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는 회사를 고발합니다(3) 직원이 자살[自殺]했는데

훌륭한 일터(Great Work Place)?

자살 :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음

훌륭한 일터(GWP) : Great Work Place의 약자로 기업문화가 뛰어난 곳, 직원이 일하기 좋은 일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위 두 단어는 바로 201x 년 00카드를 수식하는 단어였다


201x년 00카드 직원 K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K는 직원들의 집단 따돌림과, 연속된 이유 없는 낮은 근무평가(유서에는 "C박이"란 표현이 나온다), 그리고 외모 지적 등의 괴로움을 유서에 토로했다


회사는 이번에도 무시 전략으로 나섰다 어떠한 사과와 변명도 없었다 언론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어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랬다 회사는 K가 원래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며 K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죽음이라는 사실을 주장했다


재직자였던 필자가 아는 바로는 그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사건 이후  K의 소속 부서장은 본사 부서장으로 영전했고, 집단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관리자도 승진했다 이번에도 역시 회사에 부정적인 사건은 언급 자체를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쉬쉬하고 언급 자체가 또다시 터부시 되었다 나중에 K는 산업 재해가 인정되었다


국가(근로복지공단)는 K의 죽음에 있어서 회사의 책임을 공식 인정한 것이지만

회사는 여전히 K의 죽음은 K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인한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필자는 또다시 00카드와 직원들(노예들)에게 염증을 느꼈다


반면에 유명 신문인 00일보가 주관하는 "훌륭한 일터(GWP)"라는 상장과 타이틀을 획득하고 홍보하는 데는 열심이었다  "직원만족센터"라는 이름의 직원 복리후생 담당 부서가 AWP(Amazing Work Place) 팀으로 팀명이 변경된 계기가 바로 201x년  훌륭한 일터 상 10년 연속 수상으로 인한 소위 명예의 전당 입성이었다

물론 수상 사실은 00일보에 당시 I사장이 직원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되었다

나중에 N독립 언론사에서 폭로한 바에 의하면 해당 상장과 타이틀은 수억 원대의 돈을 매개로 한 검은 거래였음이 드러났다


회사가 K의 죽음, 즉 사람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훌륭한 일터라는 타이틀과 00일보 신문기사였다 몇 억 주고 따낸 상으로 홍보성 신문기사에는 기꺼이 직원들과 잘 연출된 사진까지 찍지만,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에 자살한 사건에 대해서는 무시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회사

그런 회사가 앞세우는 "00한 금융", "고객가치"등등의 각종 그럴듯한 가치가 과연 진정성이 있을까?

겉으로는 그런 듣기 좋은 온갖 미사여구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곳이란 점에서 필자는 소름이 끼쳤다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회사가 훌륭한 일터일 수 있을까?

과연 누구에게 일하기 좋은 일터일까? 다시 생각해보니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에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모두 직원 개인 책임이고(국가에서 사후에 회사의 책임을 인정했어도!)

사장은 책임은커녕 단 한마디 사과나 변명조차 하지 않아도 되니  

00카드는 직원이 일하기 좋은 곳이 아니라 사장이 일하기 좋은 곳이 아닐까

사건 사고는 모두 직원 개인 탓이고 돈 주고 사 왔어도 수상은 사장의 공덕이라는 점에서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나는 회사를 고발합니다(2) 부역자[附逆者]와 방조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