 1.07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는 경쟁이 치열해도 입시 결과가 좋은 자사고가 좋을까요? 공립고등학교가 좋을까요?"
장기적인 학습과 입시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많은 중3 학생들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이미 브런치에서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글로 써두었다. ('고등학교 선택, 잘하는 방법은?' https://brunch.co.kr/@coachingssam/15) 그렇다면 의대를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에게 가장 좋은 고등학교 선택은 무엇일까?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구체적인 목표와 기질이다.
이 학생에게는 공립고등학교 진학을 추천했다.
첫 번째 이유는, 학생의 진학 목표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내에 있는 의대 진학이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살며 집에서 통학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학생이었다. 해당 지역의 대학은 상대적으로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많이 뽑고 종합전형도 성적을 중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내신성적 최상위가 가장 첫 번째로 달성해야 하는 입시전략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내내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학생이고 주변과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입학 전 상담을 했을 때도 주변 친구들이 풀고 있는 교재며 진도 등에 신경 쓰며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그룹에 있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었다. 또한 주변 친구들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스스로 목표를 가지고 집중할 수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신을 따기가 쉬운 학교에 적합한 학생이었다.
물론 이렇게 공립고등학교를 선택하고도 명확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었다. 분명히 학생부 기록에 있어서 스스로도 불만족스러울 것이고 생기부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또한 내신을 따기엔 유리하지만 그만큼 수능 정시 최저를 맞출 수 있는 학업 수준을 갖추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까지 같이 이야기를 나눴고, 수능 최저를 맞추기 위해서는 1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실제로 3년간 최선을 다해 내신 등급을 최상위로 만들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수능 대비를 위해 1년이 더 걸렸다. 그리고 2023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최저를 맞춰 지원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두 가지 전형의 수시 입시에 성공했다.
그러니 고등학교를 선택하기에 앞서 자신의 성향과 정말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을 꼭 같이 고려해야 한다.
"제가 계획을 다 지킨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학습 의욕이 높고 실행력도 좋은 학생이지만 같이 플랜을 짜고 관리했던 기간 내내 위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예쁜 플래너에 발목 잡히지 말고 정말로 실행할 수 있는 플랜을 짜야한다고 강조했건만 3년을 관리한 최우수 학생이 플랜을 완벽하게 지킨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수도 있다.
플랜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이 학생은 공부 욕심이 굉장히 많아서 매주 코칭시간에 학생이 기본적으로 짜 온 계획을 덜어내고 빼는 것에 집중했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부 분량도 너무 많았고 무조건 최상위 등급을 받아야 했기에 내신 대비에서도 최고난도까지 고려해서 공부해야 했기 때문에 언제나 계획이 넘쳤다. 그래서 계획을 덜어내는 작업을 계속했어도 항상 할 공부가 많은 상태였다. 그래서 무리가 되는 줄 알면서도 학생이 공부해야겠다고 이야기 한 분량들에 대해서 지지해 주고 120%에 해당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항상 덧붙였다. 여기서 7,80%만 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 정도로만 계획을 지켰어도 머릿속에 그린 마감기한보다 훨씬 당겨서 큰 틀의 학습 분량을 완수하게 짰었기 때문에 실제로 학습 분량이 모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계획을 짜고 공부하는 습관을 반복하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번 내신 대비에서 진짜 필요한 정도의 학습에 대해 학생 스스로 잘 파악하게 되었다.
학생들과 학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끔 '메타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메타인지'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스스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안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신 대비를 제대로 하고 학습을 제대로 하는 학생이라면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하지 않아도 그 과목의 점수를 거의 오차 없이 예측할 수 있다. 공부한 내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고 시험에서 내가 공부한 부분과 아닌 부분을 파악하고 오답의 가능성이 있는 문제와 점수가 바로 체크되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시험을 준비할 때 어디까지 준비해야 내신 점수가 얼마나 나올지까지 예측이 되고, 자신이 얼마나 공부해야 그 정도 분량을 학습할 수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메타인지'가 학습의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는 것이다.
계획은 일종의 가이드와 같다. 내가 원하는 목표와 결과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적정한 마감시간을 정하고 그보다 더 시간이 허락된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한다. 그러니 계획을 세우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자기 자신의 학습 능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계획을 조금 무리하게 세우든 넉넉하게 세우든 마감 기한이 가까울수록 자신이 해온 학습 성취율에 따라 실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필요한 것들을 끝내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을 다 지키진 않아도 괜찮지만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수행하고 결과를 보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점점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 학생에게 수시로 이야기했던, "내가 아는 최상위권 중에 네가 가장 공부를 많이 안 하고 잘 놀고 잘 쉰다"라는 이야기를 이제 와서 다시 해석해 주자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파악하고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는 의미였다.
"네가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 건지 다시 생각해 봐"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마지막 원서를 접수하던 순간까지 학생에게 묻고 또 물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직업과 학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더 많이 진짜 그 직업을 원하는지 물어야 했다.
의사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준비과정이 길고 혹독하다. 되는 길이 어려운데도 그 과정을 거의 다 거친 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가는 그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파악해서 정말 내 삶의 가치관이나 방향성과 맞는 건지 정확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1년 더 입시를 준비해야 할 확률도 높았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랐다.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과 전문의 수련과정 등 굉장히 긴 시간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만큼 숭고한 직업이기도 하기에 그에 관한 인식과 생각을 확실히 하고 스스로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 거기에 가까운지 귀찮을 만큼 질문했다. 그 과정 이후에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혹시나 나중에 너무 힘든 순간이 와도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했던 기억이 그때 이 학생을 잡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재능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살고 싶은 삶의 가치관과 예상되는 미래가 일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공부하는 스케줄만으로 빠듯해도 틈만 나면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해 보고, 생기부를 챙기느라 바쁜 와중에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탐색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채워나가야 한다.
자기주도학습으로 의대에 갈 수도 있나요? YES
지방공립고등학교에서도 의대에 갈 수 있나요? YES
중학교때까지 선행을 거의 하지 않아도 의대에 갈 수 있나요? YES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아도 의대에 갈 수 있나요? YES
의대에 가려면 쌤 같은 코칭쌤을 만나야만 하나요? NO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자신의 꿈이나 자녀의 꿈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한 가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는 학생의 사례를 짤막하게 소개했지만 역시나 이 방법이 하나의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같이 방향을 잡고 코칭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길을 찾고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이 글이 조금의 도움이나 확신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