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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ajo Jun 16. 2024

그렇고 그런 놈

전두환

 2년 전인가 한때 전두환의 생전 기사 인터뷰를 보고 민주화 운동과 광주 학살에 대해 한창 서칭했던 적이 있다. 그것을 보고 내 안에 분노가 한 없이 끓어올라 술을 마실 때면 친구들에게 전두환 욕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전두환의 행위 자체에 대한 적개심에 분노가 끓어오르는 줄 알았다.


오늘 샤워를 하며 군인 시절에 있었던 한가지 일이 생각났다. 초등학생 때 이유 없이 뺨을 날렸던 아주 오래 전 친구를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기 때문이다.


상병 때 였나 분대장을 달고 있을 시기였다. 당시 우리 중대에 본부소대 운전병이었던 선임이 있었다. 그는 매우 착하고 나긋한 사람이었다. 우리 대대는 격오지 및 탄약고 초소근무를 매일 했어야 되는데 소규모 대대라 거의 매일 모든 중대 사람들이 방탄모와 총을 가지고 초소를 지키는 근무에 투입되었다.


그 선임과 같은 중대였기에 간단한 대화와 안면이 있었지만 친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같이 근무에 들어가게 되어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레드벨벳 웬디를 좋아했으며 외동아들이라고 했다. 그는 중대 사람들 머리를 깎아 주는 이발병이었다. 실력과 인성이 매우 좋아서 다른 중대 선임들의 머리까지 깎아주고는 했었다. 심지어 50넘은 중령 대대장의 머리까지도.


어느날 그는 외출에서 복귀하지 않았다. 그의 탈영 사실이 대대에 만연히 알려지게 되었다. 대대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고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왜 탈영을 했을까.

그와 친하던 다른 선임은 조금 불안감을 느꼈다.


다음날 그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자살이었다. 헌병들은 그의 생활관 문 양 옆으로 노란색 폴리스 라인을 붙였다. 그 생활관은 우리 생활관의 맞은편 이었다. 생활관 문에는 직사각형의 네모난 창문이 있었는데 문을 열고 오갈 때 군대에서 흔하지 않은 색채의 노란 테이프를 마주했다.


그의 생활관이 폐쇄됨과 동시에 그곳에서 생활하던 4명의 사람이 우리 생활관에 임시로 배정되었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병장 한명과 일병 2명 그리고 갓 전입온 신병이었다.


그들과 처음 점호를 맞이한 저녁에 나는 점호 보고를 위해 티비를 등지고 생활관 문에 있는 직사각형의 창문을 보고 있었다.  양 옆으로는 마주하여 일렬로 그들이 서있었다.


임시로 배정된 사람들 중 신병은 내가 살던 고양시에서 온 친구였다. 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화가 된 사람하고는 조금 달랐다. 그러나 심성이 매우 착했으며 능숙하진 않으나 업무에 늘상 열심이었고 학력 또한 훌륭한 똑똑한 친구 였다. 사람들은 그가 폐급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나는 그가 좋았다.


당직사관이 순차적으로 생활관을 돌며 점호를 하던 그때. 생활관 사람들은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간헐적으로 짝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사람들은 멈칫했다. 안경잽이 멸치 병장은 내가 좋아했던 착한 후임의 뺨을 때리고 있었다.


왜 때릴까? 나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아무 이유가 없었다. 그냥 새롭게 배정된 생활관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했던 행위였다. 이병 후임은 묵묵히 맞고 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던 그를 때리는 안경잽이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페에 앉아 그때의 일을 기록하고 있다.


자살한 선임은 그 안경잽이 병장과 친했다. 맞은 후임도 나와 친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생활관을 사용했다.


전두환은 광주 사람들을 죽였다. 광주 사람들은 독재 탄압에 저항했다.


나는 좋아하던 고향 후배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었다.


어제 아무 이유 없이 뺨을 때렸던 친구를 버스에서 우연히 만났다.


나는 내 자신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감을 느꼈다. 끓어오르는 강력한 자기 혐오에 나는 술을 마시고 개새끼 전두환에게 나마 손가락질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다를 것 없는 그런 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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