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철 Sep 30. 2022

자영업자를 위한 법률 Series 1. 임대차 #5

마지막, 화양연화(花樣年華)

#5. 마지막, 화양연화(花樣年華)     


코 끝을 스치는 아침과 저녁의 찬 바람에서, 한 낮의 내리쬐는 햇볕에 담긴 따뜻함에서, 시간의 흘러감을 느낍니다. 영원하기를 바라며 붙잡고 싶던 순간들은 마음에 담을 수 있을 뿐이고, 아스라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은 늘 어렵고 힘이 듭니다. 늘 지나던 거리에서 이별을 연습하며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는 장만옥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마지막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지막을 준비할 수 없고 설령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의 순간이 쉬울 리가 없지만, 그 마지막의 순간을 지나면서도 지나온 시간을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로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름다웠기 때문일 겁니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花樣年華) 포스터


오늘은 자영업자를 위한 법률 첫 번째 시리즈, ‘임대차’의 마지막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임대차 계약의 본질은 다른 사람의 공간을 빌려 사용하는 것입니다. 서로 약속한 시간이 끝나면 원래대로 되돌려야 합니다.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하고, 임차인은 가게를 원래의 상태대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경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정해진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서로 계약을 계속할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계약기간은 남았지만 서로 원만하게 계약을 끝내기로 합의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일방적으로 계약의 종료를 선언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는 마지막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만한 관계에서 임대차에 얽힌 보증금 반환, 권리금, 원상회복 등 여러 문제를 양보해가며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세 번째, 즉 어느 일방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내려는 경우입니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끝내려면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임차인의 잘못은 월세를 지급하지 않거나 무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빌려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잘못은 가게에 문제가 생겼는데 수리해주지 않아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계약을 끝내기 위해 잘못을 지적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지어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법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보증금 반환을 거절하고, 임차인은 가게를 반환하지 않을 겁니다. 각자의 잘못을 따지고 손해배상을 운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권리금, 원상회복 등의 문제가 이어집니다.     


이중 자영업자에게 가장 곤란한 문제는 보증금 문제입니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과 임차인의 가게 명도는 서로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데, 만약 가게를 돌려줄 준비가 되었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가게를 모두 비워두고 문을 걸어 잠그고 나가면 안 됩니다. 임차한 가게에서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업자등록을 하고 가게를 '점유'해야 하는데, 무작정 가게를 비워버리면 대항력을 상실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계약 종료 후에도 가게를 계속 점유하면 임대인은 월세 만큼의 돈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항력 때문에 더 이상 장사를 하지 않는 가게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겠지요. 법원은 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가게를 계속 점유하였지만 본래 계약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임차인에게 월세 상당의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점유하면 되는 것입니다. 보통 저는 전기, 수도 등을 최소한으로 사용하시고, 그 사용량을 비교할 수 있도록, 장사 전후의 사용 내역을 보관하시라고 조언드리고 있습니다.     


참, 노파심에 여쭙습니다. 혹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으셨나요? 보증금 중 일부를 임대인의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는 확정일자를 받는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세무서에 다녀오세요.     


여전히 할 말이 많이 있지만, 임대차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혹 임대차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우선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정독해보시고, 그래도 어렵다는 생각이 드시면 제게 연락주세요.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마지막이 길어집니다. 그저 언젠가 오게 될 당신의 마지막 순간이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보낸 오늘이 그 마지막의 순간을 지나도,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로 기억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영업자를 위한 법률 Series 1. 임대차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