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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May 17. 2024

<골때리는 그녀들>
탑걸 대 국대패밀리 #2/2

일상으로의 회귀 - <골때녀> 2024.05.14 방영분을 보고

이렇게 되면 김보경의 기술과 다영의 패기가 합쳐져 자신들도 모를 시너지가 생긴다.


오늘 경기를 유심히 보면 첫 골은 김보경의 패기였다. 그녀는 백패스 된 공을 가로채 단독으로 달려들어 침착하게 골대에 넣었다.


이 장면에서 공을 빼앗긴 명서현을 비롯해 수비하러 달려오는 국대패밀리 선수들을 보면 날아올 공을 막겠다는 심산으로 일제히 골대 쪽을 향해서 달린다. 골대가 작으니까 수비 숫자로 가리면 된다고 생각했을까? 명서현은 골키퍼니까 골대 앞으로 가는 게 맞더라도, 슛 각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뒤따라가던 김수연은 김보경을 향해 달려가야 했다.


이때 유심히 봐야 할 또 하나는 반대편 공 받을 위치까지 적절하게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다영의 모습이다. 분명 달라졌다고 느꼈다.


결정적인 장면은 다영의 골 장면인데, 김보경의 기막힌 프리킥을 아주 감각적인 킥으로 띄워 찼다. 공에 회전이 엄청나게 걸리면서 그 궤적이 골키퍼가 예측하기 어려운 곡선을 그리며 골대로 날아 들어갔다. 최진철 감독의 생일날, 금연까지 약속된 골이라니 더욱 멋지고 값진 골이었다.


이전에 전반전에서도 다영은 나미해 맞고 굴절되는 공을 가로채 단독으로 치고 올라가다 올라오는 김보경 쪽으로 패스하는 장면이 있다. 패스가 조금 어설퍼 몸을 날린 명서현 골키퍼가 막아내긴 했지만, 이 장면 역시 다영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던 장면이었다.


그녀는 아직 젊고 조금 어리기도 하다. 열정으로 인해 과열되기도 했는데, 전반에 나미해와 충돌하는 장면에서는 최진철 감독도 아마 나와 같은 시선을 느꼈는지 다영에게 주의를 준다. 충돌 장면을 유심히 보면 공과 상관없이 나미해의 정면으로 달려드는 다영을 볼 수 있다. 다분히 의도적이지 않았을까 의심되는 이유다.


조금 후에는 탑걸의 공격 상황에서 이번에는 김민지와 충돌하는 장면도 비슷한 느낌이다. 충돌 이후에 김민지는 한참을 누워 있지만 다영은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벌떡 일어난다. 물론 바로 다영의 반칙이 선언되었다. 이 상황은 김민지 선수의 한 마디로 설명된다. 김민지는 다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무 아파… 너 오늘 몸 좋아?”라고.


결국 다영은 교체된다. 자막에도 ‘인간 굴착기 쿨링 중’이라고 쓰일 만큼 그녀의 활약은 열정적이었다.


국대패밀리의 김민지는 FC 아나콘다의 노윤주를 생각나게 한다. 숨겨진 팀의 핵심이 될 만한 인재이나 자신의 포지션이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막 팀에 합류했을 당시의 치달(치고 달리기)하던 스타일이 더 낫다. 지금은 풋살 경기 전체를 생각하며 지능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하다 보니 자신의 스타일과 상관없이 엉뚱한 자리에 있거나, 중요한 순간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 전체를 살피며 지능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건 다른 선수들도 함께 비슷한 수준의 시력을 가졌을 때 가능하다. 불나방 시절의 박선영처럼 자신의 자신감과 실력으로 모든 걸 커버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려 해 봐야 체력적 한계만 느낄 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경기가 막상막하의 경기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탑걸의 경기 내용을 잘 보면 탑걸은 꽤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반면에 국대패밀리는 처음부터 압박을 올린다. 그러다가 점수를 내주자 그 압박은 초조함으로 변해간다.


또 다른 특징은 다시 한번 팀플레이의 차이다. 탑걸의 수비는 개인으로 보면 견고함이 덜 하지만 항상 두 사람이 협업하는 형태를 보인다. 물론 최진철 감독의 작품이긴 하겠지만, 그것을 잘 실현해 내는 선수들도 대단한 것이다. 그런 조직력에서 앞선다는 건 팀 전체의 사기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후방에서 가끔씩 슛을 날려대는 채리나나 유빈의 슛까지도 위협적인 조합이 된다.


반면에 국대패밀리의 특징도 하나 지적하자면, 국대패밀리는 꼭 후반 뒤늦은 즈음에서야 팀의 공격력이 불을 뿜는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에서 마구 상대 팀을 몰아붙이기는 하지만, 시간에 쫓겨 안타까운 패배를 경험한 경기가 무척 많다.


이런 특징이 반복되고 있지만 감독도 선수도 잘 모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턱대고 이를 갈며 다음 경기에는 이겨야지 하는 생각만 해서는 어렵다. 둥근 공으로 승패를 결정짓는 축구는 분위기가 중요하고 전략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제2회 SBS컵 토너먼트 예선에서 가장 놀라운 팀은 단연 FC 스트리밍파이터였고, 가장 실망스러운 팀은 예상 그대로 FC 아나콘다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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