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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노예 탈출하기-나의 00카드 탈출기

序文

왜 우린 월급 노예로 살고 있을까?


우리는 어렸을 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고 취업준비도 열심히 해서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처럼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이 마치 수학공식과 같은 어떤 정해진 인생의 성공 공식으로 여겨졌다  

일부 머리가 비상한 아이라면 의대나 법대에 진학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이 되는 것이고 그 정도로 우수한 인재가 아니라면 대기업 직원 또는 공무원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아무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은연중에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는 대한민국이 한참 고도성장을 구가해가던 60~80년대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바라는 바였다

나 또한 이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나름 노력해서 학업과 취업준비를 했고 20xx년에 00카드에 공채로 입사했다 그렇지만 마치 기나긴 힘든 레이스를 마치고 골인지점에 도달한 마라토너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는 것처럼 취직 후에 삶에 대한 굉장한 허무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저 수많은 직장인이 그런 것처럼 금요일 저녁만을 바라보며 버티다가 퇴근 후에는 시원한 맥주와 치킨을 뜯고 재벌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최신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잊고 해방감을 즐기다가 일요일 저녁이 되면 급격하게 기분이 우울해지기를 매주 반복하다가 그래도 1년에 한 번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내서 올해는 해외여행을 어디로 갈지 공항 면세점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것이 과연 월급쟁이 인생에 주어진 즐거움의 전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깨닫고 보니 좋은 직장에 취직한 다음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정말 운이 좋다면 군대로 치면 장군과 같다는 임원이 되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저 회사 오래 다니면서 결혼하고 애를 낳고 정년까지 가정을 부양하는 삶

(정확하게는 자녀들이 대학 졸업 또는 사람에 따라서 자녀 결혼까지)을 살라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그리고 관념적으로 맞는 길이라고 걸어왔고 걸어오고 있는 삶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과연 내게도 맞는 길인가 하는 의문

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궤적의 삶을 똑같이 걸어가야 할까?

우리 모두 얼굴 생김새와 같은 외모도 전혀 다르고  개개인마다 성격도 전혀 다른데 왜 삶의 방식은 그저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으로 국한될까??  무엇보다도 나는 월급쟁이 회사원으로의 삶이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은데 왜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본격적인 고민은 결혼을 하고 나서 들기 시작했다

결혼을 비교적 늦게(만xx세)하고 보니

아이를 낳고 키워서 대학 졸업까지는 대략 24~26년이 필요한데

그럼 xx세까지 월급노예로 살아야 했다

어른들이 얼른 결혼해서  아이 낳아 키우라는 말씀이

이런 의미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앞으로 25년이나 더 월급노예를 계속해야 하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해지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 우연히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나치의 야만적이지만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유대인 학살 속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한 독일인 쉰들러의 이야기를 다룬 감동실화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왜 뜬금없이 월급노예를 이야기하면서 유대인 학살 영화를 언급하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계실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월급쟁이인 우리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서 매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유대인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가를 악랄하기 그지없는 나치에 또 회사를 인권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던 비인간적인 강제수용소에 대입한다면 너무 과한 비교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강제수용소의 일터)로 향하는 우리의 일상과 강제수용소의 유대인의 일상이 크게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극단적인 폭력과 음식 대신 월급과 각종 복지제도를 이용할 뿐 근본적인 본질은 변한 바가 없다

노동법 의해 표면적이나마 노동삼권이라는 권리를 통해 약간의 자유와 조금 더 쾌적하고 인간적인 작업환경으로 변한 것뿐이라면 지나친 것일까?


또,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의 노동력의 가치를 평가하고 언제든지 쓸모 없어지면 가스실로 직행하듯이 회사에서도 쓸모없는 직원을 찾기 위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재벌 대기업과 은행 등 소위 좋은 회사에서 매번 같은 레퍼토리인 "경영상의 이유로" 2~3년마다 "희망"이 없는 "희망퇴직" 즉, 정리해고가 실행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21세기가 되었고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 기존의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하나둘 무너지고 인터넷과 혁신을 무기로 한 기업들이 시가총액 10위권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이제 뉴 노멀이 되었고 과연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산업화 시대였던  60~80년대를 사셨던 우리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월급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가는 월급노예로 계속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왜 우리에게 대학 졸업 후 취직 이후에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걸까? 왜 월급노예의 삶을 정년까지 살아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나름대로 다른 이들이 고민해 본 경험(책)과 xx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는 회사생활의 경험을 통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이직이나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 누구나 말리면서 한 마디씩 하는(이것도 마치 무슨 공식 같다)“야! 너만 힘든 거 아냐! 어느 조직이나 다 거기서 거기야 여기서 힘든 건 다른 데서도 마찬가지야!  여기서 그나마 이 정도 월급 받으며 사는 것도 밖에서 보면 괜찮은 거야! 사업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너만 그런 사업구상했을 것 같아? 나가봐야 치킨집이나 해야 할걸? 서울시내 치킨집이 몇 갠지 알기나 해?”(치킨집 비하하는 건 아닙니다 치킨집 사장님들 양해 바랍니다)

라는 말에서와 같이 조직생활이 힘든 나의 고민이 다른 회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다른 이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어딜 가나 똘xx와 악인(悪人)은 존재하므로 00카드의

똘xx와 악인들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당연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장황하게 쓴 것은 겸허히 인정하는 바이며 부디 아무쪼록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속 시원한 대답이 되진 못할지라도 여기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과 희망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대탈주를 꿈꾸고 준비하고 있는 월급노예임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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