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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를 고발합니다(6)<님>하면 수평 조직되나요?

<00님>과 공간/정보/예산/평가 그리고 수평조직의 허상

20xx 년 00카드에서는

수평조직으로의 전환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00님>으로 부르라는 사장의 지시에

의해 <00님> 호칭이 전면 시행되었다


이런 걸 보면서 필자는 또 전형적인 

수박 겉핥기, 보여주기 식 행태를 

반복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호칭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00카드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금융)회사들이

애플이나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라성 같은 종합 플랫폼 회사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한다는 게 이런 짓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생활한다

<권위는 공간에서 나온다>라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히틀러를 만나려면 몸수색만 수차례 

통과하는 거대한 문 또한 십여 개를 지나서

마지막 집무실에 다다르면 비서가 다시 가로막고

비서의 안내를 받아 히틀러 책상 앞까지 가려면 

다시 거의 백여 미터의 복도를 걸어가야 했다고 한다

집무실은 엄청나게 넓고 층고도 높고

책상과 가구도 1인용인 걸 감안하면 거대했다고 한다


히틀러를 실제 만나려는 사람은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쳤고

히틀러를 만나기 위해 지나쳐온 공간의 경험,

공간과 가구들이 내뿜는 분위기와 위압감에

히틀러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

아마 신으로 보였을 것이다 

 

페이스북(메타) 사장 마크 주커버그는 창업자지만

본인 사무실이 없다고 한다(물론 이런 건 홍보용일 수도 있다) 

코스트코 창업자인 짐 시네갈도 평생 본인 사무실 없이, 

그리고 명찰에는 아무런 직책 표기도 없고 

본인 이름만 써서 다른 사원 하고 똑같이 일했다고 한다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한 00카드 사장실은 어떨까?

건물 맨 꼭대기층에 위치한 사무실은 전망 좋고

널찍하고, 쾌적하며 고급가구로 장식되어 있으며, 

직원이 쓰는 책상과 의자하고는 다른 

원목으로 된 편안하고 거대한 책상과 의자,

좋은 카펫이 깔려있으며, 사무실 밖에는

남자 비서 1명, 여자 비서 1명이 대기 중이다  


그렇다면 임원, 부서장 사무실은 다를까?

대동소이하다 다들 본인의 별도 사무실에

사원들과는 다른 책상, 캐비닛, 회의용 테이블 등등

공간에 대한 차별은 그대로면서 이제부터

수평조직이니까 같은 <00님>으로 부르세요?   


역시 정통과 사이비는 이런 게 다른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뭐가 중요한지> 아는 사람들은

굳이 형식이나 외양에 얽매이지 않는다 

 

투자의 달인 피터 린치도

경영진 사무실의 호화로움과 주가는 반비례한다고 했는데

참고로 00금융지주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정보라는 측면에서는 과연 어떨까?

넷플릭스에서는 오늘 들어온 신입사원이나

사장인 리드 헤이스팅스나 동일한 정보접근권한이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넷플릭스 가입자수가 얼만지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투명하다고 할 수 도 있고 자신 있다고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자신들이 채용한 직원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동양의 고전 명심보감에도

<사람을 의심하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마라>

[疑人莫用 用人勿疑]라고 했다

사실 너무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다

의심받으며 일하는 사람이 

과연 신바람과 의욕에 넘쳐서 일할 수 있을까?

그 반대가 아닐까?  


00카드에서는 당연히 직급별로 

직원들에 대한 정보의 통제가 엄격하다

경영진과 말단 직원과의 정보격차는

군대의 장군과 말단 병사의 그것과 비슷한다

아마 군대 조직을 모방한 

대부분의 한국 조직이 비슷하리라 본다   


예산은 어떨까?

직원수 대로 일정 금액이 지급되는  

부서운영비는 사실상 부서장의 쌈짓돈이다

참고로 본인에게 부서장과 점심 얼마나 같이 먹었는지

기억해 보라면 연 1~2회였던 것 같다

임원, 사장?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카00등의 일부 소위 한국 빅 테크 기업에서는

전 직원에게 법인카드 나눠주고 일정 금액 한도를 

개인별 예산으로 부여한다고 들은 바 있는데 

매우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평가는 어떨까?

부서장의 평가가 아직도 절대적이다

동료평가나 부서원이 부서장을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영향이 없다

회사 마음에 안 드는 직원에게 안 좋은 평가나 

좌천성 인사발령을 낼 때의 좋은 구실이나 근거가 될 뿐이다 


토0에서는 동료평가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한다

3번 이상 부정적 평가가 나오면 삼진아웃으로 

퇴사 조치된다고 한다


실질적 수평조직이라고 하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간/정보/예산/평가 모두 소위 권위주의적 <쌍팔년도 군대식>으로

운영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00님으로 부르세요>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아, 이제 우리 회사는 수평조직이구나>라는 생각이 

과연 들까? 위와 같은 것들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알면서도 그러면 경영진의 직무유기고 모르면 무능이다

알지만 그냥 나는 월급쟁이 사장이니까 

그냥 하는 흉내만 내야겠다

이게 정답이 아닐까?


사족이지만, 19세기 말 서세동점의 시기에 

동북아의 한국, 중국, 일본은 

사실 모두 같은 서양의 침탈 위협에 처해있었다  


한국(조선)은 망국의 길로 접어들고

중국(청나라)은 외세의 반식민지가 되어가던 무렵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서양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한국과 중국은 서양문물과 제도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흉내 내는 척만 한 반면,

일본은 환골탈태 수준으로 철저하게 사회 및 제도 개혁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카00이나 토0가 

잘 나가는 이유는 소위 빅테크 회사여서 그런 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잘 수용하고 적응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본다


소위 레거시 금융회사인 00카드도 매번 말로는

변화를 적극 수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구한말 조선처럼

근대화 흉내만 내고 시늉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말도 아마 동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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