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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프랑스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2)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아[L'Essentiel est invisible]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Ce qui est important, on ne se voit pas... ]


이 간단하고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고 이해하는데 필자는 수십 년이 걸렸다

사람들이 겉으로 나는 00 하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은 실제로는

전혀 00 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오히려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00한 사람은 본인이 00 하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과 처신과 행동으로 곧 누구나 그 사람은 00 하다는 걸 알게 된다


회사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어떤 회사나 조직이 우리는 00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는 말과

표어들, 각종 선전 이미지 등은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과 같다 


마치 공사장에 <안전제일>이란 표어가 달려있지만

공사장이 정말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너무나도 중요하고 당연한 것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도 없는 것이다 


누구나 어린왕자[Le Petit Prince]를 한 번쯤 읽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조종사가 어렸을 때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고 어른들은 모두 모자[chapeau]라고

하지만 어린 왕자는 어찌 나에게 이런 무서운 그림을 들이대냐면서 기겁을 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 읽었다고 어렴풋이 기억하는 것일 뿐  

정확하게 어린 왕자가 어떤 내용이었으며 작가인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

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필자가 어른이 돼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하면 과할지도 모르지만 <인생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그렇다면 어린 왕자는 어떤 내용인가


주인공인 조종사는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다

사막에서 만난 어린 왕자는 본인 별에서 지구까지 오면서 만나고 경험한

많은 사람과 많은 것들에 대해서 조종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순, 주객전도, 불합리와 부조리,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는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

어린 왕자라는 제3의 인물의 시선으로 너무나도 알기 쉽고 직관적으로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조종사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모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것이며, B612라는 별을 발견한 터키 천문학자가

터키 전통복장을 입고 있고 그 사실을 발표하자 아무도 인정하지 않다가 서양식 양복을 입고

발표하자 그제야 사실이 인정되는 것은 사람들은 외모만 보고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왕[Le Roi], 허풍쟁이[Le Vaniteux], 술 마시는 부끄러움을 잊으려 또 술을 마시는 주정뱅이[Le Buveur], 계산하기에만 바쁜 사업가[Bussinessman], 시간에 맞춰 가로등을 켜고 꺼야 하는 가로등지기 [L'Allumeur de réverbère], 종이 위에 표시하기에만 바쁜 지리학자[Le géographe], 모두 모순된 상황이거나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너무나도 알기 쉽게 알려준다

이런 일들은 실제 우리 주변에서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에 작가의 통찰과 직관에 다시 한번 감탄할 뿐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여우[Le Renard]를 만나는 장면이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우리는 서로를 길들여야 [Apprisvoiser] 놀 수 있다면서

길들인다는 것은 연결을 만드는 것[Creer des liens]이며 의식[Des rites]이 필요하다면서

특별한 존재에 대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여우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명언을 쏟아내는데 모두 인생의 진리 같은 말들이다


그렇지만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하게 될 거야

[Mais, si tu m'apprivoises, nous aurons besoin l'un de l'autre]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야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야...

[Tu seras pour moi unique au monde. Je serai pour toi unique au monde...]


완벽한 것은 없지

[Rien n'est parfait]


말은 오해의 원천이지

[Le langue est source de malentendu]


만약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 Si tu viens, par exemple, à quatre heures de l'après-midi, dès trois heures je commencerai d'être heureux.]


이게 내 비밀이야 아주 간단해

[Voici mon secret Il est tres simple]

우리는 가슴으로 잘 보지 않지

[On ne se voit bien qu'avec le coeur]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L'Essentiel est invisible pour les yeux]


필자는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여러 가지 발명품 중에서

으뜸이자 첫째는 프랑스 대혁명이고,

둘째는 어린 왕자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그저 동화 같은 이야기였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아,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세상의 온갖 모순들을 미리 알려주려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어로 읽어보면 그 느낌이 더 생생하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다시 한번 어린 왕자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송곳>의 명대사처럼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르게 보입니다

어른이 돼서 읽어보는 어린 왕자는 유년기에 읽었던 것과는 아마 확실히 다를 겁니다

그동안의 경험들을 읽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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